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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009년 1월 27일 수원시를 시작으로 지난 1월 7일 서울시까지 3년 간 총 31차례에 걸쳐 경기도 전역과 서울에서 택시체험을 실시했다. 총 운행거리는 3562km, 199만9720원을 벌었으며 사납금과 가스비로 191만3천 원을 납부하고 8만6720원을 남겼다고 한다.

김문수 지사처럼 그렇게 가스비와 사납금을 채우고, 얼마라도 남겼다면 다행이라고 한 기사분이 귀띔해준다. 그도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과연 하루에 많게는 15시간을 노동을 해야 한다는 택시기사. 괜찮은 것일까?
 
"택시운전요? 정말 어렵죠. 마지못해 하는 것이죠."

설날 아침 택시를 탔다. 딱히 탈 곳은 아니지만, 명절에도 운전하는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이다. 긴 거리를 돌 수 없으니, 짧게 세 번을 갈아탔다. 한 사람에게 듣는 이야기보다는 세 명에게 듣는 이야기가 나을 듯해서이다. 일부러 22일부터 짧은 거리로 모두 6회에 택시에 승차를 했다. 거리는 5~6000원 정도의 택시비가 나올 만한 거리로.

"명절인데도 쉬지 않고 나오셨네요?"
"명절이라고 달라질 것이 없으니까요. 벌어서 살죠."
"오늘 같은 날은 사납금 채우기도 힘드실 텐데?"
"오늘 같은 날은 장거리나 하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회사 택시들은 사납금 채우기도 쉽지가 않다고 하던데요"
"예, 그럴 겁니다. 차는 많고 길은 막히고 가스비는 오르고, 손님은 적고. 그 사람들 정말 노예나 마찬가지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서야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어렵죠, 정말 살기 어렵습니다."

택시운전을 오래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관절에 이상이 온다고 하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온 터이다. 하기야 발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 무릎관절에 이상이 온다는 것이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또 다른 택시로 갈아탔다.

"소변보고 털면 굶어죽는다"

한 마디로 택시기사들의 고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오죽하면 소변을 보고 털 시간도 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하나?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은 어떠세요?"
"힘들죠. 저희 기사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소변을 보고나서 털면 '그럴 시간이 어디있느냐'고 하죠. 한 마디로 정신없이 벌어야 사납금 채우고, 가스 넣고, 집에 얼마라도 들고 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택시운전으로 아이들 대학도 보냈다고 했잖아요?"
"그거 다 옛말입니다. 지금은 먹고 살기도 힘들어요. 처자식 굶기지 않으려면 정말로 소변보고 털지도 말고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들리시죠. 그것이 우리 택시기사들의 현실입니다. 요즈음은 점심값 아끼느라고 도시락을 싸갖고 나와 차에서 먹는 기사들도 많아요."

몇 대를 갈아탔지만, 이야기는 한결같다. 어렵다는 것이다. 기본급료라고 해보아야 쥐꼬리보다 적단다. 그것도 사납금을 꼬박꼬박 채워야 한 달에 받는 급료가 백여만 원. 매일 남은 것을 들고 들어가 보아야 그저 150만 원정도라는 것이다. 하루 종일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한 대가치고는 많지가 않다. 그래도 쉴 수 없는 것이 택시기사라고 한다.

"딱히 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풀칠을 해야죠. 신호위반, 과속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어요."

몇 푼 안남은 잔돈이지만 받아갈 수가 없다. 그냥 두시라고 이야기를 하고 달려가는 택시의 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언제나 민초들이 아등거리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갈 날이 올 수 있으려는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택시운전, #사납금, #소변, #가스비, #굶어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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