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이 선택했던 용병은 말콤 토마스였다. 그렇지만 토마스는 유재학 감독의 기대와 달리, 모비스의 골밑에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함지훈이 없는 골밑을 홀로 지켜야 했던 탓도 있지만, 약한 체력 때문에 4쿼터만 되면 턴오버를 남발했다. 결국 함지훈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뽑았던 토마스는 체력적인 문제로 시즌 시작 한 달여 만에 퇴출됐다.

말콤 토마스의 퇴출 후, 유재학 감독이 데려온 용병은 테렌스 레더였다. 지난 2007년부터 무려 4년 연속 한국 무대를 밟았던 레더. 그렇지만 2011-2012 시즌부터 용병 선수의 영입이 자유계약제로 바뀌면서, 그는 어떤 구단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는 자유계약제로 바뀌면서 모든 구단이 좀 더 수준 높은 용병을 영입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또한 테렌스 레더가 점점 단점을 노출하기 시작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 무대에서의 초반의 레더는 그야말로 최고 선수에 가까웠다. 특히 2008-2009시즌에는 베스트 5에 선정 됐으며,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거의 '무적'에 가까웠던 선수였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시즌이 거듭될수록 점점 레더는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는 선수로 변모했다. 자신보다 키가 큰 장신의 센터들에게 고전하는 점과 다혈질적인 성격, 반칙성 스타일 등이 그의 뛰어난 장점을 묻어 버린 것이다.

'다혈질' 레더를 다시 불러들인 모비스

 슛을 시도하는 레더

슛을 시도하는 레더 ⓒ KBL

그런 레더를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다시 한국 무대로 불러 들였다. 그야말로 아이러니였다. 유재학 감독이 그동안 선호했던 용병 스타일과 테렌스 레더의 스타일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많은 우려와 달리, 레더는 유재학 감독의 모비스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함지훈이 없던 모비스에서 레더의 가세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유감독이 목표로 했던, 함지훈 복귀 이전까지 6위 언저리에서 머물겠다는 것은 결국 현실이 됐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정규 시즌 막판 레더의 미숙한 파울 관리와 다혈질적인 성격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모비스 팀 전체가 뻑뻑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6강 플레이오프를 눈앞에 둔 모비스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쓰여지는 듯했다. 레더가 자제력을 잃은 모습을 플레이오프에서도 보일 경우, 그것은 곧 모비스의 위기를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모비스와 KCC의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됐다. 울산 모비스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3연승을 거뒀다. 이로써 모비스는 지난 11일 플레이오프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는 팀의 주축인 양동근과 함지훈, 플레이오프 들어 경기당 4.3개의 3점슛을 성공 시키며 영웅으로 등장한 박구영 등 국내 선수들에게 쏟아졌다.

모비스의 안정성... 레더의 역할 컸다

 슛 블록하는 함지훈

슛 블록하는 함지훈 ⓒ KBL

그렇지만 사실 모비스의 이런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좋은 성과는, 테렌스 레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레더는 6강 플레이오프 3경기 동안 단 한 번도 5반칙 퇴장 당하지 않으며, 극도의 자제력을 보여줬다. 또한 정규 시즌에서 평균 3.7개의 턴오버를 기록하던 것과 달리, 2.7개의 턴오버만을 기록했다. 반대로 평균 득점은 시즌 평균보다 2.1점이 향상된 26.3점을 기록하며 모비스의 골밑 공격을 이끌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레더의 모습은, 지난 4년 동안의 모습과 너무나도 달랐다. 항상 혼자 하는 농구에 익숙했던 레더는 더이상 없었다. 팀과 하나가 된 레더만 있었다. 모비스에서 레더는 팀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집중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즐겁게 농구를 했다. 팀원들과 하나가 되서.

적어도 6강 플레이오프까지 경기를 봤을 때, 레더 영입은 모비스에게도 레더에게도 성공적이었다. 하승진과 왓킨스라는 더블 타워를 이겨낸 레더. 이제 다음 상대는 윤호영, 김주성, 벤슨이 버티는 트리플 타워의 동부다. 진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물론 레더 혼자서는 이들에게 역부족이다. 지난해까지의 레더는 항상 혼자였고, 한계를 점점 크게 체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레더의 곁에는 함지훈을 비롯해 그와 함께 하나가 돼 뛰고 있는 팀 동료들이 있다. 함께하는 농구에 푹 빠진 레더. 과연 그는 모비스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며, 자신의 향상된 모습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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