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을 위한 자본주의는 '최후의 제국'으로 남을까

1%만을 위한 자본주의는 '최후의 제국'으로 남을까 ⓒ SBS


"세상의 돈은 도시로 향하고, 사람들은 부나비처럼 도시로 향한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 상위 1% 사람들이 전체 소득중가분의 93%를 차지하는 세상. 돈 있는 사람들은 최고급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돈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먹일 모유를 판다. 우리는 이런 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

떠오르는 이슈 '자본주의' 

경제 대국, G2라 불리는 중국과 미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아니, 위에 열거한 이야기는 이들이 처한 상황이다. 한쪽이 부를 축적하는 동안 한쪽은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행복을 잃었다. 자본은 가난한 사람에게 돈과 은행을 탓하지 말라고 한다.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가난은 개인의 잘못이니까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선 청소부 보조라도 시켜 임금을 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사회는 이분화되는 자본주의의 현주소다.

EBS가 5부작 다큐멘터리로 자본주의의 문제를 꼬집은 지 두 달 남짓. SBS도 자본주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시작했다. 지난 18일 <최후의 제국-제1화 최후의 경고>를 시작으로 총 4부작을 방영할 예정인데 첫 방송에서는 우리가 직면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히말라야의 브록파 마을, 솔로몬 제도의 아누타 섬 등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EBS의 <자본주의>가 시청자를 가르치려 했다면, SBS는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듯하다. <최후의 제국>은 대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알기 쉽게 드러냈다.

"잔치도, 선물도 모두 돈으로 해결되는 세상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다. 돈은 우리에게 힘을 주었지만 많은 가치를 가져갔다"

 자본주의의 꽃인 미국의 아동빈곤율은 21.9%, 5명 중 1명이 굶는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꽃인 미국의 아동빈곤율은 21.9%, 5명 중 1명이 굶는다고 한다. ⓒ SBS


돈이 준 사치를 즐기느라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긴 중국 엄마와 어릴 때부터 엄마의 향기를 알게 해주는 브록파 마을의 엄마. 아동 빈곤율 21.9%, 5명 중 1명이 밥을 굶는 미국 아이들과 부모가 죽으면 친척이나 이웃에 입양돼 밥을 먹는 '식구'가 되는 아누타 섬의 아이들. 이러한 상황의 대조는 특히 '아이'라는 대상을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깊은 감정적 몰입을 유발한다. 아이들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가 관건

자유라는 이름으로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와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풍족하진 않아도 나누며 사는 사회를 보여주는 이 방송의 의도는 분명하다. 함께 사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실제적인 대안일까.

 아누타섬의 아이들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아누타섬의 아이들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 SBS


거칠고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3000년이 넘도록 종족을 유지해 온 이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함께 어울려 사는 것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태도이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는 자본을 배제한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 산다. 외부와 고립된, 태초의 인간에 가까운 삶을 사는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야 많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적용한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는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남은 세 번의 방송에서 <최후의 제국>이 보여줄 대안이 어떤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1회에서처럼 보기 좋은 그림의 나열에서 끝난다면 그것은 그저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후의제국 S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TV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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