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영된 <놀러와> ‘위기의 주부들’ 스페셜

19일 방영된 <놀러와> ‘위기의 주부들’ 스페셜 ⓒ MBC



'위기의 주부들 스페셜 vs 글로벌 웨딩마치 스타 특집'

한 프로그램의 연이은 아이템이 아니다. 타 방송국 경쟁 토크쇼 특집은 더더욱 아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주 차로 방영된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이하 <놀러와>)와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의 최근 특집 제목이다.

지난 14일 방송에서 <라스>는 미국인을 남편으로 맞은 배우 김진아·임성민, 가수 BMK를 초대했다. <나는 가수다>에 이어 결혼소식까지 알려왔던 BMK와 함께 최근 <세바퀴> 출연했던 국제결혼 12년차 김진아와 '레드닷'이란 '핫' 검색어를 낳았던 임성민의 결혼 이야기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말 그대로 재발견과 발굴의 의미랄까.

반면 19일 <놀러와>에 출연한 선우용녀·이승신은 <세바퀴>의 초창기 멤버다. 김나운과 크리스티나, 신영일 또한 <세바퀴>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나마 남편에게 '9첩 반상'을 차린다는 방송인 설수현만이 새로운 얼굴이었다. 이들이 털어놓는 '부부 생활 백서'는 <세바퀴>나 아침 토크쇼에 어울릴 만한 성질의 것이었다. 

그래서 침몰 중인 <놀러와>의 19일 특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국 시청률 8.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 지난 12일 7.8%보다 0.4%P 상승했지만,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10.4%, KBS 2TV <안녕하세요>에 9%에 역시 뒤졌다. 동시간대 꼴찌다. 비슷한 포맷으로 <라스>는 16.1%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재석이 건재한 <놀러와>는 어쩌다 <라스>의 반토막 시청률을 내게 됐을까.

 지난 14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진아, 임성민, BMK

지난 14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진아, 임성민, BMK ⓒ MBC


'쎄시봉 콘서트'로 홈런 친 <놀러와>의 복병은 마봉춘? 

동일한 집단 토크쇼에서 비슷한 소재의 게스트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달라질 터. 김구라를 위시해 적극적인 탐구(?) 정신으로 무장한 <라스>의 MC들에 비해 <놀러와>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소재와 '기획 섭외' 명분만을 채운 게스트들의 조합을 보였다.

기실 현존하는 최장수 토크쇼로 자리매김한 <놀러와>는 고정된 형식을 고수해 온 적이 없었다. 2004년 초창기 앙케이트 토크, 토크 배틀 등 유재석·김원희와 보조 MC 체제, 그리고 집단 게스트란 원칙, 편안함을 무기로 삼은 분위기를 제외하곤 트렌드에 맞게 형식을 바꿔왔다. 기획 섭외와 골방 토크가 자리 잡은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단 얘기다.

그 기획 섭외가 낳은 히트상품이 바로 '쎄시봉 특집'이었다.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킨 '쎄시봉 특집'은 연말 콘서트로, MBC가 주최한 미주 콘서트로 확장되며 7080세대의 감성을 자극했다. 때론 헛스윙도 없지 않았지만, 쎄시봉 특집이야말로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온 '기획 섭외'의 산물이자 음악과 추억토크를 결합한 '신정수 PD표' 홈런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놀러와>를 흔든 건 사실 <안녕하세요>도 <힐링캠프>도 아닌 MBC 스스로였다. 작년 봄 신정수 PD는 '쎄시봉 특집'의 공을 인정받아 김재철 사장이 총애하는 <나는 가수다>의 구원투수로 투입됐고, 이후 교체된 이지선 PD 또한 작년 9월 <세바퀴>를 연출하다 <나는 가수다>를 맡고 있던 김유곤 PD로 맞교체되는 혼란을 맞았다.

