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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 욕설 등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당한 김아무개 선수(18)의 고모부 A씨(왼쪽)가 30일 오후 2시 인천광역시 남구 학익동 인천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견을 말하고 있다.
 구타, 욕설 등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당한 김아무개 선수(18)의 고모부 A씨(왼쪽)가 30일 오후 2시 인천광역시 남구 학익동 인천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견을 말하고 있다.

[2신 : 30일 오후 5시]
피해가족 기자회견... 가혹 행위로 원형 탈모증  

"제2의 김아무개는 없어야 합니다." 

구타, 욕설 등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당한 김아무개 선수(18)의 고모부 A씨는 30일 오후 2시 인천지방법원(인천광역시 남구 학익동 소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힘주어 말했다. 

올 1월 정식으로 인천시 계양구청 양궁팀에 입단한 김 선수에게 선배들이 심한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때는 3월 초. 양궁 장비를 조립하던 김 선수가 자꾸 실수를 하자 선배들이 "그것도 제대로 못 맞추냐"며 나무막대와 철로 된 양궁 장비로 때렸다는 것. 이게 시작이었다. '일이 서툰 후배에게 던지는 꾸지람' 정도였던 선배들의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숨이 벅찬데도 자꾸 물속으로 밀어 넣어...저항하자 폭행" 

같은 달, 팀 전체가 수영 훈련을 간 날이었다. B선배는 '수영을 가르쳐 주겠다'며 김 선수를 물속으로 자꾸 밀어 넣었다. 숨 쉬기도 벅찬 김 선수가 자꾸 나오려고 해도 머리를 수차례 누르곤 했다. 견디다 못한 김 선수가 저항했다. 그러자 선배는 샤워실로 불러낸 후 "다른 사람 있는데 나에게 수치심을 줬다"고 소리를 질렀다. 수영복을 입은 채 30분 정도 얼굴과 뺨, 몸통을 맞았다. 온 몸이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였다. 

거짓말을 한다며 흉기로 위협한 적도 있었다. 4월 초, 휴일에 혼자 PC방에 갔다 숙소로 돌아왔다는 김 선수에게 "거짓말하지 마라, 안 그러면 다칠 수도 있다"며 B선배는 식탁에 앉으라고 했다. 주방에서 식칼을 꺼내 식탁 가운데에 올려놓고 "사실대로 말하라"며 추궁했다. 김 선수의 친구에게 확인전화까지 한 후에야 선배는 "너 하던 일 하라"며 한발 물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선수의 가족들은 "온순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김 선수 본인 역시 기자회견장에서 "선배들에게 대들거나 훈련을 게을리 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폭행)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입단 후) 성적이 낮았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양궁을 시작했지만, 이전까지 폭행 등 가혹행위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없었다. 

가혹행위로 원형탈모증, 우울증 앓게 돼 통원 치료 중 

가끔 집에 오면 '힘들다'고 말했지만, 가족들은 "네가 선배들에게 잘하고, 참아라"는 말만 했다. 그사이 김 선수는 길이 10cm, 폭 3~4cm 가량의 원형탈모증을 앓았고, 현재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우울증도 얻었다. 병원에서는 6개월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선수가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 계기는 지난 27일 아침에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전날 회식자리에서 술을 먹고 취해 잠든 김 선수의 뺨을 때리며 C선배는 "니가 어젯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아냐"고 윽박질렀다. 

담배를 피우던 선배는 새 담배를 한 보루 사오라고 심부름시켰다. 김 선수가 담배를 사서 돌아오자 "담배 한 보루를 피거나 맞는 일 중에 택하라"고 강요했다. 그가 담배를 피겠다고 하자 선배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다 피우라"고 말했다. 김 선수가 한 개비씩 피우자 한 갑을 모두 입에 물라고 명령한 뒤, 담배 20개비 전체에 불을 붙였다. 그가 담배를 제대로 피지 못하자 선배는 "어금니를 물라"고 한 다음, 주먹으로 김 선수의 광대뼈를 8~9차례 가격했다. 

