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파니의 득점 뒤풀이 순간을 내걸고 맨시티의 결정적 승리 소식을 알리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공식 누리집(premierleague.com) 첫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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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떠오를 만한 경기였다. 20개 팀의 1부리그 우승 경쟁 중 그저 한 경기에 불과했지만 마치 토너먼트 결승전에 임하듯 선수들은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전방위 압박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축구보다는 거칠게 부딪치는 소리가 더 많이 들려왔다. 그 와중에 안방 팀이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FC는 우리 시각으로 노동절(5월 1일) 새벽 4시 맨체스터에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1-20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의 맞수 대결에서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두 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정규리그 우승 전망을 밝혔다.

역시 '세트 피스'

이 더비 매치 전까지 승점 3점을 앞서고 있던 방문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4-3-3 또는 4-2-3-1 포메이션을 운용하며 매우 신중하게 나왔다. 오래간만에 박지성이 뛰면서 중원에 힘을 보탰지만 맨시티 야야 투레의 활동력을 제압하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어쩌면 이 경기의 승부처는 '야야 투레'와 '마이클 캐릭'의 맞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서 야야 투레는 비교 우위를 월등하게 드러내며 중심을 잃지 않았고 캐릭이 상대적으로 흔들리던 바로 그 자리를 맨시티의 나스리와 다비드 실바가 번갈아 누비고 다녔다.

치열한 중원 압박 싸움이 계속되며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는 역시 뜻밖의 세트 피스 장면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전 추가 시간 2분이 표시되고 안방 팀 맨체스터 시티는 오른쪽 코너킥을 얻어냈다. 이 경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장면이 바로 여기서 만들어졌다.

다비드 실바가 오른쪽 구석에 놓고 찬 공은 낮고 빠르게 휘어들어가며 맨유 골문을 노렸다. 이 순간 스몰링의 뒤에서 솟구친 맨시티 수비수 콤파니는 이마로 방향을 바꿔 골문을 갈랐다. 맨유 문지기 데 헤아가 손 한 번 휘두를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축구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세트 피스는 집중력의 중요성을 그때마다 일깨워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또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다비드 실바와 빈센트 콤파니의 눈빛 교환은 그래서 더 빛났다.

특히, 콤파니는 지난해 8월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FA(잉글리시 축구협회) 커뮤니티 실드에서 종료 직전에 실수를 저질러 나니에게 결승골(맨유 3-2 맨시티)을 내줄 때 입은 상처를 깨끗하게 씻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결승전처럼

승리와 패배의 명암이 월드컵 결승전 이상으로 크게 갈리는 순간이었다. 이 경기를 제외하고 정규리그 일정으로 두 경기씩 남겨놓게 되는 상황이었기에 리그 36라운드 이들의 맞수 대결은 정말로 결승전의 긴장감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다보니 1-0 상태에서 시작한 후반전은 앞서고 있는 맨시티나 따라붙어야 할 맨유나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먼저 칼을 빼든 것은 방문 팀 감독 퍼거슨이었다. 58분에 박지성을 빼고 대니 웰벡을 들여보내며 루니에게 집중된 공격 패턴을 조금이라도 분산시키고자 했다.

이로부터 10분 간격으로 양 팀 감독은 선수 교체를 통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68분에 만치니 감독은 골잡이 테베스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데 용을 들여보내며 야야 투레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원에 힘을 더 실어주었다.

그러자 10분 뒤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를 빼고 발렌시아를 들여보내며 마지막 승부수를 측면에 집중했다. 두 감독의 양보 없는 전술 대결은 76분에 거친 반칙이 선언되자 일촉즉발의 설전까지 이어졌다. 바꿔 들어온 데 용이 웰벡에게 거친 태클을 걸었고 주심이 데 용에게 노란딱지를 꺼내들었을 때였다.

그리고 만치니 감독은 82분에 다비드 실바를 빼고 마이카 리차즈를 들여보내며 뒷문을 더욱 단단하게 걸어잠갔다. 정말로 결승전인 것처럼 이 경기만 이기면 된다는 뜻이 강하게 담겨 있었다.

이렇게 귀중한 승리를 챙긴 맨체스터 시티는 맨유와 같은 승점 83점을 기록했지만 골 득실차에서 8골이나 앞섰기 때문에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제 두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자력 우승의 꿈이 한창 영글고 있는 셈이다. 1967-68 시즌 우승 이후 44년만의 꿈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맨시티는 오는 6일 밤(한국 시각)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방문 경기를 펼친다. 아마도 이 경기에서 리그 우승이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뉴캐슬이 '아스널, 토트넘, 첼시'의 틈바구니에서 3위나 4위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반면에 맨유는 스완지 시티(5월 6일)와의 안방 경기와 선덜랜드(5월 13일)와의 방문 경기가 예정되어 있지만 두 경기 모두 이기더라도 맨 시티의 실수를 기다려야 할 판이다.

덧붙이는 글 ※ 2011-20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경기 결과, 1일 새벽 4시 에티하드 스타디움(맨체스터 시티)

★ 맨체스터 시티 FC 1-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득점 : 콤파니(45+1분,도움-다비드 실바)]

◎ 맨시티 선수들
FW : 세르히오 아게로, 테베스(68분↔데 용)
MF : 가레스 베리, 야야 투레, 나스리(90+3분↔제임스 밀너), 다비드 실바(82분↔마이카 리차즈)
DF : 클리시, 레스콧, 콤파니, 사발레타
GK : 조 하트

◎ 맨유 선수들
FW : 라이언 긱스, 웨인 루니, 나니(82분↔애슐리 영)
MF : 박지성(58분↔웰벡), 마이클 캐릭, 폴 스콜스(78분↔발렌시아)
DF : 에브라, 리오 퍼디낸드, 필 존스, 크리스 스몰링
GK : 데 헤아

◇ 5월 1일 현재 리그 상위 8팀 순위표
1 맨체스터 시티 83점 26승 5무 5패 88득점 27실점 +61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83점 26승 5무 5패 86득점 33실점 +53
3 아스널 66점 20승 6무 10패 68득점 44실점 +24
4 토트넘 홋스퍼 62점 18승 8무 9패 59득점 39실점 +20
5 뉴캐슬 유나이티드 62점 18승 8무 9패 53득점 46실점 +7
6 첼시 61점 17승 10무 8패 62득점 39실점 +23
7 에버턴 51점 14승 9무 12패 46득점 38실점 +8
8 리버풀 49점 13승 10무 12패 43득점 37실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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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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