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창녀다>의 포스터

<엄마는 창녀다>의 포스터 ⓒ (주)드림웨스트픽쳐스

주저하지 않았다. 끝장을 보는 치명적인 내용이라도 망설일 틈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갔는지 궁금해 애가 탔다. <엄마는 창녀다>는 지루하지 않지만 권장할 내용도 아니다. 나같이 삐딱한 4차원이 아닌 일반적인 시선이라면 심하게 '볼 만하지 않다'.

엄마는 창녀며 아들은 에이즈 환자로 포주 역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싼 년' 옆에 15분에 9900원이라고 쓴 광고지를 벽에 붙이고 다닌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11분>을 생각하면 넉넉한 시간이란 느낌이다.

<노는계집 창>이란 영화에서 나이든 윤락여성을 처음 접했다. 그들을 찾는 남자는 주로 장애를 지닌 사람이거나 돈이 없거나 어딘가 부족한 이들이다. 에이즈에 걸린 38살 아들과 늙은 엄마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싼 년'을 갖기 위해 그곳을 찾아드는 소외된 남자들의 모습이 더 아련하게 보이기도 했다.

아들 상우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 속 아빠는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한 지 1년이 됐고 보신탕집을 한다. 재혼한 여자에겐 히키고모리인 아들과 가끔 자신을 찾아오는 이복 여동생이 있다. 좀 아쉬운 것은 광신도인 젊은 아내의 연기. 하지만 어쩌면 내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인지라 눈여겨보았다. 아빠는 히키고모리인 아내의 아들을 범하고 이복 여동생은 자신과 '하고 싶다'는 소리를 하고, 동네의 작은 건달 역시 자신을 좋다며 쫓아다닌다.

 늘 배고프다며 아들을 보채는 엄마

늘 배고프다며 아들을 보채는 엄마 ⓒ (주)드림웨스트픽쳐스


엄마의 '창녀 짓'으로 먹고 사는 상우, 입에 욕을 달고 살지만 엄마에게만은 살갑고 다정하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지만 누구보다 엄마를 아끼고 사랑한다. 이 영화에선 유난히 고기를 구워먹는 씬이 자주 등장한다. 주로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서 먹는 장면은 일반적으로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을 연상케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쓸쓸하거나 역겹다.

또한 내용 자체가 남자들에게 눈요깃거리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감독은 적당한 수준에서 자제할 줄 아는 것 같았다. 영화는 평을 논하기 이전에 새로운 시도 자체로 인정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조연출로 성장했지만, 어떤 감독의 조연출이었던 간에 이토록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인 음지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엄마가 사라지고 혼자 망연자실한 아들상우

엄마가 사라지고 혼자 망연자실한 아들상우 ⓒ (주)드림웨스트픽쳐스



자막이 오른 후, 분명한 것은 엄마가 그토록 불러 대서 좀처럼 잊어버려지지 않는 '상우'란 이름의 배우가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자막이 오를 때 그는 유독 혼자 본명을 썼다. 연기는 문외한이지만 왠지 그릇이 큰 배우 같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감독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이 오버랩 됐다. 연기를 초절정으로 잘해서 나의 가슴을 미어터지게 했던 그분, 진정으로 어눌한 연기를 울트라 급으로 소화해주신 그분.

<용서받지 못한 자>의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노련한 연기로 주목받았듯, 자신의 영화에서 빛을 내는 것 또한 감독 자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상우 감독 영화는 <아빠는 개다>와 <나는 쓰레기다>의 화려한 가족 시리즈로 이어진다고 한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도 좋지만 충무로에도 지독한 저예산 영화로 완벽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큰 그릇의 감독이 되길 기대해본다.

엄마는 창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