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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회의실에서 강상중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교수이자 현대한국연구센터장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원자력 관련 긴급 좌담회를 진행했다.

사회자(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오늘 긴급좌담회는 후쿠시마 대재앙 이후에 동아시아 국가가 당면한 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모색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난해 3.11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은 핵발전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알려준 사건이며, 궁극적으로는 현대문명의 에너지 소비에 대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요코하마에서 열린 2012탈원발세계회의에 참여한 세계시민들은 311 후쿠시마 대재앙의 교훈을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공감하고, 핵이 없는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2012탈원발세계회의 폐회식에 발표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참여하는 3.11인 지식인 선언은 동북아시아의 탈원전 평화사회를 추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이 좌담회는 후쿠시마 대재앙 이후 일본사회의 대응을 평가하고, 향후 동아시아 차원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첫 번째 질문으로 강상중교수님, 후쿠시마 이후에 일본은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벗어나자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어떠한 상황입니까?"

강상중 (도쿄대 교수) : "후쿠시마 대재앙 이후, 테레비도쿄(TV Tokyo)에서 노다 총리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 경제계의 뜻이 많이 반영된 프로그램인데, 현 노다총리의 내각은 40년 내에 현재 원자로를 폐기한다는 기본방침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고 합니다. 원자로를 폐기되기 전에 존속신청을 미리해서 아주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원자로가 견뎌낼 수 있다고 하면 가동될 수 있도록 한 것 입니다. 이러한 예외조항 때문에 40년 후에도 현재 원자로가 폐기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 비즈니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라 생각되지만, 일본의 현 정권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여 포기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일본 국민들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탈원전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본 경제계의 뜻도 있으므로,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벗어나는 프로세스는 긴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탈원발"이 옳은 것이라 생각되지만 일본의 국가 방침으로 결정되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은 중국에서 하고 있다는 소형 원자력 발전에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참여할 예정이라는 것에도 주목을 하고 있어서, 탈원발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 "후쿠시마 탈원발세계회의에서 최열대표는 311 후쿠시마 대재앙을 접하고 나서 반핵 운동과 함께 자연에너지원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아울러 311인 선언을 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어떠한 것입니까?"

최 열(환경재단 대표) : "작년 8월에 히로시마에서 원수금세계대회에서 제가 후쿠시마의 재앙을 특정국가의 이름을 쓰지 말고 311 대재앙이라는 것으로 표현하자 했습니다. 특정 국가에 국한하지 말고, 핵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할 나라가 일본, 중국, 한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국가로부터 311인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에서 100인, 일본에서 100인,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의 111인이 모여 선언을 하자고 제안을 한 것입니다. 내용 중에는 북한에 자연에너지를 앞으로 지원하자는 제안도 포함했습니다."

사회자 : "강상중 교수님은 이번 요코하마 발원발세계회의의 311선언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울러 일본 지식사회의 분위기를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상중 : "311인 선언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한일병합 100년 기념으로 와다 하루끼 동경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한국, 미, 일본의 지식인 선언을 내어놓았습니다. 그것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선언이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동경대학교 정보학환 교수회의실에서의 좌담
▲ 강상중교수와 최열대표의 좌담 동경대학교 정보학환 교수회의실에서의 좌담
ⓒ 이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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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강상중 교수님과 최열 대표님이 일본과 한국을 대표하여 좌담을 하고 계신데요, 최열대표는 후쿠시마 반원전세계회의의 프로그램중 하나로 후쿠시마 현장에 다녀오신 적이 있는데, 그 느낌은 어떠셨나요?"

최 열 : "AP통신에서 20세기 최대 사건 1위가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투하, 21세기의 최대 사건 1위가 311 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입니다. 후쿠시마에 대해서 우리가 자기 문제로 느끼지 않고, 일상 생활을 계속한다면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지난 12-13일에 후쿠시마 현장 세 군데를 방문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20Km 지점까지 갔는데, 후쿠시마 지역주민들의 이야기가, 원전이 처음 들어온다고 했을 때 불안했지만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을 했는데 결국에는 40년이 지나 이런 엄청난 피해를 겪게 되었다고 일본정부에 분노를 표했습니다. 아울러 후쿠시마 사람들은 일본 사회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의 실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 비판했습니다."

사회자 : "강상중 교수님께서도 후쿠시마 현장에 다녀오셨습니까?"

