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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 거액의 공천헌금을 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해명한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4·11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 거액의 공천헌금을 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해명한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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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5대 국회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이미경 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당시 동티모르 파병에 찬성하는 등 당론을 거부하다가 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이미경 의원은 제명 후 의원직을 유지한 채 민주당에 입당했다.

당의 합당·해산이나 제명 등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한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192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의 득표비율에 의해 당선된 비례대표라 하더라도 하나의 헌법기관으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보호 장치'로 마련된 규정이다. 국민의 선택을 직접 받은 지역구 의원과 달리, '대표성'이 약한 비례대표 의원이 당 지도부의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

4·11 총선 뇌물공천 파문의 당사자 현영희 의원이 17일 새누리당에서 제명됐다. 당의 제명 조치가 확정됐지만 현 의원 역시 이 선거법에 의해 19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정치적 사망선고' 받은 현영희, 의정활동 사실상 불가능해져

문제는 현영희 의원에 대한 제명 원인이 개인의 비리 의혹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현 의원은 현재 4·11 총선 전 당시 공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공천뇌물' 3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돈으로 '비례후보 23번'을 따냈다는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 의원은 '피선거권 상실'과 '당선무효 판결'에 의해 의원직에서 당연퇴직하게 된다.

사법부의 판단보다 먼저 내려진 당의 제명조치는 사실상 그의 '정치적 사망선고'이기도 하다.

현 의원은 뇌물공천 파문 과정에서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인 직능 대표성 및 정책 전문성마저 없는 인물로 낙인찍혔다. 당초 새누리당은 지역구 공천에서 떨어진 현영희 의원이 당선권에 근접한 순위의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은 것에 대해 '유아교육 전문성'을 들었다. 현 의원이 유치원연합회 부회장과 영유아교원교육학회 이사를 역임한 점이 근거였다.

그러나 현 의원이 이미 두 차례나 부산시의원을 지내고 2010년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등 지역 정치인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김용태 의원도 "현 의원은 직능단체 추천도 없는 등 아무런 대표성도 없었는데 비례대표 신청자 600여 명 중 어떻게 23번을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직능대표성도 없고, 당 소속도 아닌 비례대표 의원이 의정활동을 정상적으로 펼치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으로 당 안팎으로부터 의원직 사퇴 요구를 받았던 통합진보당의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례만 보더라도 현 의원의 '앞날'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한 결과, 17일 현재까지 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법안 발의를 위해선 동료 의원 10명의 서명을 얻어내야 한다. 공동 발의 역시 단 한 건 뿐이다. 두 의원은 지난 7월 19일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동조합 관련 해직 및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의 복권에 관한 특별법안'에 다른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함께 동참했다.

국회 내 의원모임에도 참여하기 힘들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지난 6월 25일 발족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하길 희망했지만 다른 의원들의 반대로 배제됐다. 김 의원은 발족식 당일에도 참석,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사실상 '왕따'로 취급되는 수모를 겪었다.

향후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지 않은 이상, 현 의원도 이들처럼 '식물 의원'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는 한 그는 매년 1억3000만 원이 넘는 수당을 받게 된다.

한편 현 의원은 17일 오전 부산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실체 없는 의혹만 가지고, 악의적인 제보자의 말에 우리 모두가 농락당하고 있다"며 '뇌물공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당의 제명 조치에 대해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4·11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서 수사 중이기 때문에 진위 여부가 아직 결론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윤리위에서 결정한 대로 만장일치로 (제명안에 찬성)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또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비 자체가 일어난 것이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그:#현영희, #뇌물공천, #새누리당, #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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