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창녀다>의 포스터 ⓒ (주)드림웨스트픽쳐스
주저하지 않았다. 끝장을 보는 치명적인 내용이라도 망설일 틈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갔는지 궁금해 애가 탔다. <엄마는 창녀다>는 지루하지 않지만 권장할 내용도 아니다. 나같이 삐딱한 4차원이 아닌 일반적인 시선이라면 심하게 '볼 만하지 않다'.
엄마는 창녀며 아들은 에이즈 환자로 포주 역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싼 년' 옆에 15분에 9900원이라고 쓴 광고지를 벽에 붙이고 다닌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11분>을 생각하면 넉넉한 시간이란 느낌이다.
<노는계집 창>이란 영화에서 나이든 윤락여성을 처음 접했다. 그들을 찾는 남자는 주로 장애를 지닌 사람이거나 돈이 없거나 어딘가 부족한 이들이다. 에이즈에 걸린 38살 아들과 늙은 엄마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싼 년'을 갖기 위해 그곳을 찾아드는 소외된 남자들의 모습이 더 아련하게 보이기도 했다.
아들 상우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 속 아빠는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한 지 1년이 됐고 보신탕집을 한다. 재혼한 여자에겐 히키고모리인 아들과 가끔 자신을 찾아오는 이복 여동생이 있다. 좀 아쉬운 것은 광신도인 젊은 아내의 연기. 하지만 어쩌면 내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인지라 눈여겨보았다. 아빠는 히키고모리인 아내의 아들을 범하고 이복 여동생은 자신과 '하고 싶다'는 소리를 하고, 동네의 작은 건달 역시 자신을 좋다며 쫓아다닌다.
▲ 늘 배고프다며 아들을 보채는 엄마 ⓒ (주)드림웨스트픽쳐스
엄마의 '창녀 짓'으로 먹고 사는 상우, 입에 욕을 달고 살지만 엄마에게만은 살갑고 다정하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지만 누구보다 엄마를 아끼고 사랑한다. 이 영화에선 유난히 고기를 구워먹는 씬이 자주 등장한다. 주로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서 먹는 장면은 일반적으로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을 연상케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쓸쓸하거나 역겹다.
또한 내용 자체가 남자들에게 눈요깃거리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감독은 적당한 수준에서 자제할 줄 아는 것 같았다. 영화는 평을 논하기 이전에 새로운 시도 자체로 인정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조연출로 성장했지만, 어떤 감독의 조연출이었던 간에 이토록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인 음지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 엄마가 사라지고 혼자 망연자실한 아들상우 ⓒ (주)드림웨스트픽쳐스
자막이 오른 후, 분명한 것은 엄마가 그토록 불러 대서 좀처럼 잊어버려지지 않는 '상우'란 이름의 배우가 궁금해졌다는 것이다. 자막이 오를 때 그는 유독 혼자 본명을 썼다. 연기는 문외한이지만 왠지 그릇이 큰 배우 같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감독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이 오버랩 됐다. 연기를 초절정으로 잘해서 나의 가슴을 미어터지게 했던 그분, 진정으로 어눌한 연기를 울트라 급으로 소화해주신 그분.
<용서받지 못한 자>의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노련한 연기로 주목받았듯, 자신의 영화에서 빛을 내는 것 또한 감독 자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상우 감독 영화는 <아빠는 개다>와 <나는 쓰레기다>의 화려한 가족 시리즈로 이어진다고 한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도 좋지만 충무로에도 지독한 저예산 영화로 완벽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큰 그릇의 감독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