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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한 양념통닭. 아이들은 오래만에 많이 많이 먹었습니다.
 먹음직한 양념통닭. 아이들은 오래만에 많이 많이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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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빠는 아이들과 잘 어울립니다. 아이들도 큰 아빠를 참 좋아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삼촌도 좋아하니 우리 아이들은 참 행복한 아이들입니다. 지난 19일 오전 예배를 마치고 막둥이가 큰 아빠 어깨를 주물러 줬습니다. 그러자 큰 아빠가 선물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큰 아빠 "팥빙수 먹을래? 통닭 먹을래?"

"오늘 팥빙수 사줄게."
"와~ 큰 아빠 최고! 큰 아빠 최고!"


막둥이 때문에 온 가족이 팥빙수를 먹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팥빙수보다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팥빙수 먹을래? 통닭 먹을래?"
"당연히 통닭이지요."
"그럼 오늘 저녁에 'OO통닭집'으로 온다, 알겠니?"
"알았어요!"

아이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막둥이는 1분 마다 "통닭" "통닭" 했습니다. 드디어 약속 시간이 돼 그 통닭집으로 갔습니다. 상가마다 꼭 들어서 있는 체인점이 아니라 동네 통닭집입니다. 1980년대 큰 형님 집에 오면 통닭을 시켜 먹었는데 아직도 그 통닭집이 살아 있었습니다. 34년 됐다고 합니다.

막둥이 1분마다 "통닭" "통닭"

"뭘 먹을까?"
"양념통닭요, 간장 치킨요. '특수 통닭'요!"

"막둥이가 먹고 싶은 간장 치킨은 없네."
"특수 통닭은 이 집 원조 통닭이네요."
"닭볶음탕도 있네."
"닭볶음탕은 어른들이 술 마시면서 먹는 건데..."
"그래도 밥하고 먹으면 맛있어요?"
"그럼 정합니다. 양념통닭과 닭볶음탕입니다."


큰 아빠가 통닭을 사주신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먹을 때까지 1분에 한 번씩은 '통닭'을 외쳤습니다
 큰 아빠가 통닭을 사주신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먹을 때까지 1분에 한 번씩은 '통닭'을 외쳤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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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문을 해놓고 보니, 아이들은 닭볶음탕을 좋아하는 데 큰 형님은 잘 드시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좋아하고, 어른은 좋아하지 않는 참 희한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큰 아이는 닭볶음탕을 보자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인헌이, 너는 맵고 짠 걸 잘 먹어서 큰일이다."
"맛있는데 어떻게 해요."
"그래도 조금 절제를 해야지. 맵고 짠 음식은 몸에 좋지 않아."


큰 아이 "나는 맵고 짠게 좋아요"... 이제 고쳐야

정말 큰 아이는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합니다. 절제를 시키는 데 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잘 먹습니다. 편식이 심하죠. 우리집에서 가장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내는 이런 큰 아이를 두고 자주 말합니다.

"너는 네가 먹고 싶은 것만 먹으려고 하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죠."
"서헌이와 막둥이는 그렇지 않잖아."

큰 아이는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합니다. 식성을 고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큰 아이는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합니다. 식성을 고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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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매운 것을 잘 먹습니다. 걱정입니다
 큰 아이는 매운 것을 잘 먹습니다. 걱정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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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는 우리집에서 식성이 가장 좋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골뱅이'도 잘 먹습니다. 아빠가 먹고 싶어 골뱅이를 하나 사면 반드시 자기 것도 사야 합니다. 사지 않으면 금새 시무룩해집니다. 우리집에서는 자주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딸 "회도 잘 먹고, 골뱅이도 잘 먹으니 통닭은 당연히"

"아빠만 골뱅이 드시면 어떻게 해요. 나도 먹고 싶어요."
"서헌이 너 같은 아이는 없을 거다. 친구들에게 물어봐라. '너희들 골뱅이 먹을 줄 아니'라고."
"그래도 나는 골뱅이가 맛있어요. 골뱅이 언제 먹을 거여요?"

이렇게 먹성 좋은 아이니. 통닭은 당연한 일입니다.

무엇이든 잘 먹는 딸. 큰 아빠가 사 주신 통닭을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무엇이든 잘 먹는 딸. 큰 아빠가 사 주신 통닭을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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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까지. 아이들 먹성은 놀라웠습니다
 닭도리탕까지. 아이들 먹성은 놀라웠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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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볶음탕과 양념통닭을 다 먹은 후 다들 배가 고픈 눈치입니다. 큰 아빠는 통 크게 인심을 또 씁니다.

"닭볶음탕과 양념통닭 한 마리로는 모자라요"

"통닭 한 마리 더 시킬까?"
"예!"

"그럼 이번에는 뭘 먹지?"
"양념과 특수통닭 반반요!"

아이들 선택은 반반이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체인점 치킨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가는 체인점 치킨들이 점령해버려 이제 동네 통닭집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34년 된 이 집이 문을 닫지 않고, 우리 가족이 한 번씩 통닭이 먹고 싶을 때 찾아가도 그 자리에 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양념통닭과 특수통닭을 반반씩 한 머리 더 시켰습니다.
 양념통닭과 특수통닭을 반반씩 한 머리 더 시켰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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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통닭, #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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