강상중 : "세 번에 걸쳐서 후쿠시마 현장에 다녀오고, 방송과 함께 취재를 하였습니다. 처음 현장을 방문한 것은 3월 28일입니다. 이이다테무라는 제일 심각할 때는 방사선량이 185 마이크로 씨버트에 이르렀습니다. 후쿠시마 현장을 보면서 지금 떠오르는 것은 기민 (棄民)이라는 것 입니다. 긴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데, 나가사키나 히로시마의 피폭자인 재일조선인들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8월 5일 NHK에서 <피폭자로부터의 편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는데, 이번 후쿠시마 사고에 의한 피폭자들의 목소리 역시 자신들이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자: "현재 일본에는 후쿠시마 이후의 지식인의 대응, 국가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강상중 : "아쉽게도 일본에는 어떤 종류의 씨니시즘, 즉 회의주의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지식인 중에는 지금부터 60여년 전 태평양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2000만 명, 자국에서 300만 명이 죽었는 데에도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에 바뀌겠는가 하는 냉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설적이라고도 하겠는데, 후쿠시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방치됨으로 해서 원발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가 권력층에서는 우연한 사고로 파악해서 과소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사회자 : "후쿠시마 대재앙은 애초부터 일본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대미문의 사고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열 대표님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최 열: "다들 잘 알다시피, 생명계에는 애초부터 국경이 없습니다. 오염과 파괴에도 이미 국경은 사라졌습니다. 지금 동아시아의 대기를 타고 흐르고 있는 것은 티 없이 투명하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핵 공포입니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바다를 흐르고 있는 것 또한 한 없이 맑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핵 공포입니다. 이 공포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습니다. 이 공포는 생명에 대한 근원적 파괴와 미래 파괴를 목표로 이 순간에도 동아시아 사람과 문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공포는 일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공포의 실체는 바로 원자력발전소입니다. 저는 몇 달 전 이곳 일본에 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3월 11일 대자연은 거대한 물 채찍으로 동아시아에서 처음 근대물질사회를 열었던 일본 열도를 강타했습니다. 일본 북동쪽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원자력은 안전하다'라는 세기적 사이비 신화는 붕괴됐습니다. 이 대재앙은 풍요와 소비에 기반한 현대 소비 문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아시아를 넘어 인류사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3.11대재앙이라는 문명사적 경고를 겪으면서 저는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가 반드시 만나야만 한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이 일은 원자력 마피아나 정부에 읍소하는 걸로 해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힘을 합친다면 이 일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동의제 설정과 협력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이 결코 아닙니다. 그걸 추진하고자 합니다."

거리행진을 하는 한국대표단
▲ 요코하마 탈원발세계회의 거리 랠리 거리행진을 하는 한국대표단
ⓒ 이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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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최열 대표는 한국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강상중 교수님께서는 일본사회 내에서 국민들의 의견이 정부정책에 제대로 수용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사회와 비교해볼 수 있을까요?"

강상중 : "저는 현재 일본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는 스스로 싸워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일본과는 다르게 민주화운동은 20여년 간의 싸움에 의한 것으로 그 역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에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의 현실 및 일본의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이런 시점에서 한국의 변화가 상당히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국 측으로부터의 임팩트라는 것이 일본에도 영향이 있으리라 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脫原電'이 아니라 '脫原電問題'(탈원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자는 분위기)로 이어지는 흐름이 정부나 미디어,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 "후쿠시마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일본 내에서 플루토늄 비축등, 전략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강상중 : "저는 탈원전 문제의 근간에는 핵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로토늄을 이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고 재처리 기술도 가지고 있는 일본은 한국이나 북한에 어떤 일이 생기면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당초에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은 산업용으로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보장에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일본에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제일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간접적으로 탈원전 문제해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자 : "후쿠시마는 엄청난 재앙의 지역이 되었는데요, 후쿠시마지역에 대한 피해를 어떻게 치유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강상중 : "후쿠시마는 최종적으로는 최종폐기물 처리시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20Km 권 내에 중간폐기물 처리장, 최종폐기물 처리시설을 지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노다 수상과 이야기를 했을 때, 제염(오염 제거)보다는 사람들이 생활이 가능하도록 다른 곳을 제공하는 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20km 권 내에 대해서는 중간 폐기물 처리장이나, 최종폐기물 처리장으로 해버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의 동북지역은, 이번 피해를 입은, 일본 내의 준식민지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곳입니다.

후쿠시마 분들에게는 실례가 되겠지만, 구 소련의 핵실험을 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곳이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식민지는 식민지를 목표로(되려고) 한다"는 옛 말이 있습니다. 이와테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해외 식민지, 구 제국시대에 식민지, 대만이나 조선으로 진출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가 바로 후쿠시마 지역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적어도 20km 내에는 주민들이 살지 못하는 버리는 땅이 되어 버릴텐데, 이는 참으로 서글픈 일이라 하겠습니다. 중국이나 한국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것은 한국 중국 일본에게 공통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원자력 발전이라는 것은 화장실 없는 맨션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폐기물 처리장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은 후쿠시마를 그 장소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 "현재,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가 90% 중지된 상태인데, 재가동 여부에 대한 생각, 수명을 30년으로 하자고 하지만, 예외 규정을 두면, 40년 폐로가 법안으로 처리될 것 같은지요?"

