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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이집트를 독재 정권을 이끌다가 민주화 혁명에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집트 재판부는 2일(한국시각) 수도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바라크에게 법정 최고형인 25년형을 선고했다. 84세의 고령을 고려할 때 사실상 종신형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

무바라크는 민주화 혁명이 일어난 지난해 1월 시위대를 향한 실탄 발포를 허가하고 유혈 진압을 방조해 850여 명을 숨지게 하고 집권 기간 부정축재를 한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달 검찰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았다.

검찰이 기소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재판부는 무바라크의 집권 기간을 "암흑의 시대(years of darkness)"로 규정하며 "유혈 진압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부 장관에게도 역시 25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부정부패 혐의로 함께 법정에 선 무바라크의 두 아들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끝난 후 카이로 근교의 토라 형무소에 수감하라는 명령을 받은 무바라크는 그동안 머물던 군 병원으로 가겠다며 헬기 탑승을 거부하기도 했다.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무바라크는 그동안 군 병원에 머물며 재판을 받아왔다.

결국 무바라크는 권좌에서 내려온 이후 처음으로 형무소에 수감되었으며 이날 재판은 이집트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종신형도 부족"... 불만 여론도 있어

무바라크에 대한 종신형이 선고되자 이집트 시민과 희생자 유가족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부는 무바라크에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고 두 아들이 무죄 선고를 받은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성명을 통해 "무바라크의 모든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기념비적인 판결(landmark conviction)"이라며 "이집트의 미래 지도자들에게 절대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고 밝혔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조직 무슬림형제단도 "확실한 증거로 다시 재판을 해야한다"고 주장했고, AP는 "일부 방청객이 '신의 판결은 처형'이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고 재판정 상황을 전했다.

이집트는 오는 16일 이슬람주의자 모하메드 모르시와 무바라크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냈던 아흐메드 샤피크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둔 가운데 과연 무바라크에 대한 선고가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태그:#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민주화 혁명, #종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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