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34분 전북 현대 미드필더 에닝요는 울산 현대 수비수 이재성이 헤딩으로 걷어낸 공을 낚아채 페널티 박스 안으로 기습적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에닝요는 전북 응원석으로 달려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이내 수비수 조성환과 얼싸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전북 현대를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로 이끈 황금 같은 결승골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30일 오후 6시 10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치러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에닝요의 맹활약 속에 울산을 2-1로 꺾었다.

정규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전북은 6위로 챔피언십에 턱걸이, FC 서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등 내로라하는 리그 강호들을 연달아 무너뜨린 울산을 원정에서 물리치며 올 시즌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사상 처음으로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현대가(家)' 맞대결은 그 역사와 명성만큼이나 팽팽하게 전개 됐다. 

25일 만에 경기를 치른 전북과 2주 동안 3-4일 간격으로 세 차례 원정 경기를 펼친 울산. 단기전 1차전의 중요성 때문일까. 두 팀 모두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수중전 역시 큰 변수였다. 

전반전 기싸움에서는 울산이 다소 앞섰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챔피언십 3연승의 신바람을 낸 울산은 김신욱, 설기현, 루시오 삼각 편대가 공격에 앞장섰다. 

전반 15분 울산 최재수가 루시오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후 왼발슈팅을 때렸지만 전북 김민식 골키퍼 정면으로 공이 날아갔다. 전반 32분에는 최재수가 상대 진영 왼쪽 측면에서 차올린 크로스를 설기현이 골로 연결시켰지만, 설기현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라는 판정을 받고 말았다.

실전 경기 감각이 다소 떨어진 전북은 이동국, 에닝요, 이승현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전반 34분에는 울산 이재성의 핸드볼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에닝요가 처리했다. 

후반전은 전북의 흐름이었다. 역시 올 시즌 K리그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전북 축구의 모토는 '닥공'(닥치고 공격)이었다. 후반 5분 전북 에닝요는 상대 진영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이동국에게 침투패스를 연결했는데, 이동국을 막고 있던 이재성이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엮어냈다. 에닝요는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차 넣어 1-0을 만들었다.

기쁨도 잠시. 후반 18분 울산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해결사는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 곽태휘는 페널티박스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차 전북 골문 왼쪽을 출렁였다. 올 시즌 7골로 팀내 최다골을 기록한 곽태휘는 결정적인 동점골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원정에서 동점을 허용한 전북 최강희 감독은 후반 24분 루이스, 이승현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정성훈, 로브렉을 교체 투입시키는 '용병술'로 역전을 노렸다.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의 전술변화는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정성훈과 로브렉이 체력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울산 수비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전북은 후반 34분, 마침내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에닝요의 발끝이었다. 에닝요는 후반 34분 상대 수비수 이재성이 이마로 걷어낸 공을 가로채 한템포 빠른 벼락 같은 왼발 슛으로 역전골을 뽑았다. 이 득점은 결승골로 연결됐고 전북은 울산 원정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향해 순항했다.

전북의 승리는 매우 값지다. 최근 열 차례 K리그 챔피언결정전 중에서 1차전에서 이긴 여섯팀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1차전 승리팀=우승 공식'이 이어졌다는 통계.

전북은 오는 4일 오후 1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질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2009년 이후 2년 만에 K리그 패권을 차지 할 수 있다.
2011.12.01 08:22 ⓒ 2011 OhmyNews
에닝요 프로축구 전북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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