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방송국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16일 대선 후보 3차 TV 토론은 이정희 후보가 갑작스럽게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토론으로 진행되어 두 후보간 변별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박근혜 후보의 좌클릭 행보로 인해 두 후보간 공약에서 차이가 없는 듯 보였지만, 자유토론 비중이 높아져서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3차 TV토론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여성, 교육, 범죄 예방 등을 주제로 진행됐기 때문에,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후보의 강점이 부각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3차 토론에서 보여준 박근혜 후보의 여성에 대한 식견이라는 것은 기대 이하였다. 그 중 박근혜 후보의 헛발질의 백미를 뽑자면 뭐니뭐니해도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경찰 조사가 여성의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발언이었다.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만 걱정?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국정원 여직원을 2박 3일 동안 감금하면서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가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을 듣는 순간, '여성'이나 '인권'이라는 말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정원 여직원은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다는 작업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거법 위반인 동시에, 국정원에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도 큰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 여직원은 출동한 경찰의 조사 요구에 불응하여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대치하고 있었다. 감금한게 아니라 스스로 잠금 상태를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맞는 내용이다.

만약 그 국정원 여직원이 정말로 떳떳했다면 바로 경찰 조사에 응하면 되는데, 2박 3일이나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국정원 직원이 일개 경찰을 무서워해서 피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이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를 단순히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침해',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로 만들어버렸다. '여성'이라면 아무리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다고 해도 다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 '준비된 여성대통령' 박근혜식 여성관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 '여성'의 일이라면 뭐든지 발 벗고 나서 걱정하시는 분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김소연 후보가 지난 15일 청와대 앞 유세 도중에 경찰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여성 대통령 후보가 선거운동 도중에 경찰에게 폭행당해서 눈 부위가 골절당하는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서 박 후보는 왜 한마디도 없는지 의아하다.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침해까지 걱정하는 박근혜 후보가 도의적으로 여성의 인권침해에 대한 논평이라도 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희망버스의 주인공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인권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가 무슨 언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김 지도위원은 여성의 몸으로 309일 동안 크레인농성을 벌였다. 농성이 장기화되자 경찰이 밥과 물, 전기 같은 생필품을 끊어서 국제인권단체로부터 비난성명이 쏟아지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 앞,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여성에 대한 관점이 없는 박근혜 후보는, '권력'을 '여성'으로 치환하는 기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유신정권의 퍼스트레이디로서, 현재는 여당의 대통령후보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대한 성찰 없이 자신을 끊임없이 '여성'으로 '피해자'로 치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 그것도 여론조작 및 불법선거운동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마저도 '여성'으로, '피해자'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박근혜의 여성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기편의적이며, 모순적인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박 후보의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침해를 걱정하는 발언의 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경찰은 16일 TV토론이 끝나고 나서 밤11시  갑자기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로부터 받은 데스크톱과 노트북에서 40여 개나 되는 ID·닉네임을 발견했지만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된 댓글은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의 현실에는 무지한 박근혜 후보

이날 TV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에게 "6인 병실에 가본 적이 있느냐, 최소한 4인 병실은 되어야 한다"고 묻자 "6인 병실인지, 4인 병실인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구요" 라는 박근혜 후보의 답변은 그가 여성의 현실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가족이 담당하든, 전문 간병인이 담당하든 대부분 여성이 맡는다. 좁은 6인 병실에서 간병인들은 환자의 침대 옆 좁은 보조침대에서 쪽잠을 잔다. 병실의 크기와 환경은 환자의 질병 치유에 중요한 요인일 뿐 아니라, 이를 간병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는 이를 가볍게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후보가 1인당 사교육비가 24만원에 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서,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의 폐해를 제기했을 때에도 박근혜 후보는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교육비는 모든 부모들의 특히 어머니들의 골칫거리이다.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마트 계산원으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어머니들이 상당수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 교육은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다.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에 가기 위해 따로 학원을 다니고 전문과외를 받으면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특목고 등은 학생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며 사교육비 지출 등을 통해 가정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는 여성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미 있는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여성이 행복해질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는 교육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에 대한 설명보다는 문재인 후보에게 전교조와의 관계만을 추궁해 여전히 구태의연한 이념 논쟁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열린 사회·교육·과학·문화·여성 분야 후보자 초청 3차 토론회에 앞서 준비한 자료를 보며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여의도 KBS에서 열린 사회·교육·과학·문화·여성 분야 후보자 초청 3차 토론회에 앞서 준비한 자료를 보며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여성 대통령을 원하지만...

필자가 부산 출신이다 보니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전부터 문재인 후보에 대한 일화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친구의 어머니는 문재인 후보의 열혈팬이다. 이유는 과거 문재인 후보가 인권변호사 시절 여러 차례 법률상담을 해주었던 사실 때문이다. 친구 어머지는 남편의 외도와 폭력 등으로 이혼을 고민할 때, 문재인 후보가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지금도 자주 하신단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5.18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으로부터 6억을 받았다거나, 대선 기간 특급호텔에 지내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고 있다거나, 어머니들과 소탈하게 대화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비서가 포크와 나이프를 가져다주지 않으면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하는 것들이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의 딸로서, 과거 유신정권의 퍼스트레이디로서 한 번도 그 특권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일화들이다. 

한국 사회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등장한다는 데 반대할 여성들은 많지 않다. 사실 그 누구보다도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 대통령'을 내걸려면 적어도  여성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거나, 여성 문제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야 되지 않을까? 문제는 누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여성의 입장을 지지했고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 싸워왔는가 하는 점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한다고 하면서 정작 반값 등록금 시행을 가로막는 사학법 개정에는 반대하고, 아이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하면서 아이들의 급식비, 보육비를 지원하는 무상보육, 무상급식은 반대하는 박근혜 후보.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 자질은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하는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그가 보여운 지금까지의 정치행보에서 이미 드러난다.  박근혜 후보의 정치 인생과 행보는 여성의 삶과 인권과는 동떨어져 있는데 지금 와서 여성을 중산층을 위한다고 하면 과연 누가 그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태그:#3차 대선 토론, #국정원 여직원 사건, #박근혜 후보, #준비된 여성대통령, #국정원 여직원 인권 침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