강상중 :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핵발전소 폐로에 대한 예외 조항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40년 폐로의 기준이 있지만, 기간 이후라도 시비어테스트(엄정검사)를 거쳐 재가동시킬 가능성도 부정 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나 한국도 공통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지금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란발 석유위기 문제입니다. 원유가가 20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다고 한다면, 화석연료를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문제는 중국과 한국도 마찬가지이리라 생각됩니다. 아직은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일본은 어쩌면 예외 규정을 두어 40년 지나도 가동할 가능성을 두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 "핵의 문제가 일본내에서도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데요, 최열 대표님, 이러한 상황속에서 동아시아 탈원전 자연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최 열 : "우리가 3월 11일에 서울에서 집회를 하고 일본에서 311 선언을 함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책을 양국이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동아시아 탈원전 자연에너지 네트워크를 통해서 한중일이 공동의 역할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선 한일이 먼저 만들고 중국을 참여시키면 좋을 것입니다. 더불어 세계에서 환경과 반핵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을 것입니다. 북한문제도 자연에너지로 접근하여 우리가 하겠다라고 작년 8월부터 제가 제안하였는데, 현재 일본의 100인 선언까지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3월 11일에 일본에서 311인의 선언을 한 다음에, 구체적인 방향은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학계 특히 동경대학이 일본사회 지식사회의 중심이니까, 중요한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핵없는 동아시아 손푯말
▲ 탈원발회의장의 모습 핵없는 동아시아 손푯말
ⓒ 이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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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강 교수님, 최열 대표님이 언급하신 대로 북한의 핵 보유를 세계 안보 쪽으로 접근하지 말고, 자연에너지 지원, 민생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강상중 : "2002년에 1개월간 NHK 방송 취재로 중남미에 가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디폴트를 내고 있었을 때, 도스 산토스라는 아르헨티나의 사회운동가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르헨티나가 경제파탄이 되었을 때 어떻게 일반인들의 생활을 보호할까하는 문제에 대하여 지역통합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생각 방식이 여러분들과 같은 것이었지만, 그는 에른스트 슈마허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문명론적이라고 하셨듯, 향후 우리 사회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지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우선주의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여러 사람이 풍요로운 사회를 구축해나갈 것인가 하는 큰 문제를 두고 끌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가 아닌 더 작은 사이즈의 지역 사회의 자립문제, 에너지 자급이 가능한 사회 구축을 위해 갖추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것들을 위해서 심포지엄을 꾸리는 경우 여러분들께 많은 도움과 교류를 부탁드립니다."

사회자 : "원발문제는 이미 문명의 위기를 가져왔고, 이에 대해서 대학의 대응도 관심이 있는데요. 강상중 교수님은 동경대학에 계시니, 현재의 사회변화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강상중 : "대학에서는 지식, 학문, 과학, 자연부문에서 거대한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봐야하는가 하는 문제로 직결됩니다.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문제이지요. 사회운동과는 다르게, 대학이 학내에서 추구하는 과학과 학문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 서울대학교, 베이징 대학교 등에서도 거의 논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나 첨단성, 재계와의 융합성 같은 것을 기반으로 거대 프로젝트를 띄우고 여기에 거대 자금을 투입하여 운영해가고 있는 사람들은 대학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따라서는 운동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으므로, 지금 말씀 드린대로 지식의 패러다임과 사회라는 것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묻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대학이 제대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자 : "지식인과 사회의 문제 잘 들었습니다. 언론의 후쿠시마 보도는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강상중 : "아쉽게도 주요 미디어는 도쿄전력의 광고, 스폰서로서의 거대한 금액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311 이전부터 신문, 텔레비전 등 미디어 회사들이 전력회사의 광고료, 심지어는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원자력 발전소의 문제가 비판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미디어라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 문제를 정면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발언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3월 11일 사태를 계기로 역시 탈원전의 방향이 맞다고 이야기하는 신문이나 방송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미디어들이 에너지 수급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이러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을지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동경대학 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동경대에 몸을 담고 있는 전문가들, 미디어 관계자들 역시이 비판 대상이 되었지요. 미디어 중 가장 커다란 것은 NHK의 영향력인데, NHK에서는 어제 저녁 9시부터 후쿠시마 제1원발 부근 해양 오염에 대한 문제성에 대해 호소하는 방송을 방영하였습니다. 그 프로그램 내에서는 바다의 오염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방영하였습니다. NHK는 최대 공영 방송이므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커다란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자 : "최열 대표님, 후쿠시마도 다녀오시고, 요코하마의 탈원발세계회의에도 참여하셨는데요, 느낌은 어떠했습니까?"

