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에서 미국은 44%의 3점슛(129/293) 성공률을 기록했다. 국제대회 3점슛 거리가 NBA 보다 1m 정도 짧은 것이 큰 이유로 분석된다. 미국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자신감이 슛 성공률로 나타났다.

사실 필자는 결승 3쿼터 중반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스페인이 미국을 이긴다면 큰 이슈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쥐를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쥐가 고양이를 물면 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작은 소망은 4쿼터 중반에 깨졌다. 크리스 폴의 리딩이 좋았다. 르브론 제임스가 스페인 진영을 파고 들었다. 제임스는 탱크처럼 육중했다. 케빈 듀란트는 지원 사격을 했다. 외각 3점슛으로 림을 정조준했다. 국제대회 3점슛 거리가 짧아 마음에 든다던 자신의 말을 듀란트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제임스와 듀란트의 조합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스페인은 기량 이상의 정신력으로 맞섰다. 강한 골밑을 기반으로 묵직한 농구를 했다. 가솔 형제와 이바카는 NBA 선수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다. 하지만 승부는 모두가 알듯 미국대표팀의 차지가 됐다.

이번 올림픽에 앞서 미국대표팀과 1992 드림팀의 비교가 이뤄졌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현재 미국대표팀이 과거 드림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조던과 다수의 팬들은 이를 비판했다. 언론은 그 사이에서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를 생산했다. 주변을 비춰봤을 때 과거 드림팀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토론들은 의미가 깊다. 그만큼 세계농구가 평준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 올림픽을 살펴봤을 때 퇴보는 분명 아니다. 최종예선을 거쳐 동메달까지 목에 건 러시아도 그 예다. 이번 올림픽에는 NBA 선수가 속속 있었다. 유럽 농구 수준은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결국, 우리도 결국 부딪혀야 한다. 자꾸 맞서야 한다. 스페인이 2004년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에 졌지만 그들은 경험을 얻었다. 다음에 스페인이 미국을 만난다면 최소한 '얼음' 상태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부터 스페인은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러시아와 치른 경기는 보약 같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길목에서 우리는 동메달 국가와 만나 경기했다. 비록 큰 점수 차로 졌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수순이 됐다.

최종 예선에 나섰던 한국 대표팀과 런던올림픽에서 우승한 미국 대표팀의 큰 그림은 비슷했다. 한국 농구를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은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팀은 유사했다.

가드 라인에서 압박하고 속공을 노리는 구상은 똑같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수비 무게를 하프라인 쪽으로 끌어 올렸다. 이는 미국이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경기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이런 전술을 잘 구사하는 듀크대 명장이다.

미국과 우리가 달랐던 점은 선수가 미국선수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게 가장 큰 이유다. 개인 기량과 수비력과 경험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근섬유 자체가 다르다" "흑인 탄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반론은 필자도 알고 있다.

스페인과 러시아를 봤을 때 우리라고 못할 것은 없다. 시간이 문제다. 체계적인 유소년과 대표팀 시스템이 이뤄졌을 때 스페인과 러시아를 조금은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낙관적으로 봐도 정말 조금이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는 정책과 시스템이 아직 내재해 있다.

대표팀과 평가전도 좋고 국가대표 전임감독제도 좋다. 하지만 그에 앞서야 할 것은 슛이다. 가장 현실적이고도 선수와 감독들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미국이 3점슛을 연신 터트리며 임한 올림픽 경기는 한국이 과거 장신 군단에 맞서 '양궁 농구'라고 조롱받던 경기 운영 방식이다. 스테이크에 와인 곁들이듯 섞은 드라이브인과 덩크슛을 제외하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미국농구대표팀 런던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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