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출연하는 민호와 설리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출연하는 민호와 설리 ⓒ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타깃이 분명한 드라마다. '꽃미남' 콘텐츠의 원조 격인 일본의 순정만화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면서, 손발을 펴기 힘든 오글거림은 장르적 장점이 된다. 이야기의 짜임새보다는 화면을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얼마나 싱그럽게 웃는지가 미덕인 시청 층에게 아이돌은 대단한 연기력 없이도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배우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2회에서는 남학교에 위장 전학한 소녀 구재희(설리 분)가 강태준(민호 분) 대신 교내 마라톤에 출전해 부상을 딛고 완주했다.

까칠하기 만한 태준이 자신을 동경하는 재희에게 마음이 동하기 시작하는 이 장면은 일본 드라마에서 첫 회에 등장한다. 사노(오구리 슌 뷴)가 발을 다친 아시야(호리키타 마키 분)를 업은 채 운동장을 빠져 나가는 훈훈한 장면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대신, 사노가 술을 마시면 키스귀신이 되는 설정에 따라 재희와 태준의 첫 키스신을 먼저 선보였다.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리면서 묘하게 BL(보이즈러브)의 성향을 자극할 수 있는 그림은 남장 미소녀가 주인공인 극의 전형이다. 까칠한 남성이 남장을 한 여성과 아슬아슬한 사랑의 줄타기를 하고,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또 다른 남성이 가세하는 삼각관계 역시 보편적이다.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장르,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작에서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그 배우만이 만들 수 있는 캐릭터인데, 아직까지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태준과 재희에게는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해내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어머니 영정사진을 들고 우는 태준의 회상 장면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의 빈 공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축구할 때도 전화통화를 하는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지만, 재희를 향한 두근거림에 당황하는 차은결(이현우 분) 캐릭터가 전형 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차은결 역을 맡고 있는 이현우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차은결 역을 맡고 있는 이현우 ⓒ SBS


바라보고 있어도 흐뭇한 민호와 설리의 얼굴도 좋지만,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일반 시청 층이 공감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비주얼만큼 꼼꼼한 캐릭터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일드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묘미는 단순히 꽃미남 군단의 총출동 뿐 아니라, 자신의 신발장을 침범한 아시야의 구두를 아시야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꼬마"라고 부르던 사노의 까칠하지만 설레게 하는 아주 작은 디테일에 있지 않았나.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7.3%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2회에서 5.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1.6%P 하락했다. 반면 KBS 2TV <각시탈>은 19.7%, MBC <아랑사또전>은 13.2%를 기록해, 큰 폭으로 따돌리며 1-2위를 차지했다.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5%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출연 아이돌들의 팬이 아닌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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