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한 장면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선택한 악당은 다시 <배트맨 비긴즈>의 '라스 온 굴'이다. 그들의 최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고담에 나타난 라스 온 굴은 <배트맨 비긴즈>를 보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는 여러모로 의문투성이다.

왜 '라스 온 굴'이 고담 파괴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뿐더러 지난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상대해야했던 조커와는 달리 베인은 윗선의 명분에 충실한 '용병'일 뿐이다.

베인은 육체적으로 조커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잔인하다. 하지만 그와 맞서 싸워야 할 배트맨의 상태는 영 좋지 못하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와의 대결 후유증과 그 사이 사랑하는 여인 레이첼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무려 8년 이상 세상과 등지고 있던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육체는 연골이 파손되어 목발을 짚고 다닐 정도로 악당과 맞서 싸울 몸이 아니다.

하지만 파손된 육체와 연인을 잃은 슬픔보다 최악은 배트맨을 등져버린 고담시민이다. 고담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용감하게 싸운 배트맨에게 돌아온 것은 하비 덴트 살해 용의자라는 낙인이다. 반면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계략에 빠져 '투페이스' 악당으로 변해 경찰을 몰살하고 짐 고든 경찰청장 아들까지 잡아 협박했던 하비 덴트는 정의와 법을 수호하는 고담의 '상징'이 되어 배트맨을 대신해 고담 시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배트맨과 하비 덴트를 둘러싼 진실을 알고 있는 고든 청장은 사실을 밝히고자 하나 결국은 입을 꾹 다물게 된다. 거짓의 영웅을 앞세워 자신의 양심을 속이긴 했지만 결국 '하비 덴트'는 고담을 파괴했던 악당들을 '블랙게이트' 교도소에 가두는데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렇게 범죄자를 가두는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하비 덴트 특별법' 덕분에 고담시는 과거 범죄의 온상에서 벗어나 비교적 큰 범죄 없는 평화로운 도시로 보여 지게 된다. 때문에 <배트맨 비긴즈>와 달리 겉으로 보기엔 범죄 없는 고담을 파괴하고자하는 '라스 온 굴'의 계획은 아무런 명분도 없고 무모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거짓 영웅 하비 덴트를 앞세워 범죄자를 가두는 고담은 소수의 기득권자의 안정차원에서 쉬쉬하고 있지만, 실상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의 횡포로 곯아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태다.

전작 <배트맨 비긴즈>에 이어 <다크 나이트 라이즈> 고담에 나타난 '라스 온 굴'은 실제 미국, 영국 등이 이끄는 서양 문명의 중심부를 저격하는 세력을 상징한다. 타락한 서양 문명 고담에게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 고담을 파괴하고자하는 '라스 온 굴'은 파문된 베인을 통해 고도로 신자유주의화 된 '고담'에 반발하는 제3의 집단으로 강력히 무장되었다.

전작 <배트맨 비긴즈>와 달리 고담을 정복하는데 성공한 그들은 전작에 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혁명'을 일으키며 고담시를 거대한 소용돌이로 몰아넣으며 그들의 유일한 목표대로 고담을 없애고자 한다.

하지만 합리적인 대화와 과정을 통해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본주의의 부패된 자화상 격인 '고담'만 없애면 현존하는 악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착각하는 '라스 온 굴'은 고담 때문에 얼룩진 세계를 해방하긴 커녕 이전의 고담 악당들과는 차원이 다른 '악행'으로 고담시민을 철저히 유린한다.

자기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로 칭하는 '라스 온 굴'은 자신들의 존재를 전 세계 평화를 위한 '필요악'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과 정의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까지 태워먹고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는 '범죄'에 불과하다.

고담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지만 결국은 범죄자로 몰린 배트맨과 옳은 일을 한다면서 결국은 더 큰 악행을 저지르는 '라스 온 굴' 사례에서 보다시피 현실에서 선과 악은 '한끝'차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진 채 진짜 영웅이 범죄자로 오해받고 악당이 고담 정의의 수호자로 칭송받는 부문은 선과 악이 모두 한 얼굴에 존재했던 '투페이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고담 시민에게 버림받았어도 여전히 그들을 지키기 위해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난 진짜 영웅 배트맨은 '선'으로 위장한 '악'에게서 고담을 지키는데 성공을 거둔다. 고담시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배트맨 덕분에 고담은 그제 서야 어둠이 걷히고 평화를 되찾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선과 악이 모호한 경계선에서 '배트맨'을 사칭한 '라스 온 굴'이 정의의 이름으로 또 다른 범죄를 자행한다.

배트맨처럼 온갖 오해를 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숨, 전 재산을 걸고 자신의 손이 더렵혀지면서까지 시민을 지켜줄 영웅이 없는 현실. 결국 정의의 사도랍시고 또 다른 범죄를 꼬리에 물고 다니는 '라스 온 굴'에서 맞서 싸울 이는 오직 진짜 정의 실현을 가려낼 수 있는 다수의 시민들의 '올바른 각성'뿐이다.

그렇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일인 영웅 시대를 넘어 다수가 영웅이 함께 악에서 선을 지켜내는 슈퍼 히어로의 또 다른 획을 그으며 웅대한 3부작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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