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방송된 < SBS스페셜 > '리더의 조건' 편의 한 장면

6일 방송된 < SBS스페셜 > '리더의 조건' 편의 한 장면 ⓒ SBS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나 청담동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6일 방송된 < SBS스페셜 > '리더의 조건' 속 리더와 그 리더들이 이끌어 가는 공동체는 영판 딴 세상이었다. 보고 있자니 졸지에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화면은 남미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세상에나, 보기에도 '나 털털거려요'라고 써있는 듯한 중고 자동차에, 대통령궁이 아닌 난방도 안 되는 허름한 농장에서 생활을 하며 출퇴근을 하는 호세 무히카, 이 사람이 우루과이의 대통령이란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머리 세팅은 커녕 가방에서 빗 하나를 꺼내 쓱쓱 머리를 빗고 한국에 방문해서도 스스로 다림질을 하는 핀란드의 할로넨 대통령에, 미국을 덮친 금융 위기 속에서도 단 한 명의 직원에 대한 감원 없이, 연말 '약간의 손실을 보았다'면서도 웃으며 상여금을 주는 s.a.s의 리더 짐 굿나이트 도 있다.

어디 먼 나라 외국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마음대로 출근하고, 꼭 7시간만 일하고, 일과 시간 중에 수영이든 티타임이든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꿈의 복지'를 실현하는 직장이 한국에도 있단다. '혼자 견디는 힘이 없이는 살아서 건널 수 없는 거친 현실'이 당연한 세상에서, 맞닥뜨리는 유토피아라가, 있었다.

가난한 노인들과 장애 아동을 불러 함께 담소도 나누고, 사진도 찍는 송년 파티를 벌이는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소비'하느라 보내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서, 오히려 부유한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정치 철학 역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란다. 적어도 가난한 사람들이 그 때문에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핀란드의 할로넨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혼모 출신이던 그는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에는 어린 딸을 데리고 등원했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임 기간인 12년간 육아 등 오늘날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의 복지 정책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s.a.s의 짐 굿나이트도 다르지 않다. 조직의 위기가 다가왔을 때 도마뱀 꼬리처럼 직원들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존함으로써 오히려 직원들이 회사의 위기에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는 경영 철학을 피력하고 있다.

이런 리더들 보고 있자니...'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네

 6일 방송된 < SBS스페셜 > '리더의 조건' 편의 한 장면

6일 방송된 < SBS스페셜 > '리더의 조건' 편의 한 장면 ⓒ SBS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이 먼저 드는가? '저런 리더를 뽑았어야 해', 아니면 '(내가 소속된 조직에서) 지금의 리더가 저런 깜냥이 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 게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 하나, '리더는 개천의 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핀란드의 정치 평론가는 말한다. 핀란드의 국민들이 완전 복지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할로넨 대통령을 선택했고, 할로넨 대통령은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고 말이다. 

만약 한국이라면 어떨까, 대통령이 허름한 곳에 살면서 청와대에 출퇴근한다면? 실제로 이번 대선 기간 중에 '청와대 개방론'이나 '대통령 집무실 이사' 등의 의견이 나왔을 때 반응은 어땠는가? 한국의 대통령 후보가 '오로지 가난한 사람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다'고 하면, 걱정 많은 한국 사람들은 대뜸 '그 돈은 어디서 대고?'라고 반문하지 않을까? 혹, '대통령이 그렇게 편협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을까?

경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할로넨 대통령은 당당하게 말한다. '당신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만약 우리 대통령이 그랬다면, '경솔하다'는 평부터 나오지 않을까? '전국민의 대표성이 없다'고 헐뜯지 않았을까?

경영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 같이 살아보자'는 경영인이 있다면 그 반응이 어떨까?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진 않을까?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지, 무슨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하지 않을까? 그리고, 묻고 싶다. 바로 '나 하나 잘 살고 보자' 혹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뒤틀린 이기주의가 우리의 지금을 만들지는 않았을까. 

'리더의 조건' 편에 등장한 리더들이 신기하고 부럽다는 생각에 앞서, '저 사람들이라도 이곳에 오면 과연 그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었을까'는 의문이 든다. 여론과 기득권의 뭇매에 실패한 지도자로 남기 십상이지 않을까? 아니다. 요즘 봐서는, 애초부터 '퍼주기'니 '좌파'니 하면서, 뽑힐 가능성조차 요원하겠다 싶다.

SBS스페셜 리더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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