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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방송진행자 지미 새빌의 생전 성범죄 수사 결과를 보도하는 BBC
 영국의 유명 방송진행자 지미 새빌의 생전 성범죄 수사 결과를 보도하는 BBC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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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가 생전 수백 차례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BBC는 12일(한국시각) '영국 경찰이 지미 새빌이 1955년부터 2009년까지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성폭행 34건을 포함해 총 21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공식 수사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새빌은 BBC의 유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큰 인기와 명성을 누렸다. 영국의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11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지난해 소녀 시절 새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5명이 민영방송에 출연해 이 사실을 폭로했고, 전국에서 유사한 주장이 쏟아지면서 영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BBC 역시 새빌의 범죄를 폭로하려는 기획물을 제작했다가 방송을 취소해 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프로그램 담당자가 해임되는 사장까지 전격 사임하는 등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다.

파문이 확산되자 영국 경찰은 국립아동학대예방협회(NSPCC)와 지난 3개월간 공동 수사를 진행한 결과 새빌이 상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214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밝혀지고 말았다.

"새빌, 역사상 가장 많은 성범죄 저질렀다"

경찰의 수사보고서 따르면 새빌은 수많은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 장소도 병원, 학교, 호텔 등 다양했고 심지어 자신의 방송을 녹화하던 BBC 스튜디오 안에서도 이뤄졌다.

새빌에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 중 무려 73%가 미성년자였고 가장 어린 피해자는 8세 소년이었다. 새빌은 자신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10세 소년을 호텔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빌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부정하며 위기를 모면한 반면에 피해자의 주장은 묵살됐다. 영국 검찰 역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새빌을 기소하지 않으면서 그의 범죄는 오랜 시간 밝혀지지 않았다.

2009년 새빌을 불기소 처분했던 영국의 케이르 스타머 검사는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사건이 성범죄에 대한 수사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NSPCC는 "새빌이 역사상 가장 많은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without doubt)"며 "그는 더 이상 세상에 없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재판을 통해 억울함을 풀 수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BBC 역시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성명을 통해 "새빌의 일부 범죄가 방송국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새빌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태그:#지미 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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