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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바나나 보트를 기다리면서 논 대광해수욕장.
바다에 들어가서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에 임자도 사진으로 대신했어요.^^
 친구들과 바나나 보트를 기다리면서 논 대광해수욕장. 바다에 들어가서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에 임자도 사진으로 대신했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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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진짜 재미있는 곳이라는 걸 실감한 시간이었다.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모래를 가지고 놀았다. 서로서로 모래 속에 묻어주며 일명 '모래팩'을 했다. 모래가 쌓이면 쌓일수록 피부가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나름, 피부 좋아지라고 머드팩 대신 한 것인데, 효과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바나나 보트를 타고 바다 위를 달렸다. 정신없이 달리는 보트 위에서 친구들하고 서로서로 바닷물에 빠뜨리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발로 밀기도 하며 전쟁을 벌였다. 치열하게 했다.

"오∼ 넌 살아남았어?? 혼자 살게 놔둘 수는 없지!" 이럴 때는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친구들끼리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됐다. 서로 하나 되어 물에 빠지지 않은 친구를 멀리 던져 버렸다. 개인적인 변명, 사정 따윈 봐줄 이유가 없었다.

슬리퍼 쟁탈전도 벌였다. 내 슬리퍼만 빼앗기지 않으면 만사 오케이였다. 친구들의 슬리퍼를 빼앗아 힘껏 던졌다. 내 것도 빼앗겼다. 바다 멀리 슬리퍼를 던지다 보니 몇몇 친구는 슬리퍼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미안하긴 하다. 하지만 그땐 즐거웠을 뿐이다. 놀다 지쳐 바닷물에 반신욕도 했다. 짠물도 원 없이 마셨다. 아마 몇 달 동안 먹을 소금을 다 섭취한 것 같다. 친구들의 긴 머리카락이 소금에 절인 미역 같았다.

노을지는 풍경이에요.
 노을지는 풍경이에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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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정말 그런 것 같다. 난 원래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게 '아, 싫어.. 짠 냄새! 비린내! 피부의 적인데!' 등등이다. 그래서 인상부터 찌푸렸다. 가족들끼리 놀러 갈 때도 물이 무릎까지만 잠길 정도로 들어갔다. 노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정도였다. 친구들끼리 놀러갔을 때도 옷 갈아입기 불편할 것 같아 조심조심 놀았다.

하지만 이번 학교 수련회는 달랐다. 수련회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 동안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있었다. 나는 바닷가에 간다고 해서 '바닷가라면 할 게 뻔하지.. 기대하지 말고 나를 놓아버리자'고 자포자기했다. 나를 거의 다 버리고 갔다.

그 때문일까. 첫날 단체훈련 때 빼고는 나름 괜찮았다. 허나... 맘대로 씻을 수 없다는 것은 낭패였다. 하루 종일 땀을 흘렸는데도 바로 씻지 못했다. 몇 시간이나 기다린 후 공동샤워장에서 친구들과 다 같이, 그것도 단 5분 안에 씻고 나오라는 것이었다.

공동샤워장이란 것도 놀라운데, 나를 더 놀라게 한 건 물이 5분만 나온다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 '시작'하면 물이 나오고 5분 뒤에 멈추는 것이었다. 5분 안에 어떻게 씻으라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놀랐다. 내가 5분도 지나지 않아 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때 '아, 이게 수련회의 힘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대단한 수련회였다.

나는 그 바쁜 와중에도 친구들의 몸을 스캔하게 됐나보다. 샤워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친구들이랑 '너 이러더라? 저러더라?'하고 서로 놀리며 놀았다.

대광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논밭같아요!
 대광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이 논밭같아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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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놀고 씻은 후 자유시간을 누렸다. 저녁식사 후에 레크리에이션과 장기자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댄스부 친구들과 준비한 장기자랑을 다시 한 번 맞춰보았다. 친구들과 각자 가져온 과자를 모아서 먹기도 했다.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고 춤추며 놀았다.

장기자랑 시간이 되자 각 반에서 끼 있는 친구들이 다 나왔다. 개그, 춤, 노래 등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나도 댄스부 친구들과 준비해 온 춤을 추며 재밌게 즐겼다. 교관 선생님들이 노래 부르고 춤출 때 가장 웃겼다. 우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비가 온 탓에 캠프파이어는 무산됐다. 아쉬웠다. 그러나 사흘 동안 정말 재밌었다. 수련활동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힘들수록 서로가 하나 되고 기억에 깊이 남는다는 것이다. 단체훈련의 후유증이 5일 정도 갔지만 이것도 나름 추억일 것이다.

이번 수련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 서로서로 우정도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잊지 못할 추억도 하나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더욱 검게 변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겠지?

임자도행 철부도선이에요~
 임자도행 철부도선이에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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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슬비는 광주문정여자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태그:#학생수련회, #임자수련원, #문정여고, #문정여자고등학교, #임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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