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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미친년', 아빠는 '찌질이'.. 아이보다 불안한 부모들 <대한민국 부모>의 공동저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이승욱 소장이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에서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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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에 가까운 엄마의 교육열에 지쳐 먹고 잠만 자는 개로 태어나고 싶은 아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아이에게 찌질이라고 불리는 아버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바람을 피우는 아내. 대한민국 가정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보여주는 책 <대한민국 부모> 입니다. 상담소에서 만난 대한민국 십대와 그 부모들의 피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들을 담아 불편한 현실을 직면하게 합니다.

<대한민국 부모>의 공동저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이승욱 소장이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에서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이 소장은 '인간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팍팍해진 자녀교육의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 소장은 '신뢰, 인정, 평가'를 인간이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 가지로 꼽았습니다. 먼저 자녀의 성장기에 일관성, 즉 예측 가능한 원칙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사회적 평가에 휘둘려 자신의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불안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모가 불안해하니까 아이가 불안해하는 거예요. '나는 이렇게 불안한데 너는 왜 불안해하지 않니? 이 나쁜놈아. 나 혼자만 답답하면 되냐 이게 다 너 좋으라고 하는 일인데'라는 것은 부모의 불안이지 아이의 불안은 아니에요. 지금 우리 한국사회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불안은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보다 훨씬 더 클걸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이렇게 불안해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성장할 수 있을까 싶은 거죠. 제가 부모님들 욕하는 것 절대로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싸워야 될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거예요."

"불안 증폭시키는 사회... 아이를 '잡아서' 불안을 해소하는 부모"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소장의 <대한민국 부모>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소장의 <대한민국 부모>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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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부모들은 이런 불안 때문에 아이들을 더욱 몰아세우지만, 사실 부모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닌 이런 구조를 만든 사회라고 강조했습니다.

"'초등학교 3~6학년 특목고 진학반 개설'이라고 노란버스에 크게 붙여서 가더라고요. 그거 보면 초등학교 5, 5학년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은 되게 불안할 것 같거든요. '특목고 입학준비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하네?' 불안을 조장하는 이 사회를 왜 우리가 용납해야 되냐는 거죠. 불안을 증폭시키는 이 사회를 왜 부모님들이 아이를 잡음으로써 자기불안을 해소하려고 하냐는 거예요.

제가 누차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사실은 아이들하고 싸워야 할 게 아니라 지금 현재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구조나 국가와 싸워야 되는 거죠. '네가 공부 안 해서 대학 못 간 거잖아, 네가 돈이 없어서 애 학교를 못 보내는 거지'라며 개인의 문제로 다 돌리잖아요. 이건 전혀 개인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예요. 그런데 우리는 왜 이것들을 묵과하고 불안과 불만을 아이에게 퍼붓냐는 거죠."

이어 이 소장은 아이들이 '나'보다 '엄마'라는 언어를 먼저 배우는 것을 예로 들며 인간이 타인의 개념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결국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슬픈 운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의 잘못된 인정욕구가 아이들을 옥죄고 있다며 이를 포기하면 아이에 대한 부모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인정이라는 것이 왜 필요하냐면 기본적으로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만 자기 존재를 확인받을 수밖에 없는 이런 아주 슬픈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이에요.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의 인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부모는 그럼 누구로부터 인정받아야 될까요?

그래서 <대한민국 부모> 책에 썼지 않습니까? 아이의 성적표가 곧 나의 훈장이라고. 부모의 인정욕구가 아이를 통해 드러나는 이 방식을 보자고요. 그래서 만약에 부모가 사회적인 인정욕구를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 포기한다면 아이에 대해서 우리가 요구하려하는 부모의 불안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죠."

모두가 아파하지만 외면하는 가정의 실태... 그리고 '치유'의 손길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소장의 <대한민국 부모>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이승욱의 공공상담소' 소장의 <대한민국 부모>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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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또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해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인정이 아닌 평가를 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심리학자로서 이런 평가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정의하게 될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시험을 통해서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네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를 교사도, 학생 자신도, 부모도 알고 아이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교육방식이 아니라 그냥 점수를 갖고 아이들에게 '너는 이게 안 됐어, 너는 못 했어' 이렇게 그냥 평가를 해버리잖아요.

<대한민국 부모> 책 표지(문학동네).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대한민국 부모> 책 표지(문학동네).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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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인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예요. 인정받기 위해서 타인이 필요하고 타인이 나를 인정해줘야 하는데 타인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평가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타인의 평가가 곧 나에 대한 인정, 어떤 형태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인정으로 바뀌죠. 그리고 그게 내 안으로 들어와서 변형되면 이게 나라고 믿어버리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승욱 소장은 아이를 성장시키기 전에 부모 자신이 먼저 책임감 있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사회에서 결국 정신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잘 못 쏟고 있는 에너지를 잘 못된 구조를 가진 사회를 바꾸는데 쓰자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졌지만 "모두 내 얘기"라며 공감하는 독자들 또한 많은 책 <대한민국 부모>. 책은 우리 사회 모두가 아파하지만, 또 모두가 애써 외면하는 가정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함께 치유의 손길도 내밉니다.


태그:#대한민국부모, #저자와의대화, #이승욱, #신희경, #김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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