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포항 야구장. 굵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인터넷 예매표를 구하지 못한 채 현장 판매표를 구하기 위해 많은 야구팬들이 매표소 앞에 줄 서 있었다. 비록 이날 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일찌감치 취소됐지만, 매표소 앞에 있던 포항의 야구팬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프로축구 K리그 전통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와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인 포항 스틸야드가 있는 곳 포항. 프로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틸야드 주변은 축구팬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경기가 시작되면 포항의 서포터즈들은 열성적인 응원을 펼치며 홈팀 포항을 응원한다. 이처럼 포항은 전형적인 축구 도시며 야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시처럼 느껴진다.

그런 포항에 야구 바람이 불어 닥쳤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삼성과 한화의 주중 3연전 경기가 대구가 아닌 포항에서 열린 것이다. 7000여 석의 인터넷 예매분은 매표 시작과 함께 일찌감치 매진됐고, 경기 당일 포항 야구장에는 경기시작 3~4시간 전부터 남아있는 현장 판매분을 구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비록 16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고 삼성과 한화가 나란히 1승씩을 주고받으며 포항 3연전은 마감됐지만, 두 경기 모두 매진을 기록할 만큼 포항의 야구 열기는 뜨거웠다. 그동안 야구에 목말라 했던 경북 동해안 지역의 야구팬들은 텔레비전으로만 지켜봐야 했던 프로야구의 열기와 감동을 현장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관중친화 및 선수단 편의에 집중한 최신식 포항 야구장

 지난 14일과 15일 포항야구장의 개장경기로 열렸던 삼성과 한화의 포항경기는 비록 한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루며 포항의 야구 열기를 전국에 확인시켜 줬다.

지난 14일과 15일 포항야구장의 개장경기로 열렸던 삼성과 한화의 포항경기는 비록 한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연일 매진 사례를 이루며 포항의 야구 열기를 전국에 확인시켜 줬다. ⓒ 포항시 제공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대도동)에 있는 포항 야구장은 연면적 5만3722m²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로 지어졌으며 그라운드에는 인조잔디를 깔았다. 지정된 관람석은 1만747석이지만 외야가 관중석 대신 잔디밭으로 만들어져 있어 추가로 500여 명가량을 더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 구장이다.

무엇보다 가장 최근에 건립된 포항 야구장은 건립초기부터 관중 편의와 미래를 위한 설계를 했다. 모든 관중석은 투수 마운드를 향하도록 타원형으로 지어져 관중들의 시선 집중도를 끌어 올렸고, 구단 관계자와 기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백스크린 뒷부분도 일반 관중들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보다 많은 팬들이 찾아올 것을 예상해 2만5000석 규모로 증축한다는 계획까지 미리 세웠다.

비록 이틀 동안 포항 야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한화 한대화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좌우 파울 폴의 높이와 가운데 백스크린의 높이가 너무 낮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선수들은 '넓은 라커룸을 비롯한 선수단 편의시설 부분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구시장님 보셨나요? 포항의 야구 열기와 인프라를

이쯤 되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곳이 바로 대구 야구장이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그리고 아시아 시리즈까지 제패하며 최고의 팀으로 올라선 삼성은 이번 시즌에도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안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구 야구장을 보고 있으면 명문구단의 구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1948년에 개장한 대구야구장은 한국전쟁을 견뎌내고 프로 원년부터 홈팀 삼성 라이온즈가 안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야말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야구장이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직접 뛰는 선수들이나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팬의 입장에서 대구구장의 역사와 전통은 위험과 불편함 그 자체다.

대구 야구장은 이미 지난 2006년 안전 진단에서 일부 시설이 사용불가에 해당하는 E등급을 받아 노후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4월 16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로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오승환의 최연소 최소경기 200세이브 기록 축하 당시에는 불꽃놀이 도중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출동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선수와 팬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신축 야구장 건립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신축 야구장 건립을 약속했지만, 헛공약으로 넘겨지기 일쑤였다. 또 곧 첫 삽을 뜰 것만 같이 보도하던 언론들도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다행히 대구구장에서 일어난 여러 차례의 사고에도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금처럼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대형 참사를 맞이할 수도 있다. 반면, 낡고 형편없는 구장으로 대구시와 비슷했던 광주시는 구단과 시가 손을 맞잡고 2014년 개장을 목표로 지난해 말 이미 공사에 들어갔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현재 사용 중인 무등구장의 낡은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천연잔디로 교체한단다. 대구시와 대조를 보이고 있는 대목이다.

물론 대구시도 신축 야구장 건립에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광주시와 다르게 신구구장 건립과 관련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2월 대구야구장 건립계획을 공식 발표했고, 지난 4월 턴키 방식의 사업자선정 입찰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지금까지 신축 야구장 관련 계획은 답보에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치솟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프로야구의 인기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현재 대구구장의 낡은 인프라는 관중 동원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야구장을 찾는 팬들 역시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구 야구장을 찾을 지 의문이다. 대구에도 하루빨리 신축구장 건립공사가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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