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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형 민주노총 택시노조 지부장.
 이삼형 민주노총 택시노조 지부장.
ⓒ 민주노총 택시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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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은 LPG 가격안정화, 택시요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택시 기사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하루 동안 택시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외형상 파업이다. 법인택시 회사들도 함께 했다. 진기한 광경이다. 통상 파업이라면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노동쟁의를 뜻한다. 이번 파업 집회에는 평소 파업을 '당하던' 회사들이 참여한 것이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이삼형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택시지부장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택시지부는 2011년 8월 설립됐으며 조합원은 약 800명이다.

"노사 함께 파업한 역사 한 차례도 없는데..."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 중, 이 지부장은 수화기 너머로 몇 차례 한숨을 쉬었다.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지부장은 이번 택시대란이 '자본 파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동운동사에서 노조가 사측과 함께 파업한 역사는 한 차례도 없다"며 "이번 파업은 노동자를 위한 게 아닌 사실상 '자본 파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스충전·배차를 안 해주며 강제로 법인택시 노동자를 동원한 사례가 있다"며 "이번 파업 자체가 사업자들의 이득을 위한 것인데 다들 오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택시업계가 내놓은 5대 요구안 역시 전부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과 택시노동자를 위해서는 택시기사 월급제의 기반이 되는 '전액관리제'의 시행 강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1997년에 법으로 전액관리제가 제정됐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택시사업자의 이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행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그는 택시업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카드결제기 설치·콜택시 의무화' '감차·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4부제 실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삼형 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노사 함께 파업한 역사 한 차례도 없는데..."

- '파업이 아니고 사업주가 동원한 휴업'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파업은 노동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쟁의를 벌일 때 쓰는 단어다. 노조가 회사와 함께 파업한 역사는 노동운동사에서 한 차례도 없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번 일은 사업주가 차를 세운 '불법휴업'이다. 택시를 세우려면 행정 관청에 허가받아야 한다. 법인·개인택시 사업주들은 이를 무시했다. 일방적인 영업정지다."

- 사업주가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증거가 있나?
"어쩔 수 없이 시청광장으로 간 조합원들이 있다. 사업주들이 가스를 안 넣어 주거나 배차를 거부해서였다.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여러 건 있다. 증거를 모으는 중이다."

- 택시업계 요구사항이 사업주를 위한 것이라 했다. 사실인가?
"LPG 가격 안정화부터 예로 들겠다. 법인택시기사는 LPG 가격과 상관없다. 운수사업법상 택시 연료비는 사업주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택시요금 인상은 오히려 노동자에게 독이다. 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도 덩달아 껑충 뛰기 때문이다. 즉, 택시업계의 요구사항은 노동자와 상관없거나 해롭다는 이야기다."

- 그러면 택시노동자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1997년 도입된 택시 월급제인 '전액관리제'다. 나가서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제도다. 노동을 강요받지 않는다. 그런데 택시노동자들은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미 택시업계에 사납금제가 팽배해서다. 사납금은 매번 일정 금액 이상 회사에 줘야 해서 경쟁을 유도한다. 신호나 차선을 위반하게끔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 합법제도인 전액관리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정부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전액관리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제정된 사항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시·감독·처벌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 사업자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버스·택시사업자들은 지역 토호세력이었다. 지자체 단체장들은 선거로 선출되므로 토호세력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다행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겠다고 선포했다. 법을 준수하는 사업장에는 예산을 지원해 줄 의향이 있다고 하더라."

"택시 이용자인 시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전액관리제 시행이 우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사업조합연합회가 20일 하루동안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광진구의 택시회사에 한 직원이 운행중단된 택시를 점검하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사업조합연합회가 20일 하루동안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광진구의 택시회사에 한 직원이 운행중단된 택시를 점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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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액관리제와 관계없는 개인택시 사업자들은 '요금 인상'이 우선이라 말한다.
"안다. 요금 인상을 두고 택시업계마다 입장이 제각각이다. 저마다 요구사항이 다르다면, 택시 이용자인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택시는 서민이 급할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택시 요금이 비싸다면 서민들은 이용하기 부담스럽다. 이런 시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본다."

- 다른 요구사항은 없나?
"브랜드콜(콜택시) 시행, 카드결제기 설치 의무화를 통한 배회영업 규제, 감차, 노동시간 단축 위한 4부제 시행 등이 있다. 배회영업 규제는 승객 태우려고 돌아다니면서 생기는 공차율을 막자는 취지다. 실제로 공차율이 연료 낭비 원인의 40%를 차지한다. 브랜드콜을 의무화하면 이용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가 영업을 해 연료낭비를 막을 수 있다."

- 감차가 필요하다는 요구에는 동의하는 건가?
"그렇다. 그러나 '유상' 감차는 반대다. 감차 보상은 사업주들이 정부와 지자체에게 세금으로 택시를 사가라고 억지 부리는 것이다. 유상파업을 하면 사업주들이 포상금으로 대당 1500만~2000만 원을 챙기게 된다. 세금 낭비다. 택시지부에서 요구하는 감차방법은 다르다. 현행 6·12부제를 4·5부제 탄력운영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감차되고 노동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다. 불법 휴업에 어떻게 대처할 건가?
"오늘 저녁 집행단 회의가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만 불법 휴업으로 문제제기할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두 노조(택시사업노동조합연맹, 민주택시노동조합)도 앞장서서 택시노동자의 업무를 막은 건 아닌지 의문이다. 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 조정을 거친 뒤 파업 등을 추진해야 하는 게 맞으니까. 이런 문제를 근거로 두 노조 측에도 문제를 제기할지 여부 역시 논의할 계획이다."

21일 오전 이 지부장은 어제 저녁 집행단 회의 결과, 회사와 노조에 대해 운송사업법과 노사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또 회사 등은 21일 고발하고 두 노조에 대한 구체적인 고발 일시 등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태그:#택시파업, #이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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