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횟집 수족관 안에 갇힌 고등어, 넙치, 놀래미, 도미, 아나고 등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횟집 수족관 안에 갇힌 고등어, 넙치, 놀래미, 도미, 아나고 등 물고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이대희스튜디오


'물고기'와 '생선'은 의미가 같지만, 그 어감은 다르다. 귀여운 열대어 흰동가리의 모험기는 가족의 사랑을 일깨워주는 <니모를 찾아서>가 되지만, 수족관 횟감 고등어의 탈출기는 생과 사의 처절함을 일깨워주는 <파닥파닥>이 된다.

이대희 감독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망망대해에서 갓 잡힌 고등어가 어촌의 한 횟집 수족관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수족관 안은 '오래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올드 넙치가 지배하고 있다. 고등어는 올드 넙치의 지배 아래 수족관 안에서의 한정적인 삶을 택하기보다, 지속적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결국 후자가 아니라면 언제 뼈와 살이 분리돼 인간에게 먹힐지 모르는 죽음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급과 권력이 존재하는 작은 세계인 이 수족관은 우리 사회를 닮아 있다. 바다에서 온 물고기는 바다를 모르는 양식장 출신보다 우위에서 폭력을 휘두른다. 하지만 수족관을 벗어난 약육강식의 세계 가장 위에는 절대 권력인 '인간'이 있다. '뛰어봤자 사시미칼 안'인 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 살고자 '파닥파닥'거리는 몸부림은 처연하게 혹은 희망적으로 삶과 죽음을 그린다. 

꽤 오래 전부터 제작 소식이 들렸던 <파닥파닥>이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선을 보였다. 2007년부터 2∼3년간의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거쳐 완성까지 무려 5년 이상 걸렸다. 28일 특별 기자시사회를 통해 만난 <파닥파닥>의 섬세한 아트워크와 리얼한 표현력은 오랜 제작기간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산 채로 회뜨는 애니메이션 속 물고기들의 모습은 횟집에서 목격한 실제 광경보다 충격적이다. 입을 뻐끔거리면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생선의 슬픈 눈과 마주하며 그 살점을 떼어먹는 일이 실은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 더 와 닿기 때문이다.  

다음은 영화 상영 후 기자간담회에서 주고받은 이대희 감독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이대희 감독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횟집에 잡혀 온 고등어의 필사적인 탈출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대희 감독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횟집에 잡혀 온 고등어의 필사적인 탈출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대희스튜디오


오며가며 만난 횟집 생선들을 주인공으로

-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요 내용은?
"일상생활의 답답한 부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하루하루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답답함에서 각본을 쓰게 됐다. 나 뿐 아니라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사람들에게 있는 것 같다. 기존 체제에 덤비고 싶은 욕망들, 뭔가 하려고 하는 것들을 '파닥파닥' 뛰는 에너지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 사실감 높은 화면이 인상적이다. 실사 촬영 위에 애니메이션을 입힌 건지?
"실사 촬영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제작을 했다. 애니메이션을 입히거나, 로토스코핑(rotoscoping, 화면에 나타나는 캐릭터는 물론 배경까지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애니메이션 기법)처럼 작업하지는 않았다."

- 수족관에서 물고기의 생존이라는 아이템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물고기의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했나?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했는데, 왔다 갔다 하는 길목에 횟집이 있었다. 답답할 때, 그 물고기들을 보다가 영감을 얻었다. 물고기들은 더 답답할 것 같았다. 그 느낌을 얻어서 표현하면 심정이 잘 드러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했다. 물고기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촬영해서 연구했다. 감정 표현에 중점적으로 많이 할애했다. 물고기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테스트 기간이 필요했는데, 애니메이터 교육기간만 6개월이 걸렸다."

- <파닥파닥>을 만들기 위해 횟집에 위장취업을 했다고 들었다. 작품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는지?
"위장 취업은 아니었다. 회사 그만 두고 나서 2007년 각본을 쓸 때 따로 직업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각본을 써야 하는데, 그럴 바에야 횟집으로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실질적으로 각본을 쓸 때 도움이 됐던 건, 일하는 분들의 인터뷰였다. 그리고 횟집의 분위기나 그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도움이 됐다. 영화에서 짓궂은 꼬마 애가 나오는데, 실제로 뜨거운 매운탕 그릇을 들고 갈 때 장난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굉장히 얄미웠는데, 그 장면이 반영됐다."