그날 밤, 김 선수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대신 자신을 뒷바라지한 할머니에게 울면서 "운동을 그만 두겠다"고 전화했다. 곧바로 가족들이 모여 자초지종을 파악했다. 지난 29일 김 선수는 고모부 A씨와 함께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양궁 그만 두겠다...가해자들이 사과해도 볼 마음 없어" 

김 선수와 가족들은 "가해자들의 처벌을 원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어제 소속팀 선배 두 명이 사과를 하러 찾아왔지만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고,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구청과 소속팀이 사태를 수습하러 나선 모양새라는 게 가족들의 생각이었다. A씨는 "자치단체에서도 소속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 선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양궁을 그만 두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그는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하면 받아줄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볼 마음이 없다"고 답했다.

계양구청 양궁단은 올 2월 14회 한국실업양궁연맹회장기 실내 양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작년 8월 24일 충북 보은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22회 한국실업양궁연맹 회장기대회 모습.
 계양구청 양궁단은 올 2월 14회 한국실업양궁연맹회장기 실내 양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작년 8월 24일 충북 보은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22회 한국실업양궁연맹 회장기대회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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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30일 오전 11시 36분]

인천시 계양구(구청장 박형우) 소속의 양궁선수들이 올해 입단한 신입선수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해당선수가 정신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해당 선수의 보호자는 인천시 계양구 양궁선수단(감독 서거원)에 소속된 선배 선수들이 올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식 입단한 김아무개 선수에게 물을 먹이거나 쇠파이프로 매질하고, 담배 20개비를 입에 물려 담배를 피우게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했다.

서거원 계양구청 양궁단 감독은 "이런 폭행이 있는지 몰랐는데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선수 퇴출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고 말했다.

"쇠파이프 매질하고, 담배 사도록 해... 폭행-갈취의 종합세트"

인천시 계양구 양궁선수단은 지난해 12월 인천 S고 3학년에 재학중이던 김아무개 선수를 입단시켰다. 김 선수는 전국단위 대회에 출전해 개인과 단체부문에서 2위와 3위를 하는 등 차세대 양궁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입단 당시 박형우 구청장은 "부진했던 양궁팀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기존 선수들과 화합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양궁명가 재건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김 선수의 입단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선수는 올 2월 S고를 졸업하고 계양구청 양궁선수단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선배들의 폭행이었다.

김 선수의 고모부인 A씨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 선수가 신고식을 안한다고 했더니 선배들이 담배 20개비를 입에 물리고 불을 붙인 뒤 담배를 피우게 했다고 들었다"며 "지금 김 선수는 원형탈모증, 우울증에 걸려서 정신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김 선수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의 할머니는 혼자 노점상에서 김밥장사를 해서 6년여 동안 뒷바라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제45회 전국남녀양궁종별선수권대회 남자 고등부 거리 30미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A씨는 "같은 선수들끼리 어쩜 그럴 수 있느냐?"며 "그런 것을 방치한 감독과 코치가 더 큰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때린 선수들이 할머니에게 찾아와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이는 마음 아픈 할머니를 더 괴롭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처음 A씨로부터 김 선수의 폭행사실을 전해들었던 한 지역인사는 "선수들이 김 선수를 물에 빠트린 뒤 물을 먹게 했고, (아침에) 잠을 깨울 때 주먹으로 광대뼈를 때렸다. 심지어 쇠파이프로 김 선수를 매질했다고 들었다"며 "심지어 김 선수 카드로 자기들의 담배를 구입하게 하는 등 이것이 사실이라면 폭행, 갈취의 종합세트"라고 꼬집었다.

이 인사는 "현재 김 선수는 도저히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다"며 "우울증이 아주 심해 인천의 한 정신병원을 다니며 치료받다가 현재는 한 섬에서 요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최근 박형우 구청장쪽 인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했고, 이 인사는 박 구청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이후 지난 29일 가해선수들은 김 선수의 할머니를 찾아와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원 감독 "이런 폭행이 있었는지 몰랐다... 퇴출 등 조치 하겠다"

서거원 양궁선수단 감독은 "선배들이 김 선수가 평소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김 선수에게 주의를 준 적은 있었으나 이런 폭행까지 있었는지는 몰랐다"며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이 안 되는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감독 스스로도 도의적 책임을 지겠고, 김 선수를 폭행한 선수들을 퇴출시키거나 징계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 등 피해가족은 30일 오후  2시 인천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폭행사실을 공개할 예정이다.


태그:#인천시 계양구 양궁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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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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