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메이저리그 아틀랜타 브레이브스 소속의 좌완 파이어볼러 존 로커는 시속 100마일 (약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직구를 앞세워 38세이브를 기록,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마무리 투수로 꼽히면서 향후 최소 10년은 브레이브스의 뒷문을 책임져줄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그는 1999시즌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비하발언을 했다가 야구 인생의 급격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울려 사는 미국이란 국가(국가명에 '연합'을 뜻하는 'United'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에서 존 로커의 발언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

이후 그는 등판할 때마다 관중들의 심한 야유에 시달려야 했으며, 정신적인 큰 압박을 받게 된다. 결국 한창 활약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2003시즌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야구 선수뿐만 아니라 공인으로서 말 한마디와 행동 거지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사례였다.

7월 5일 오후 포털 사이트 뉴스 검색어 1위에 고창성의 이름이 올라왔길래 혹시 트레이드라도 되었나라는 생각에 그의 이름을 클릭하였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통해 검색된 뉴스에는 그가 사용하고 있는 SNS 캡쳐화면이 연달아 도배되어 있었다.

지난 7월 3일 광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두산 베어스 마무리 프록터가 나지완을 향해 머리 쪽으로 향하는 공을 던졌고, 이를 빈볼이라 생각한 나지완과 설전이 벌어지며, 양팀은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맞이하였다. 그 와중에 나지완과 그의 신일고 2년 후배인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가 서로 감정충돌이 빚어지면서 두 선수 사이에 육두문자가 오고가는 심각한 설전이 빚어지기도 하였다.

신일고 직속 후배인 김현수의 행동은 팬들의 질타를 받게 되고, 결국 김현수는 7월 4일 경기를 앞두고 나지완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였다. 나지완은 프록터와 통역을 대동해 빈볼 사건 과정에서 빚어진 서로의 오해를 풀기도 하였다. 양팀의 신경전은 조용히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고창성이 자신의 SNS에 7월 3일 사건을 두고 나지완에 대해 인신공격 및 조롱하는 멘트를 남기면서 두 팀 간에 새로운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 보이게 되었다.

고창성이 남긴 내용을 보면 나지완에 대해 조롱으로 일관하고 있음이 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SNS는 개인만의 공간이라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언제든지 공개될 수 있는 민감한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창성은 내용에는 "퍼가지 마세요"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남긴 글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올린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소지의 내용을 남겼다.

고창성의 행동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행동이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일을 두고 자신의 SNS에 거침 없이 글을 남기면서 과연 무엇을 얻을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나지완의 입장에서는 머리에 프록터의 강속구를 맞았으면 선수 생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에도 큰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물론 5월 30일 잠실구장 경기에서 나지완은 프록터로부터 홈런성 타구를 친 다음에 상대의 비위를 거슬리게 할 수 있는 느린 걸음으로 일관하여 빈볼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

상황이 어찌되었건 간에 사건의 당사자였던 나지완, 프록터, 김현수는 일단 화해의 제스쳐를 통해 갈등을 봉합하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당사자도 아닌 고창성의 경솔한 SNS 사건은 양팀의 감정싸움에 불을 지핀 꼴이 되었다. 김현수에게도 다시 한 번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베어스 구단은 고창성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이런 경솔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고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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