- 수족관 안의 물고기들을 보면 종류가 다양하다. 고등어는 자유를 상징하는 캐릭터, 넙치는 속을 모르지만 자유를 꿈꾸는 캐릭터다. 캐릭터에 대한 구상을 어떻게 했는지, 표현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캐릭터에 대해 따로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횟집에 가면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다. 관찰을 하다 보니까 캐릭터의 성격이 바로 나와서 너무 고민하지 않았다. 고등어 같은 경우, 직진하는 성향이 있어서 횟집에 오면 코에 멍이 들어 있다. 성격상, 좁은 데 갇히면 금방 죽는 물고기라, 어렴풋이 떠올렸던 캐릭터와 매치가 되더라.

영화에서도 고등어는 탈출하려고만 하고, 넙치는 가만히 눈만 돌리고 있다. 놀래미 같은 경우, 조사를 하다 알게 됐는데, 횟집에서 일하는 분들이 장난으로 낚시를 하면 놀래미만 걸린다더라. 멍청한 역할에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인터뷰할 때 들었던 것들을 이야기에 '매치'했더니 자연스러웠다. 다만, 아나고는 기술적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서 시간 할애를 많이 했다. 고등어는 얼굴이 안 예뻐서, 정면에서 보이는 모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이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상영됐다. 연출을 맡은 이대희 감독이 28일 전주국제영화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이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상영됐다. 연출을 맡은 이대희 감독이 28일 전주국제영화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성하훈


"이상하게, 이 영화 보면 회가 땡긴다더라"

- 영화 만들고 나서, 회를 먹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영화에서 회가 등장하지만, 요식업에 반감을 갖고 만든 건 아니다. 성우 더빙하고 나서 회식을 횟집에서 했다. 이상하게, 이 영화 보면 회가 '땡긴다'고 하더라. 각본 쓸 때는 감정 이입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웃음) 이 영화가 사실은 90분짜리였는데, 그때는 줄돔(권력자의 편에 선 기회주의자적 캐릭터)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올드 넙치와 고등어가 강하게 드러나야 해서 분량이 줄었는데, 줄돔에게 애착이 많이 갔다."

- 물고기의 감정 표현을 할 때 무엇을 참고했나?
"거의 머리만 나와서 연기한다. 한국 드라마를 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잘 살아 있어서 연기자들의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 죽어가는 놀래미가 수족관으로 떨어졌을 때 올드 넙치가 눈을 찡그리는 연기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여고생이 죽었을 때 김상경 씨의 연기와 흡사한 부분들이 있어서 연구를 많이 했다."

- 고등어를 여성 캐릭터로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개인적인 취향이다. 여성성이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저항하는 면에서 남성보다는 여성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고등어가 노래 부르는 부분을 여성이 부르기를 바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가 됐다."

- 뮤지컬 형식을 삽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전통 뮤지컬이라기보다, 뮤직비디오 형식이다. 화면이 계속 답답한 (수족관) 공간 안에서만 머물다 보니, 시선을 터 줘야 할 것 같다는 기술적인 이유에서 뮤지컬적인 부분을 삽입했다. 물고기들이 처한 현실이 살벌한 상황인데, 생각하는 부분은 대비를 강하게 이루면 좋을 것 같았다. 평상시에는 수용소 같은 느낌의 아트워크를 잡아 색깔도 칙칙한데, 뮤직비디오 부분은 원색적으로 들어갔다."

- 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향후 계획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계속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파닥파닥> 결과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지금 목표는 이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안 되게 하는 것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미 다음 장편 애니메이션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비밀이지만, 소재가 물고기는 아니다.(웃음)"

<파닥파닥>은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영화다. 배급을 맡은 인디스토리 조계영 홍보 마케팅 팀장은 15세 이상 관람가를 예상했다. 올해 여름 개봉 예정이다.

 이대희 감독은 "<파닥파닥>을 만들기 위해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대희 감독은 "<파닥파닥>을 만들기 위해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이대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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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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