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일일연속극 <그래도 당신>에서 송재희는 재벌가 출신의 삐딱하지만 귀여운 실장님 강우진 역할을 맡았다.

SBS 새 일일연속극 <그래도 당신>에서 송재희는 재벌가 출신의 삐딱하지만 귀여운 실장님 강우진 역할을 맡았다. ⓒ SBS


"송재희 씨의 꿈을 캐스팅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배우 송재희의 꿈은 지난해 여러 번 퇴짜 맞았다. SBS 연기 서바이벌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본선에도 가보지 못하고 '미라클 스쿨' 1차 입학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올해 초, 시청률 40%대를 웃돌았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허염 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약 6개월 전이다.

송재희는 <기적의 오디션> 예선을 치렀던 SBS 목동 사옥에 1년 만에 다시 섰다. SBS 새 일일연속극 <그래도 당신> 주연으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것. "<기적의 오디션>에서 혹평을 듣고 떨어졌다"는 그의 감회가 남달라보였다.

궁금했다. 14년 무명 배우가 공개 오디션에서 어떤 연기를 하고 혹평을 받았는지. 그래서 찾아본 <기적의 오디션> 2회와 5회에서 송재희를 만날 수 있었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민화공주 역을 맡은 남보라(왼쪽)와 허염 역의 송재희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민화공주 역을 맡은 남보라(왼쪽)와 허염 역의 송재희 ⓒ MBC


실패한 오디션 이후, 한 단계 도약한 송재희

2회에서 송재희는 연극 <굿닥터>에서 유부녀를 유혹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피터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설명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심사위원이었던 곽경택 감독은 "연기가 깔끔한데, 힘은 못 느끼겠다"며 짧은 순간에 각기 다른 세 캐릭터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송재희는 '코믹한 인물'에서 '수줍음 타는 인물', 다시 '여성스러운 인물'로 변주했지만, 심사위원 김갑수의 평가는 칼날 같았다. "연기라고 볼 수 없다. 연기라는 것이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또 다른 심사위원 구본근 SBS 드라마센터장은 송재희에게 "외모적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다시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니까, '잘 생긴 외모'가 연기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이런 것이다. 구본근 센터장은 "다시, 다시 해! 절실하게 다시!"를 외쳤고, 송재희는 그 오디션에서 가까스로 합격했다. 하지만 다음 경연에서 최규환·문원주·정영기 등 연기자 출신 참가자들이 속한 '죽음의 조'를 만나 고배를 마셨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송재희는 "당시 정말 많이 혼나고 떨어져 힘들었는데, 그 경험이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해품달> 허염 역을 만나기 전까지, 별다른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역할을 십 수 년 간 전전했던 그가 어떤 심정으로 <기적의 오디션>에 임했는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었다.

오디션이라는 속성의 심사 과정, 더욱이 '쇼'로서의 성격을 무시 못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모든 가능성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심사위원이 보지 못한 나머지 가능성을 꺼내 보여주는 것은 자기 몫이다. 때문에 오디션에서 중요한 것은 늘 '오디션 이후'다.

실패한 오디션 이후, 오히려 한 단계 도약한 송재희의 남은 숙제는 "연기라고 볼 수 없다"는 심사평을 보란 듯이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연기다. 그래서 "당신의 꿈을 캐스팅하지 않겠다"는 오디션의 무심한 슬로건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SBS 연기 서바이벌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했던 배우 송재희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당시 송재희는 KBS 2TV 아침드라마 <사랑하길 잘했어>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기성 연기자 출신의 참가자로 소개됐다.

지난해 SBS 연기 서바이벌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했던 배우 송재희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당시 송재희는 KBS 2TV 아침드라마 <사랑하길 잘했어>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기성 연기자 출신의 참가자로 소개됐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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