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 112억 원을 맡아달라는 처남의 부탁을 받고 보관하며 억대의 생활비를 받고 110억 원의 뭉칫돈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파묻어 보관해 준 부부에게 징역형과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L씨는 미국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150억 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그 범죄수익금을 전주에 사는 매형(A)과 누나(B)에게 돈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A(53)씨 부부는 2009년 4월부터 2011년 1월까지 12차례에 걸쳐 L씨로부터 총 112억3474만 원을 받아 자신의 아파트에 보관했다. 그러던 중 2010년 4월 처남으로부터 "보내 준 돈으로 땅을 사서 안전하게 돈을 묻어라"라는 전화를 받자, A씨는 곧바로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 있는 마늘밭을 1억 원을 주고 매입했다.

그런 다음 A씨 부부는 이 돈을 비닐로 포장해 김치통 등에 나눠 밀봉해 2010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0회 걸쳐 109억7874만 원을 매입한 마늘밭에 파묻었다. A씨 부부는 그 대가로 생활비 명목으로 1억5600만 원을 받아썼다.

이에 검찰은 "A씨 부부는 L(처남)씨와 공모해 도박개장 등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110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며 기소했다.

1심인 전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신헌석 부장판사)는 2011년 8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처 B(51)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A씨가 매입한 마늘밭을 몰수하고 4100만 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L씨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임을 잘 알면서도 112억 원의 거액을 수수해 보관한 것으로 범정이 중한 점, 또 보관의 대가로 생활비 명목으로 1억5600만 원을 받은 점, 아울러 피고인들이 수수한 범죄수익이 대부분 압수된 점,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109억7874만 원을 마늘밭에 파묻은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들은 L씨의 지시에 따라 돈을 파묻었고, 거액의 돈을 보관하면서도 생활비 명목 외에는 달리 대가를 받지 않은 사실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은 L씨의 부탁을 받고 단지 돈의 보관 장소로서 이용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특정범죄를 용이·촉진 또는 확대하는 데 지원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을 단순히 땅에 파묻거나 자신만이 아는 은밀한 장소에 은닉하는 행위는 그 출처에 관한 수사를 방해하고 몰수를 회피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지만, 이런 소극적인 행위만으로는 범죄수익이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변질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하는 행위'의 범주 내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처남이 준 돈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번 범죄수익금임을 알면서도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돈을 마늘밭에 파묻으며 돈을 은닉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검사는 "1심은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의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고, A씨 부부도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각각 항소했으나,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2011년 10월 검사와 A씨 부부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 3호는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처남의 부탁을 받고 범죄수익금 110억 원을 '김제 마늘밭'에 묻어 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 대해 징역 1년, 처 B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임을 알면서 이를 땅에 묻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범죄수익은닉 규제법상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이 있거나 이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마늘밭, #범죄수익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