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월 아메바후드 콘서트에서였다. 데뷔를 앞두고 소속사 아메바컬쳐 선배 다이나믹 듀오, 사이먼디, 프라이머리와 함께 섰지만 절대 기죽지 않았던 유쾌한 세 남자 리듬파워(지구인·보이비·행주). 최근 동명의 데뷔곡 '리듬파워'를 선보인 리듬파워를 만났다.
음악 좋아하던 고교친구, '방사능'에서 '리듬파워' 되기까지별명을 그대로 본떠 '행주'라는 이름을 쓰게 됐지만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아서 '행복을 주는 남자'라는 의미를 붙였다는 행주. 학창시절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았기에 '외계인'이 별명이었지만, MP3를 구매한 뒤 지구로 돌아왔다는 지구인. 그리고 좋아하는 프로듀서(패럴 윌리엄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지만 결과적으로 셋 중 가장 '폼 나는' 이름을 갖게 된 보이비.
'이름'에 얽힌 사연은 이외에도 많다.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던 리듬파워는 지난 2008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방사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2010년 자신들의 힘으로 EP를 제작했던 '방사능'은 당시 이 앨범에 담겼던 '리듬파워'로 2012년 메이저신에 데뷔하게 됐다.
"일본 지진 이후로 '방사능'에서 '리듬파워'로 팀명을 바꿨습니다. 유쾌하고 활기찬 아이들로 봐줬으면 좋겠는데 어떤 분들은 저희 이름을 듣고 슬플 수도 있잖아요. 공통적으로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저희의 (언더그라운드) 첫 앨범에 담긴 '리듬파워'라는 노래 제목을 붙였습니다."(행주)
"'우상 같은' 다이나믹듀오, 알고보니..."돈을 모아 자체적으로 제작한 '리듬파워'는 리듬파워에게 보석 같은 곡이다. 이 곡을 통해 지금의 소속사(아메바컬쳐) 식구가 됐기 때문이다. 비록 언더그라운드에서지만 2년 전에 내놨던 곡을 그것도 데뷔곡으로 내세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리듬파워는 "위험 부담은 있었지만 방사능 시절 '리듬파워'가 거칠다면 이번엔 사운드의 질감 자체가 다르다"면서 "키치함은 살리되 디테일을 강조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리듬파워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4년, 다이나믹듀오의 1집을 듣고 힙합 가수의 꿈을 키웠다. 우상 같은 존재였던 이들이 만든 회사에 들어온 것 또한 '인연' 중 하나였다.
"상상과 현실은 다르지 않았냐"는 질문에 보이비는 "다이나믹듀오 형들은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티 안내는 친구들 같다"고 답했다. 계약 당시 첫 대화가 "게임 잘 하냐?"였을 정도. 사석에서는 재밌는 농담만 하지만 어느 순간 몇 십 곡을 작업하는 '행동파'가 바로 다이나믹듀오다.
"소름 돋는 기억이 많아요. 평소엔 편한 형인데 작업한 곡이나 써놓은 가사를 들으면 장난 아니거든요. '정신 차려야겠다' 싶을 때가 많죠."(지구인)
"1990년대 정서? 계산한 적은 한 번도 없어"무대 경험이 많지만 방송과는 확실히 달랐을 터.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절제가 필요했다. 또 다른 상황에 맞춰가는 단계고, 대중 또한 이들의 존재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과거 방사능 시절의 리듬파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안길 수도 있다. 방송에 맞게 다듬어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반응을 모니터하다 보니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방사능의 '리듬파워'가 막 뻗친 머리라면, 리듬파워의 '리듬파워'는 세팅된 머리다. 자다가 막 깬 모습으로 밖에 나올 수는 없잖아요. 단정하게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관심에 감사할 뿐, 저희는 크게 걱정 안 해요. 앞으로 보여 드릴 곡 중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거든요."(보이비, 지구인) 리듬파워의 감성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H.O.T 등 현재 20대 중반 대중이 듣고 자랐던 1990년대 음악이 숨어 있다.
음악을 편식하지 않았던 리듬파워는 "(스타일을) 계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리듬파워는 자기 얘기를 털어놓고, 말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본능에 충실한' 음악이 바로 힙합이라고 했다.
리듬파워는 '리듬파워'에 이어 오는 6월 또 하나의 싱글을 내고 쇼케이스를 열 계획이다. 꾸준히 리듬파워를 알리며 "다이나믹듀오의 바통을 이어받아 '행사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것이 리듬파워의 꿈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대중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릴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단다.
"TV에 나오기엔 평범한 외모인데다 엄청난 가창력, 랩 실력도 아니지만 평범한 3명이서 '으쌰으쌰'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문화적인 아이콘이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