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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기사를 편집하다 보면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다. 멋진 풍경을 담은 여행 기사나 침이 절로 고이는 맛집 기사를 볼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인다. 지금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처녀 제주착륙기'를 볼 땐 엉덩이가 아니라 마음이 들썩거렸다. '이렇게 사는 게 진짜 사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귀향이나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이는 별로 없다. 도시에 익숙해진 삶,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더욱 그녀가 부럽고 궁금했다. 어떻게 '연봉 5000만 원(!)'을 버리고 도시를 떠날 수 있었는지,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이게 이번주 '찜 e 시민기자'에 조남희 시민기자를 선정한 이유다. 제주도 향기가 물씬 나는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을 독자여러분께 소개한다.

☞ 조남희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요즘은 감귤수확하러 다녀... 오름·바다 볼 때마다 위로 받아"

'서울처녀 제주착륙기'를 연재 중인 조남희 시민기자
 '서울처녀 제주착륙기'를 연재 중인 조남희 시민기자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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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희 시민기자를 처음 본 분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서울이 고향이고,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다 금년 여름 제주도로 이주해온 33세 처자입니다. '서울처녀 제주착륙기' 기사를 통해 제주살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 안녕하우꽈~(제주말로 '안녕하세요') 제주도 하면, 사투리가 먼저 떠오른다.^^ 기사에도 마을분들과의 '소통'의 어려움이 담겨있던데… 제주말은 많이 느셨나?
"말을 하라고 하면 부끄러워서 잘 못하겠는데, 알아듣는 건 확실히 처음 왔을 때보다 나아진 것 같다. 도민들 만날 때마다 제주말을 듣게 되는 기회가 있으면 귀를 기울여 듣고 배우려고 노력한다. 현기영 소설 등 제주말이 많이 나오는 책을 통해서도 많이 배운다."

-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던 때와 삶의 패턴 자체가 다를 것 같다. 하루 일과가 어떤지.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에 다니는 게 아니다보니 서울에서와는 많이 다르다. 요즘은 감귤농장에 감귤수확하러 다닌다. 다른 농사일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볼 생각이다. 아마 내년초부터는 출근을 할 것 같지만 그 전까지는 이렇게 지낼 것 같고, 직장 일을 하면서도 제주도에서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한다.

일이 없는 날은 책을 읽거나 기삿거리를 생각하고 정리한다. 역사, 문화, 문학 등 제주도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그리고 관련된 곳을 직접 가본다."

- 제주도 정착을 결심했을 때 여자 혼자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으셨나? 요즘은 뭐라고 하시나?
"원래 좀 저지르고 보는 편이라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으시다. ㅋㅋ 초기에는 걱정이 많으셨는데 지금은 괜찮다. 제주도 남자를 만나 자리를 잡으라는 것이 내게 주신 숙제랄까. 최근에 서울 집에 들렀을 때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선거 얘기하면서 험악해질 뻔했다. 아, 최근에 SBS 제주 이민자들 관련 주제의 방송프로그램에 나온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좋아하셨다. 아마 그것도 좀 부모님께 먹힌 것 같다." 

- 제주에 정착하는 데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무언가?
"솔직히 지금도 '정착'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기는 몇 년을 살아도 '정착'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우선 전혀 연고가 없으니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이다. 일자리 자체도 부족하고 관광과 서비스업종이 대부분이다. 수입도 육지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낮은 수준이다. 마음이 가는, '땡기는' 일을 하려고 하다보니 쉽지 않다. 지출도 확 줄여야한다. 이제는 익숙해져가는 중이다."

- 그럼에도 '제주도 오길 정말 잘했다' 하는 순간이 있다면?
"복잡하지 않고 시끄럽지 않아서 좋다. 제주의 자연은 치유의 힘이 있다. 오름을 오르고, 하늘과 바다를 볼 때마다 위로를 받는 것 같다. 항상 쫓기고 치여서 살던 때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다. 제주도를 하나하나 알아갈 때도 그때마다 재밌고 즐겁다." 

- 반대로 '연봉 5000만 원'을 포기하고 온 게 후회될 때는 없나?
"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 여기서도 알게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육지(서울)에 있는 얼굴들이 그립기도 하다. 과정이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민들이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분인 것 같은데, 각자 해소할 방법을 마련하고, 극복해가는 것 같다.

