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SBS <옥탑방 왕세자>의 마지막 장면

24일 방송된 SBS <옥탑방 왕세자>의 마지막 장면 ⓒ SBS


왕세자 저하는 옥탑방에서 조선시대로 돌아갔다. 단 몇 달간의 현대식 생활은 왕세자조차 곤룡포를 벗어던진 채, 트레이닝복을 입고 오무라이수를 먹게 만들었다. 하지만 조선에 박하는 없다. 그저, 박하사탕을 입에 넣고 눈물을 훔치며 그리움을 삼켜야 한다.

타임슬립, 즉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는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사건이 해결되면서 막을 내렸다. 시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에서 시간여행 종료 후에 정해진 수순은 주로 '이별'이다. 

하지만 <옥탑방 왕세자>는 윤회라는 설정으로 피치 못할 이별을 슬쩍 피해갔다. 박하(한지민 분)는 이각(박유천 분)을 조선으로 돌려보내야 했지만, 대신 그가 환생한 용태용을 만났다. 두 사람이 마주 선 마지막 장면, "왜 이렇게 늦었어요? 오래 전부터 기다렸는데"라는 용태용의 물음에 박하는 "어디 있었어요? 나는 계속 여기 있었는데"라고 의미심장하게 답했고, 용태용의 모습은 이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옥탑방 왕세자>는 타임슬립보다는 윤회에 방점이 찍힌다. 전생과 환생이 존재한다는 설정 하에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는 서로 힌트가 되어줬다. 예로, 이각은 과거 세자빈(정유미 분)과 부용(한지민 분)의 관계를 통해 현재에서도 세나와 박하가 친자매일 것이라 유추했고, 자신을 구하다가 죽을 뻔한 현재의 박하를 보며 세자빈 살인사건으로 숨진 사람이 부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거 부용은 자신의 아버지와 언니가 이각을 죽이기 위해 독을 묻혀 놓은 곶감을 대신 먹고 죽었지만, 박하로 환생해 이각에 대한 짝사랑을 완성했다. 극 초반부터 이각이 부용에게 낸 수수께끼 문제, '살아도 죽고 죽어도 사는 것'의 답이 마지막 회에서 밝혀지며 다시 한 번 윤회를 강조했다.

판타지라서 허용되는 상상력은 다소 억지스러운 장면도 토를 달기 어렵게 만드는 <옥탑방 왕세자>의 면죄부이자 장점으로 기능해왔다. 또한, 여타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불가능한 장면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를 테면, 조선에 도착한 이각이 궁궐 안 건물의 주춧돌 밑에 넣어 놓은 편지를 현재의 박하가 꺼내어 읽는 장면. 무려 300년의 세월을 거쳐 배달되는 특급 익스프레스란 이런 것이다. "300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마지막 대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형식적인 미사여구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다시 현실이다. 비록 옥탑방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주거환경을 갖고 있으며, 소주와 생크림 안주가 생각만큼 판타스틱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현실로 돌아왔지만 박하도, 우리도 이각의 달달했던 기억을 품고 다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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