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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600명인 산골마을에서 겨울축제를 열었다.
 인구 2600명인 산골마을에서 겨울축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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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고작 2600여명인 작은 마을 화천군 간동면. 이 작은 마을에서 겨울축제를 열었다. '바로파로 축제'. 파로호 인근에 위치해 있기에 (망설이지 말고) 바로 파로호로 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마을축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유는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어렵다는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이 마을로 가려면 춘천에서 해발 600m 높이의 배후령 고개를 넘거나 화천읍내에서 꾸불꾸불 파로호 주변으로 형성된 지방도를 돌아 들어가야 했다.

이유는 또 있다. 겨울철 축제이다 보니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산천어축제와 시기가 중복된다는 점이다. 많은 관광객들은 산천어축제만 기억하지, 조그만 산골마을에서 여는 축제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 축제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이유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배후령 터널이 개통되면서 춘천에서 이 마을까지 15분 이내면 접근이 가능해졌다. 폭설이 내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기를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시기보다 앞당기고, 뭔가 차별화를 찾는다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지난 12월초, 이 마을사람들은 축제의 활성화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주차장확보, 낚시터 입장료 책정, 농산물 판매 방법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바로파로, 에너지 절약 모범 축제?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종목인 눈썰매. 파로파로 축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종목인 눈썰매. 파로파로 축제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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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에서 윷놀이? 이 이색적인 프로그램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얼음 위에서 윷놀이? 이 이색적인 프로그램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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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온 세상에 백설기 가루를 뿌리는 듯 흰눈이 펑펑 내리던 날, 바로파로 축제장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느낀 건 면단위 작은 축제가 아닌 듯 했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알차게 꾸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 주변 여건을 이용한 겨울축제들은 경쟁적으로 얼음낚시를 주된 테마로 정한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낚시터는 산천어를 비롯해 송어, 빙어로 구분했다. 관광객 기호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힌 거다. 사실 빙어낚시는 송어나 산천어 낚시와는 방법부터 다르다. 송어나 산천어는 인조 메탈미끼를 흔들어 물고기를 유인하나 빙어는 부력이 민감한 찌에 미끼로는 구더기를 달고 찌가 아래로 내려갈 때 챔질을 한다. 따라서 낚시의 묘미를 빙어낚시에서 찾는 사람들도 많다.

주위를 둘러보니 얼음낚시 외에 얼음썰매, 눈썰매, 윷놀이 등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낚시터 입구에는 장작불을 피웠다. 낚시를 하거나 얼음썰매, 눈썰매를 즐기던 관광객들이 언제든 몸을 녹이거나 잡은 물고기를 호일에 싸서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한 배려 같았다.

"타 축제와 다른 점이 뭐 같아요?"
"솔직히 특별하게 이렇다 할만한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요."

라광배 간동면장의 질문에 난 그렇게 대답했다. 실제 마을사람들로 구성된 도우미, 군 장병, 관광객 등 특이할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라광배 간동면장. 축제를 통한 에너지 절약 및 한우농가 돕기를 구상했다.
 라광배 간동면장. 축제를 통한 에너지 절약 및 한우농가 돕기를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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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의 설명은 이랬다. 지난해까지 가장 큰 문제가 각 부스별에 소요되는 난방용 기름값이었단다. 축제기간 한 달 동안 무려 1800만 원 정도의 유류대가 발생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번 축제에는 난방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다고 말한다.

금년 겨울은 날씨가 더 추워질 거라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냐고 묻자, 프로그램 부스마다 설치된 난로를 가리킨다. 난로는 드럼통을 이용해 연기가 연통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 구조로 만들었다. 연료로 사용될 나무는 공사장에 버려진 것들을 주워왔다. 그러니 연료비는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라광배 면장의 설명이다.

실내 나무난로, 화력은 강하지만 나무가 적게 들어가는 것이 장점이다.
 실내 나무난로, 화력은 강하지만 나무가 적게 들어가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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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에 쓰일 나무, 인근 공사장에서 버린 목재를 사용한다. 따라서 연료비는 제로에 가깝다.
 난로에 쓰일 나무, 인근 공사장에서 버린 목재를 사용한다. 따라서 연료비는 제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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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인근에 버려지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나무들을 연료로 쓴 다는 것은 어린 아이들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 올 겨울은 부족한 전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거라는데, 산골마을에서부터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 나간다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축제기간 동안 지역 한우 한 100마리 정도 팔았으면 좋겠다

이 바로파로 축제의 특이점은 또 있다. 축제장 입구에 설치된 한우 구이터. 물고기를 이용한 축제장 한 모퉁이에 한우 구이터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다소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설치 배경을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최근 한우 가격이 하락세다. 소규모로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는 소를 키우지 않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란다. 그래도 혹시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 소규모 한우농가의 현실이다.

이에 간동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축제장에 한우 구이터를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즉 지역 한우 농가에서 시중가 보다 비싼 가격으로 한우를 구입하고, 관광객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자는 거다. 중간 마진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쩐지 맛이 참 신선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사실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소고기는 기간이 오래 지난 것도 있기 때문에 신선도나 맛 쪽에서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축제장 한우 구이터에서 판매하는 지역 한우, 신선함과 맛이 뛰어난게 특징이다. "이정도면 시중에서 8만원을 받는데, 이곳에서는 5만 원이면 된다"고 운영위원장은 말했다.
 축제장 한우 구이터에서 판매하는 지역 한우, 신선함과 맛이 뛰어난게 특징이다. "이정도면 시중에서 8만원을 받는데, 이곳에서는 5만 원이면 된다"고 운영위원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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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밖에서 구워먹는 한우 맛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한겨울 밖에서 구워먹는 한우 맛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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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전문가인 이종석 바로파로 축제 위원장의 말이다. 또 그는 "축제는 즐겁기 때문에 축제다.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 행복한 축제가 되도록 운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1월5일부터 산천어축제가 열리는데 관광객들이 그쪽으로 몰리면 이곳이 너무 한산하지 않을까 염려 되는데요." 
"산천어축제장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의 경우 오전에 매진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새벽에 부산이나 대구 등 아래지방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왔는데, (매진으로) 축제장에 못 들어가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이쪽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해 볼 계획입니다."


작은 산골마을의 축제. 가족단위로 조용한 추억을 만들려면 이곳 바로파로 축제를 추천해 본다. 

바로파로축제장 안내도
 바로파로축제장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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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파로 축제 개요
○ 축제기간 : 2012. 12. 28~ 2013. 2. 12(47일간)
○ 장      소 :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말골 수중보 상류)
○ 주요프로그램 : 얼음낚시,눈썰매,얼음썰매,얼음축구,민속놀이 등
○ 낚시터 입장규모 : 산천어,송어낚시터(2000명), 빙어낚시터(500명)
○ 입장료 : 성인 1만2000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8000원)
※ 입장료를 내면 5000원권 상품권을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어른 입장료는 7000원, 어린이는 3천원인 셈이다.



태그:#화천, #간동면, #바로파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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