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 <패티김쇼> 녹화 현장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 <패티김쇼> 녹화 현장 ⓒ JTBC


'전설' '열정의 디바' 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1938년생,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패티김은 최고의 노래를 선보이며 관객을 감동케 했다. 공동 MC 신동엽의 짓궂은 질문에 "나이는 묻지 않기로 하자"거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는 등 유쾌하고 재치 있는 모습은 덤이었다.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JTBC <패티김쇼>의 첫 녹화가 있었다. 이를 위해 500여 명의 관객들은 일찌감치 현장을 가득 메웠다. 패티김은 이에 화답하듯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녹화에서 열정이 넘치는 모습으로 내내 분위기를 이끌었다.

"가까이 보니 잘 보여요" 투병중인 팬에 눈물 글썽인 패티김

첫 곡을 끝마친 후 "오늘 이 무대는 저에게 참 뜻 깊고 설레고 기쁜 무대"라며 인사를 건넨 패티김은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가사를 잊어 다시 한 번 녹화에 들어가야 했다. 여유로운 모습이었고, 기쁨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의 첫 녹화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굉장히 긴장되고 가슴이 벌렁벌렁해 죽겠다"는 말로 자신의 속마음을 대변했다.

하지만 패티김은 이내 '대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는 방송인만큼, '못 잊어' '가시나무 새' '예스터데이' 등을 부르는 패티김은 목소리에 세월을 한껏 실었다. 노래 중간 중간 "처음 미8군부대에 노래를 부르러 다닐 때에는 트럭 뒷좌석에 앉아서 먼지를 다 뒤집어쓰곤 했다" "팝송을 부를 때에는 무조건 한국말로 몇 마디를 불러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한국말 가사를 만들어 넣곤 했다"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한 세월을 살아간 팬들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패티김이 등장할 때부터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한 이들은 노래 중간에도 큰 박수를 보내며 패티김의 무대를 즐겼다. 손을 꼭 모으거나 야광봉을 흔들며 패티김의 노래를 경청하는 이들은 어느새 나이도 세월도 잊은 듯, 그 시절 소년과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 <패티김쇼> 녹화 현장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 <패티김쇼> 녹화 현장 ⓒ JTBC


이들 중 특별한 사연을 지닌 팬들도 있었다. 패티김의 공개방송을 보기 위해 회사를 빼먹다가 시말서까지 쓴 팬, 전국 곳곳을 누비며 패티김의 공연을 100여회 관람했다는 47년 된 팬의 사연은 잔잔한 웃음을 자아냈다. 눈물도 있었다. 당뇨 합병증과 위암으로 투병중인 데다가, 시력과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80대 팬의 사연에 패티김은 "안 보이신다고 하니 제가 내려가겠다"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객석으로 향한 패티김은 이 팬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는 "실물이 더 예쁘죠?"라며 농담을 던지긴 했지만, "눈·코 다 보인다, 목소리도 잘 들린다"는 팬의 감격어린 목소리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생전 얼굴 한번 못 볼 줄 알았더니 이렇게 만나 너무 감사하다"는 팬의 인사에 패티김은 "잘 싸우셔서 오래오래 사시고, 제 노래도 많이 들어 주세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는 인사 끝에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

다시 무대에 올라온 뒤에도, 패티김은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한참 후 "가슴이 찡하다"며 입을 연 그는 "한 팬의 아버님이 치매에 걸리셔서 식구들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데 TV를 보다 내 노래가 나오니 집중해서 노래를 듣더라고 하더라"며 "'누군지 아시냐'고 물으니 그분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며 '패티도 이제 많이 늙었다'고 하셨다더라. 그런 분들을 모시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즉석에서 팬의 신청곡인 '이별'과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을 부르며 이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나는 이 세상에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행복하다"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 <패티김쇼> 녹화 현장

1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JTBC <패티김쇼> 녹화 현장 ⓒ JTBC


"이렇게 다시 서서 노래하게 되니 기분이 좋다"는 패티김은 "저는 이 세상에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노래할 땐 너무나 행복해요"라며 충만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자신의 노래를 두고 "좋은 음악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들어도 좋다고 하는데, 제 노래도 50년 100년이 지나도 불후의 명곡 중 하나로 남지 않을까요"라며 음악 인생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1966년 TBC에서 <패티김쇼>를 통해 매일 30분씩 자신의 노래를 들려줬던 패티김은 세월을 돌아 다시 <패티김쇼> 카메라 앞에 섰다. 당시와는 방송 환경도, 팬들의 모습도 달라졌지만 패티김은 <패티김쇼>의 매력을 묻는 신동엽의 질문에 "우선 패티김을 볼 수 있을 것이고, 즐겁고 인간미가 흐르는 쇼를 진행해 가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총 16회로 이뤄진 <패티김쇼>에서는 동료 가수를 비롯해 아이돌·스포츠 스타 등 사회 각계의 명사를 초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패티김의 노래를 사랑하는 다양한 팬들 역시 <패티김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마지막 곡으로 '그대 없인 못살아'와 '사랑은 영원히'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선 생기가 넘쳤다. 전설이 '전설'로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JTBC <패티김쇼>는 29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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