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많이 개봉하고 있다. 지난달 13일에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개봉 첫주에는 힘을 못 받다가 추격적 탄력을 받아 개봉 3주째인 지금 전국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들였다. (영진위 기준) 지난달 20일에 개봉한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전국 12만명이 넘었고,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개봉 첫주(지난달 27일 개봉)에 20만명을 돌파했다. 마치 인기 애니메이션 한 작품의 관객수를 세 작품이 고르게 나눠가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애니 3파전'의 중간 평가를 내려보았다.

<늑대아이>...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 진정성으로 허물어뜨리다

 <늑대아이> 스틸.

<늑대아이> 스틸. ⓒ Toho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난 이들 중에 손수건이나 티슈를 지참하라는 조언이 나오곤 했다. 기자 역시 이 작품을 보고나서 울음을 터뜨렸으며,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늑대인간과의 사랑으로 인해 반늑대 반사람인 두 어린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젊은 엄마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릴적 자신의 모습과 어린 자신을 키워주시던 젊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늑대아이>는 개봉 초기에 관객들의 반응이 크지 않았다. 사실 생각보다 더 픽션적 재미보다는 육아와 사랑의 본질이라는 현실속 키워드들에 대해 상당히 집중한 작품이라 단순히 재미난 일본 애니메이션을 기대한 이들에게 재미의 포인트를 쉽게 주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 작품에 담긴 진정성(어머니에 대한 순수한 존경)을 인식한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관람하게 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보다 명성이나 작품의 재미적 부분에서 아직은 약하다고 할수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이 작품은 꽤 흥행하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의 엔딩송이자 주제가인 '어머니의 노래'는 그 곡조와 가사가 심금을 울린다. 가사를 조금만 옮겨보면 "아직 보지 못한 너를 만날 수 있기를 배를 쓰다듬으며 언제나 기도했단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후우~ 후우~ 어떤 목소리를 하고 있을까? 커다란 눈이 나를 비추고 눈물 방울이 볼에 떨어진다..." 이처럼, 어머니의 아이에 대한 마음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주제가 역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작사했는데, 어떤 관찰력과 표현력을 가졌기에 주위 사람들 중에 엄마가 되는 사람들을 보고 이런 작품에 가사까지 쓸수 있는지, 같은 남자로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같은 감성은 세상의 모든 미혼남성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미취학 아동 관객들이 좋아할만하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스틸.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스틸. ⓒ Telefonica Producciones


당신이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봐왔다면 이 스페인 애니메이션에 생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신의 나이가 15세 이상이라면 중간중간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잡혀 있는데, 그걸 끌고 가는 힘이 조금 약한 모습을 보인다. 크게 세 가지 원인 때문인 듯 하다. 미국 애니메이션을 의식한 각본, 절정에 이르기 전까지 다소 루스하게 행해지는 편집, 화면을 풍성하게 채워주지 못하는 배경음악이 그것이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큰 제작비를 들였고, 제작국가인 스페인 내에서도 흥행한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테드(영문 표기는 TAD다. '19곰 TED'와 혼동하지 말 것)는 다섯살 때부터 고대 유물이나 유적을 발굴해온 고고학계의 숨은 인재. 어느날, 아는 교수가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유물과 유적지에 찾아가야 하게 되고, 엉겁결에 테드가 교수 대신 가게 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하하와 보라가 맡은 더빙은 한마디로 '무난하다'. 하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여겨지다가 중반 이후 '무도'의 하하 느낌이 나기도 한다. 보라는 다른 것보다 대사를 정확히 발음하는데에 중점을 둔 듯 했다. 작품 속에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벙어리 앵무새와 페루 가이드 아저씨는 출중한 매력을 뽐낸다.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스페인 아저씨들의 삶을 엿볼수도 있으며, 남미대륙에 위치한 페루의 거리 모습과 어릴적 배우곤 하는 잉카 문명지를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중반에 조금 밋밋했던 분위기는 <인디아나 존스>를 참고한 듯 보이는 절정의 '유적지 액션신'에서 상당부분 만회가 된다. 다만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많이 접해온 사람들이라면 애나 어른이나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할수 있다. 결국 미취학 아동들과 아동들의 부모님 관객분들이 순전히 아이를 위해 관람하기 가장 적당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디즈니+픽사 파워', 아직 죽지 않았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스틸.

<메리다와 마법의 숲> 스틸. ⓒ Walt Disney Pictures


픽사의 전설과도 같은 <토이 스토리>가 개봉한지 벌써 십수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CG애니메이션의 감동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이어서 거의 해마다 국내 극장가를 찾았던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본편 시작전 상영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재미도 주었고, 무엇보다 그 재미와 작품성에 있어서 만족스러운 작품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업> <카> <인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등 픽사의 새로운 시도와 모험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신궁' 메리다 공주님이 우리 곁을 찾아오셨다.

메리다를 보면 워낙 능력도 뛰어나고(활쏘기), 당당하고 긍정적이어서 요즘의 한국 여성을 모델로 창조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붉은 곱슬머리가 화제였지만,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메리다의 머릿결 뿐 아니라 스코클랜드의 자연 풍경이나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게서(곰을 포함한) 과연 CG애니메이션에 있어서 픽사를 앞설 존재가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그래픽을 자랑한다. 예고편에서 본건 아직 다 완성이 되지 않은 그래픽 이었던 것이다. 본편에서 보여주는 영상은 분명 기대 이상의 그것이었다.

가족애와 자식의 독립, 그리고 인생에 대해 다룬 이 작품은 흥행이 어떻게 될지가 관심사였다. 이전 '디즈니+픽사 작품'에 비해 이번 작품은 다소 약하다는 반응이 있어서였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아직까진 '디즈니+픽사 파워'가 사라지지는 않은듯 보인다. 가장 많은 어른과 아이 관객들이 이 작품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확실히 픽사도 새로운 스토리보다 기존 스토리에 현실을 담아 패러디화 하는 요즘 트렌드를 의식했다. 디테일한 재미보다는 그저 보며 즐길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런 픽사의 움직임이 실망스러운 시대와의 타협이라고 여겨지는 관객은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 별로겠지만, 그런 픽사의 움직임을 요즘 관객의 니즈에 부합하고자 한 노력이라고 여기는 관객은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긍정할 것이다.

<늑대아이> <테드 애니메이션> <메리다..>. 앞으로도 이 세 작품의 흥행 추이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거기서 요즘 관객들이 대중문화에서 원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파악해본 바로는 요즘 관객들은 <늑대아이>처럼 섬세한 감동과 <테드 애니메이션>처럼 부담없이 웃을수 있는 재미, <메리다..>처럼 단순하고도 즐거운 스토리를 볼만하게 펼쳐낸 것 등에 끌린다. 국내의 대중문화계 전문가들이 한번쯤 참고해봐도 나쁘지 않을듯한 현실이 아닐까 싶다.


늑대아이 테드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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