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충격적이다!...
'숨 가쁘다.'(호흡),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전개), '끔찍하고 처참하다.'(자극), '정말 끝까지 간다.'(뜻밖의 결말) 지난 8월 7일 언론시사회를 가진 일본 소노 시온 감독의 영화 <차가운 열대어>는 충격에 감전되어 그저 시종일관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하는 영화였다.

낭만적인 시작과 가정의 위태로운 균열 사이에서

 샤모토 노부유키(배우 후키코시 미츠루·Mitsuru Fukikoshi),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샤모토 노부유키(배우 후키코시 미츠루·Mitsuru Fukikoshi),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작은 열대어 상점을 운영하는 샤모토 노부유키(후키코시 미츠루·Mitsuru Fukikoshi, 이하 샤모토)에게 그의 삐뚤어진 딸이 벌인 절도 사건의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거대 열대어 체인점을 운영하는 무라타(덴덴·Denden)가 접근해 온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염증을 느낀 샤모토와 무라타, 두 쌍의 부부 간의 네 명의 만남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비애감을 안고 온다. 곧 두 부부 사이에서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는 욕망들은 묘하게 맞물리는 가운데 그 속에서 묘한 끌림의 기류가 흐른다.

절대 권력의 아버지와 권력의 서사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그러나 곧 마초 같은 자신만의 왕국을 꾸리고 있는 무라타의 절대 권력의 세력권에 모두 말려들어가며 잠깐의 일탈적인 시선은 먼 과거로 사라지고 만다. 크고 작은 열대어 상점의 차이는 권력의 심급과 맞물리고, 이 큰 상점에서 샤모토의 딸은 하의를 입은 비슷한 나이 또래이자 일괄적 의상의 종업원의 한 사람으로, 이 권력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샤모토의 여성적이고 다소곳한 아내인 '타에코'(카구라자카 메구미·Megumi Kagurazaka)는 샤모토의 두 번째 부인으로, 친모를 그리워하는 딸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그 사이에서 무기력한 남편 샤모토는 가족을 조화롭게 이끌지 못하고, 그녀는 혼자서 말 못할 괴로움을 느낀다. 어찌 보면 복잡다단한 개인의 내밀한 가정사의 문제지만, 이를 '가장의 힘이 중심을 잡지 못해 가족이 갈등을 겪게 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샤모토의 책임으로 돌리는' 무라타의 말에 어느새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쌓아두었던 감정을 터뜨리고, 그에게 의존케 된다.

무라타는 이들 세계의 지배자이자 절대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띤다. 이 와중에 샤모토는 무라타의 말에 절대 복종하며 허울뿐인 나약한 아버지의 자리에서 또 다른 권위 있는 아버지에 종속된다. 곧 자신의 미약한 자리를 그 위계적인 구조 아래 두며, 무라타라는 절대적 아버지의 권위를 대리하는 위치에 놓인다.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마치 무라타의 아들이자, 무라타가 만드는 세계에서 자신의 소가족에서 더 큰 가족의 범위를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무라타의 아내, 아이코(구로사와 아스카·Asuka Kurosawa) 역시 무라타의 잔혹한 왕국에서 무라타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무서운 어머니의 역할을 한다.

'거역할 수 없는 아버지'인 무라타는 어느새 살인을 가벼이 일삼는 괴물로 변하고, 샤모토는 거기에 무의지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가족을 어떻게든 지키고자 하는 소시민적 가장은 무서운 아버지의 지배하에 암묵적 동조자가 되고, 어느새 '그를 닮은 또 다른 괴물'이 된다.

나약한 인간(현대인)에서 분노의 인간(괴물)으로

 ‘타에코’(배우 카구라자카 메구미·Megumi Kagurazaka),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타에코’(배우 카구라자카 메구미·Megumi Kagurazaka),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여기에 또 다른 영화의 변화 지점이 있다. 그 공포에 구역질을 하던 그는 그의 자존심을 나락까지 떨어뜨리며 건드리는 무라타의 비난에 스스로로부터의 분노를 바깥으로, 동시에 내부로 표출한다.

영화는 끝으로 갈수록 더 끔직해지고 처참해지며 하드코어적 피칠이 덧대는, 진흙탕 싸움의 영화로 분하게 된다. 거의 보는 이로 하여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몰아붙이는데, 여기에 숨을 쉬거나 여유를 두며 사유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이는 단지 사유를 멈추게 하는 비주얼적 충격으로 쾌감을 달성하는 데 그치는 그런 영화의 종류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강력하게 그 충격들을 전이하게끔 인물에 대한 몰입과 또 그것이 깨어질 때의 충격이 가파르게, 그 끔찍함의 무대와 만난다는 것에 또 다른 충격이 있음을 가리킨다.

'악마를 보았다'가 아닌 '악마가 되다'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실상 목적 없이 어떤 취향과 무작정의 본능적 감각에 의해 사람을 죽이고 보는 끔찍한 살인마를 보여주는 데 있어, 시네마의 고유한 색감을 통해 그래도 영화적이고 또한 스타일화된 부분을 갖고 갔다면, 이 영화는 그것보다 촉각적으로 감각될 수 있도록 카메라로 신체와 신체의 거리를 지우는 방식이나 시네마의 색감 대신 현실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 색감에 더 가깝게 촬영되었다.

또한 <악마를 보았다>가 통제될 수 없음의 이미 괴물인 자와 통제될 수 있음(이병헌의 착각)의 점차 괴물이 되어가는 이성적 인물 간에 어떤 게임적 측면이 있다면, <차가운 열대어>는 사실적 재현보다는 인물의 변화가 어떻게 급격하게 이뤄지며 충격을 줄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 이 충격들이 게임의 법칙에 따르지 않고 끊임없이 상승하며 관객에게 전이된다.

 (사진 왼쪽부터) 무라타(덴덴·Denden), 샤모토 노부유키(후키코시 미츠루·Mitsuru Fukikoshi). 아이코(구로사와 아스카·Asuka Kurosawa),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사진 왼쪽부터) 무라타(덴덴·Denden), 샤모토 노부유키(후키코시 미츠루·Mitsuru Fukikoshi). 아이코(구로사와 아스카·Asuka Kurosawa), 영화 <차가운 열대어>(감독 : 소노 시온) 스틸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그래서 그것을 재현하는 데서(전적으로 재현한 것도 아니고, 또 재현할 수도 없는 부분이지만) 오는 게 아닌 어떤 새로운 국면의 전환이 있고, 이러한 알 수 없는 충격들이 이는 가운데 인물의 변화와 새로운 출구 없음의 입구로 관객을 몰아가는 것이다.

사실 이 샤모토가 괴물이 되는 지점을 서술해야만, 이 영화의 본질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겠으나, 차마 결말이 가리키는 부분은 여기서 더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도덕이나 삶의 규칙 따위가 허물어지며 어디서부터 스스로의 윤리를 전개하고, 정체성을 형성해야 할지의 물음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영화 개요]
제 목 : 차가운 열대어 (Cold Fish)
수입/배급 : ㈜에이브이에이 엔터테인먼트
감 독 : 소노 시온
출 연 : 후키코시 미츠루, 덴덴, 쿠로사와 아스카, 카구라자카 메구미
장 르 : 격정적 감정 변화를 그린 휴먼 스릴러.
러닝타임 : 137분
등 급 : 청소년 관람불가 (예정)
개봉일 : 2012년 8월 23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차가운 열대어 소노 시온 후키코시 미츠루 쿠로사와 아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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