기실 시청률만 놓고 보자면 <놀러와>는 꾸준히 10% 전후의 성적을 올려왔다. '<나는 가수다> 효과'를 톡톡히 본 작년 6월 13일 방송의 16%가 이례적인 수치였다. <놀러와> 시청률이 <세바퀴>나 <무한도전> 수준은 아니었단 얘기다. 그렇다면 <놀러와>의 추락은 비단 일반인이 출연하는 <안녕하세요>나 정치인 섭외 등으로 분위기를 바꾼 <힐링캠프>의 선전 때문일까. 요인은 언제나 내부로부터 기인한다.

 작년 방영된 <놀러와> '심수봉 스페셜'의 한 장면

작년 방영된 <놀러와> '심수봉 스페셜'의 한 장면 ⓒ MBC


기획 섭외의 장점, 독한 <라디오스타>가 가져가나

원래 한 번 정점을 찍으면 그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기 마련. '쎄시봉 특집' 이후 <놀러와>는 '기획력'에 상찬을 받아왔다. '커튼콜의 여왕'으로 윤복희를, '노래밖에 난 몰라'로 심수봉을, 데뷔 40주년을 맞은 양희은을 게스트로 부르는 한편, SM소속 아이돌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놀러와>였다.

유재석의 배려와 골방토크가 주는 편안함이 그 원동력이었다. 반짝 흥미를 끌었던 '해결의 책' 또한 프로그램 막바지 출연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며 도입됐다. 그러니까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모인 게스트들의 인생담을 격의 없이 듣는 자연스러움이야말로 <놀러와>만의, 아니 <놀러와>가 추구해온 특화점이었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다 <라디오스타>가 <무릎팍도사>의 자리를 대신해 1시간으로 확장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마이너한 감수성과 독설로 무장한 <라스> 역시 '기획 섭외'를 추구하면서 형식면에서 <놀러와>와 다를 바 없게 됐다.

조영구·주영훈·전혜빈·황찬성이 출연한 '몸짱 우열반', 제이·이준·유이·시완의 '연기를 품은 아이돌', 조형기·독고영재·박준규의 '전설의 스타 주니어', 후지타 사유리·리키 김·줄리엔 강의 '글로벌 스타'. <라스>의 최근 출연자들이다. 특집 제목만 놓고 보자면 <놀러와>에서 방영됐다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최근 <라스>는 김구라의 독설과 중구난방의 진행으로도 소소한 개그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출연자들의 속내와 이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키고 있다. 유재석의 편안함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여기에 최근 <주병진의 토크콘서트>까지 시청률 난조를 이유로 집단토크를 선보였다.

 23일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연해 묘기를 선보인 통아저씨 이양승씨와 딸 이은경씨.

23일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연해 묘기를 선보인 통아저씨 이양승씨와 딸 이은경씨. ⓒ MBC


1주일에 3번 방영하는 MBC 집단 토크쇼, 피로하다

오히려 <놀러와>의 복병은 MBC 내부에 있었던 셈이다. 유세윤의 눈물로 화제를 모은 이후 선전하고 있는 <라스>의 도약과 <놀러와>의 시청률 난조가 엇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같은 채널에서 1주일에 3번 연예인들의 집단 토크를 보는 일은 피로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돌아봐야 하는 건 역시 기획 섭외의 전범을 확립했던 <놀러와>의 과거다. 달라진 건 없다. 1인자 유재석 역시 노조 파업으로 인한 불방을 맞은 <무한도전>을 제외하곤, 타방송의 <런닝맨>과 <해피투게더3>를 통해 건재를 과시하지 않고 있나.

소재 자체의 흥미는 차치하더라도 종종 짧은 순간 게스트의 진심을 잡아냈던 <놀러와>만의 코드를 회복할 시점이다. 독한 <라스>와 순한 <놀라와>의 진정한 경쟁은 거기서 출발한다. 반짝 시청률 상승을 위해, 예능감의 회복을 위해 '통아저씨'의 아슬아슬한 묘기를 전시하는 건 <놀러와>와 어울리지 않는다. 매주 화요일 오전만 되면 <놀러와>의 위기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김유곤 PD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놀러와 라디오스타 힐링캠프 안녕하세요 김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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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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