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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지역주의가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도가 지나치다. 이것이 언제부터 있어온 현상인지 모르겠으나 빨리 청산돼야 할 우리의 짐이었다. 어떤 이들은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를 들먹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일제가 한반도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도 한다. 나아가 박정희 군사독재의 정당성을 합법화하고 호남을 홀대한 데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정치에서 비롯됐을 법한 이 지역주의는 사회 요소요소에 자리잡아 국가 발전을 방해해왔다. 방법이 어찌됐든 지역주의 청산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지역주의로 기득권을 유지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지역주의 때문에 사회 지도자 군(群)에 포함돼 힘을 행사해온 사람들은 이것이 청산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역주의가 청산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기득권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호남에서는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은 적어도 제3공화국 이래 당을 달리해서 계속 적용돼 왔다. 하나의 불문율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곳의 공천을 따내기 위해 돈을 싸들고, 정치적 보스를 찾는 이들은 참 많았다. 불나방처럼 그 대열에 뛰어 드는 사람들이 참 많았던 기억이다. 그것이 부정부패 비리의 뇌관이 됐고, 검은 돈 생성의 원인이 됐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 발전에 대해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정치가 발전하고,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가 먼저 타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검은 돈을 사라지게 할 것이고 비정상적 정치인 양산을 막게할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우리의 정치 수준을 낮은 곳에 붙들어 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됐다. 마치 지배집단의 먹이사슬과도 흡사해 정치, 경제, 법조, 심지어 언론과 학계까지 물고 물렸다. 그렇게 지역주의는 높은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의 제도 정당들은 명실이 상부한 전국 정당이라는 이름에 값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영남을 중심으로 한 정당이고 민주당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이며 선진당은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정당밖에 안 됐다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정당들은 지역 기반 위에 경인지역과 강원도의 지지표를 흡수해서 존재하는 정당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경인지역의 표심도 지역성이 뚜렷이 반영됐다. 즉 영남 출신들은 한나라당, 호남 출신들은 민주당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의 의식 수준이 국민의 수준을 미처 따라 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다. 이런 저(低) 차원의 정치 수준으로 이 나라를 더 이상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것은 정치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지역주의의 타파 없이 정치인들의 의식 제고를 기대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늦었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정치인들의 결단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 다행스럽다. 민주당 관련 인사들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영남권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1월 17일, 민주당의 17대 대통령 후보였고 당 최고위원을 지낸 정동영 의원이 지역구 전주를 포기하고, 부산 영도에 출사표를 던지려 하고 있다.

 

이미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김영춘, 장영달, 김부겸 등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영남에 출마해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선언해 놓은 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을 모험이라고 말한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에서는 비례대표 이정현 의원이 광주 출마를 하겠다는 정도인데, 더 많은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이런 지역주의 타파에 호응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살신성인해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일은 특정 정당 정치인들로만 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지펴야 할 불을 정동영 의원 등 몇 사람이 지폈다. 이젠 공은 국민들에게 넘어왔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적진과도 같은 곳에 출마하는 그들에게 호남 출신이어서 또는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표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람은 괜찮지만 출신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라는 인식을 떨쳐내야 한다. 국민의 정치 의식은 지연, 학연, 혈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인물됨과 정책, 그리고 정치적 비전에 근거해서 결정될 때 국민의 정치 수준이 제고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높은 수준의 유권자를 이번 4월 총선 때 기대해 본다.


태그:#지역주의 타파, #정치발전, #기득권자, #정동영 부산 영도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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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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