월급받던 날이 왜 그리울 때가 없겠는가. 그래도 다시 그 속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그때보다 적게 벌고 조금 외로워도 지금이 내 정신, 육체적 건강에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거다. 제주도 살면 모든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오진 않았다."

"제주도 알아가는 여행도 재미있어... '대방어'가 제철"

조남희 시민기자
 조남희 시민기자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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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도시를 떠나 살고 싶어 하지만 여러 이유로 주저한다.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부분'일 텐데. 제주 정착 후 무엇으로 생활해 나가는지, 팁을 하나 준다면?
"솔직히 현재까진 벌어놓은 돈을 많이 까먹었다. 안 그럼 이 추운데 감귤을 따겠나. 농담이고, 앞으로 변화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우선 현재 제주도의 일자리나 급여 수준이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하겠다는 사람도 많은데, 현재 너무 난립을 해서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일'에 대한 개념도 제주도는 좀 다르다. 여기는 옛날부터 환경이 척박하고 살기가 팍팍해서 어르신들도 아침밥 먹기전부터 밭에 나가 일하는 것이 생활화된 땅이다. 제주도 여성들은 '반농반어'라 해서 한달의 반은 농사일을, 나머지 반은 물질(해산물 채취)을 했다.

이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직업에 귀천이 없고 몸을 놀리지 않는 것이 흉이다. 도시에서와 같은 수준의 소득과 환경을 기대하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귀촌이든, 귀농이든 착실히 준비해 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용눈이 오름과 다랑쉬 오름 기사 잘 봤다. 이곳 말고 제주도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곳을 소개해주시라. 또 제주살이에 큰 변화 중 하나가 '먹는 것'이라고 썼던데. 요즘 제주도에서 제철인 음식을 추천해준다면?
"개인적으로 보물같은 곳이라면 김영갑 갤러리인데, 최근 기사에 써버렸다. 얼마전에 구좌읍 세화리에 다녀왔는데 좋았다.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운 건 기본이고, 마을의 역사를 생각하며 돌아보니 재미있었다. 구좌읍 세화리, 하도리, 종달리 일대의 해녀들이 중심이 되어 1932년 1월에 전국최대 규모인 연인원 1만7000명의 항일시위가 있었다. 먼 '변방'에서 일어난 일이고,  당시 시위의 중심세력이 좌파여서 묻혀버린 측면이 있다. 마을에 있는 해녀박물관도 재미가 있고 역사를 배울 수 있다. 관광지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제주도를 알아가는 여행도 재미가 있다. 제주는 거의 전역이 4·3사건 관련 유적지라 일종의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이 방어 제철이다. 모슬포 방어축제는 이미 지나갔지만 현지 도민들은 방어를 지금 먹는다. 10kg넘는 대방어를 쳐준다. 방어는 두툼하게 썰어먹는데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육질이 최고라고 한다. 실은 나도 아직 못 먹어봐서, 아는 도민분이 방어 먹는다고 연락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먹어보고 어떤지 얘기해주겠다."

조남희 시민기자의 모습
 조남희 시민기자의 모습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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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쓴 기사 중 어느 기사에 가장 애착이 가나? 이유는?
"첫 기사 쓸 때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글을 잘 못쓰니 힘들긴 매한가지긴 하지만. 첫 기사를 쓰면서 이것저것 돌아보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게 기사가 되나 싶어 자신이 없기도 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고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분이 해준 말이 격려가 됐다."

- 기사에 대한 이웃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마을 이웃분들은 사실 잘 모르신다. 마을 근처에 사시는 분들 중 기사를 보신 분들이 한라산 소주 한번 먹자며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제주도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기사를 본 나와 같이 육지에서 온 이주민들을 만나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 지금까지 정착기를 썼는데, 역으로 '제주 탈출기' 같은 걸 쓸 날도 있을까? ^^ 아니면 영원한 '제주도민'으로 살게 되는 건가?
"탈출기까지는 아직 모르겠고… 상경기를 먼저 쓸 것 같다. 아직은 탈출하고 싶지 않다. 제주도를 이제 조금 알겠다 싶을 때까지 몇 년 걸릴 것 같다."

- 끝으로 독자나 편집부에 하고 싶은 말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가끔씩 쪽지를 보내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께 특히 이 자리 빌어 감사 인사 드립니다. 제주도로 놀러오세요. 서울보다 안 춥습니다. 항상 고생하시는 편집부 분들도 한번 대평리에 초대해야겠네요.^^"


태그:#찜 E시민기자,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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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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