최 열 : "14~15일 개최된 후쿠시마 탈원발세계회의에서 일본과 전세계에서 온 1만여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젊은 사람도 많이 오고, 열기가 있어, 일본사회가 많이 변화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상중 교수님 같은 분이 일본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실 분이기 때문에, 현장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서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사회자 : "원자력의 피해는 한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쿠시마 재앙에 대해 공동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부탁합니다."

강상중 : "유럽에서는 아이슈비츠 경험이 여러 나라에서 공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경험은 아시아에서 공유되지 못했습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일어난 원폭을 환영하는 경향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중에는 일본의 원폭투하 후 "브라보"라고 외친 사람도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행하게도 일본의 전후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후쿠시마는 공유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저는 히로시마, 나가사키보다는 후쿠시마가 아시아의 공유재산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전쟁과 관련없이 평화로운 마을을 덮친 재앙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 사건은 문명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이러한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덮칠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원자력 발전, 핵무기에 대한 경각심이 일본보다 낮은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지금 원자력 발전소를 거부하는 집단이 세력을 얻게 된 것은, 체르노빌 이후에 녹색당이 꾸준히 문제 제기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이라는 문제, 또 한 가지는 핵무기를 비롯한 핵의 문제, 이 두 가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원자력 발전에 쓰고 있는 프로토늄은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탈원전과 반핵이라는 것을 항상 묶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 중국에서는 어려운 문제일텐데, 이 점을 중국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북한에 관해서는 후쿠시마의 문제에 관해 반핵에 관해 역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경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해서는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에너지를 북쪽에 공급한다는 안과 같은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한혜정교수님, 임옥상화백, 이명준위원, 이창현교수, 최열대표
▲ 요코하마 탈원발세계회의 조한혜정교수님, 임옥상화백, 이명준위원, 이창현교수, 최열대표
ⓒ 이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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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이제는 마무리 할 시간인데요, 최열 대표님 우선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최 열 : "우선, 강상중 교수님 말씀하시는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동의를 하고, 그렇지만, 유럽은 아까 말씀하신대로 전후 독일과의 관계를 잘 풀었는데, 일본은 전후문제에 있어서 한중일이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한중일의 문제를 푸는 계기로 후쿠시마가 활용 되었으면 하고, 이번 국제회의에서 한국, 일본, 중국, 몽골 사람들이 와서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나이 많은 사람과 젊은 사람, 여성 간의 원자력에 대한 위기의식이 완전히 다르듯이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자연에너지가 앞으로는 원자력보다 더 싸게 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원전만 가지고 논쟁하는 것보다, 실제로 자연에너지가 더 싸다는 내용을 넣어서, 사람들을 잡아당겨서, 이를 투표로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40년 후에 자연에너지가 얼마나 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원전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연에너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후쿠시마 대재앙은 사실 중앙과 지역간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강상중 교수님께서 마무리해주시기 바랍니다."

강상중 :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독일은, 지방분권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커다란 문제 중의 하나는 관료주의가 커다란 문제입니다. 특히, 세계화 속에서 지방이 날로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뿐만이 아니라 큐슈라든지 다른 지역을 보면, 왜 원자력 발전소를 우리 지역에 들이느냐 하면 결국 고용의 문제, 즉 다른 산업기반이 없다는 이유를 댑니다.

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자연에너지가 경제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적인 세계관과는 다른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사회시스템 측면에서 접근해 나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세계 경제가 여러 가지 동요를 거쳐 상당히 불안한 가운데 중앙집권화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각 지역의 수준에서 탈원전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을 유치하지 않고서도 지방이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지역으로부터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과는 다를지도 모르겠는데, 일본은 국가와 전력회사가 그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를 설치하는 지역에 엄청난 지원금을 교부해 왔습니다. 마치 마약과 같이 지역경제를 중독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도 정말 중요한 과제는 대안적인 사회건설이라는 비전과 탈원전을 어떻게 맞물려 나가도록 할 것인지입니다."

사회자 : "강상중 교수님, 최열 대표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문제로 야기된 핵발전의 문제를 풀기위해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현재 문명의 위기를 한중일 모두가 힘을 합쳐서 풀어 가야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녹취 및 정리: 임수연 (동아시아탈원전 자연에너지 네트워크 사무국장)
통역: 정호석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특임조교)


태그:#탈원발세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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