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에서 청년 이도(송중기 분)는 기득권 위주 세상에서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고자하는 젊은의 상징을 나타낸다. 이도만의 조선을 꿈꾸는 청년 이도에서 현재 21c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젊은이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청년 이도(송중기 분)는 기득권 위주 세상에서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고자하는 젊은의 상징을 나타낸다. 이도만의 조선을 꿈꾸는 청년 이도에서 현재 21c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젊은이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 sbs 뿌리깊은 나무


본격적으로 청년 이도를 맡은 송중기에서 중년 이도를 맡은 한석규로 바통 터치를 이어받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청년 이도는 여전히 극 속에서 살아 숨을 쉰다. 계속 청년 이도의 회상 신뿐만 아니라, 중년 이도가 청년 이도의 멱살을 잡으면서 숨 막히는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비록 4회 남짓 짧은 등장이었지만 청년 이도는 <뿌리깊은 나무>의 전반적 스토리의 핵심이자, 극의 중추선이다. <뿌리깊은 나무> 초반 청년 이도는 상당히 영리하지만, 무자비한 아바마마 이방원의 억압을 받아 제대로 기를 펴치 못하는 유약한 청년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방진놀이뿐이었다. 그 외의 왕으로서 모든 정사는 아바마마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했다. 젊은 시절 청년 이도는 오직 아바마마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대로 평생 아바마마에게 조종당하는 인형으로만 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남몰래 아버지를 대적하기 위해 힘을 길렀다. 이도가 집착했던 방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아버지처럼 판 가운데 一만 놓는 독재체제가 아니라, 아예 다 치워버리고 처음부터 새로 판을 짜는 것이었다. 누구 하나만 빛나는 존재로 남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 그게 바로 이방원의 조선과는 다른 이도가 꿈꾸는 조선이다.

새로운 조선을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은 이도는 이제 더 이상 아바마마가 두렵지가 않다. 칼이 아닌 글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되겠다고 아바마마 앞에서 당당히 외쳤다. 당연히 이방원은 패기가 넘치는 이도에게 "과연 나의 조선과 다를 수 있겠느냐"면서 반신반의한다. 승하하기 전에는 "넌 나의 무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릴 것이다"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떠나가는 이방원 앞에서 이도는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당당하게 "조선의 왕은 그리 한가한 자리가 아니옵니다."를 외쳤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청년 이도가 꿈꾸었던 조선은 오직 문(文)으로서 치세를 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통치이다. 이방원의 말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아바마마 이방원처럼 자신에게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무조건 칼로 베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로서 설득하고, 모든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꿈꾸었다. 비록 극 중에서 이도는 왕으로서 이도만의 조선을 꿈꾸었다. 그러나  절대 군주임에도 불구하고 강자가 아닌 약자의 편에서 누구나 행복한 조선을 만들고자하는 이도의 모습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똘똘뭉쳐 긍정적인 변화의 힘을 보여준 2011년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합리적이고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순탄지만은 않다.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세력과 맞서 싸워야한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인재가 목숨을 잃기도 하고, 대부분 젊은 세대의 개혁적인 이상은 좌절되고 짓밟혀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운이 좋게 부패한 세력에 이겨서 새로운 세상을 연다 해도, 결국은 그토록 증오했던 부패된 세상과 다를 바 없이 썩어가곤 하였다.

그래서 아예 개혁 의지를 상실하고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던가, 가장 기본적인 참정권조차도 "뽑아보니 그 나물의 그 밥이다"면서 기권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참정의 책임과 의무조차 겁을 먹는 이상한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젊은 배우가 정치를 운운하면 주위 사람들이 조심하라고 할 정도로, 20대가 정치와 참정권을 운운하면 건방진 일로 보일 정도다.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대 참정권과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소신을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배우 유아인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대 참정권과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소신을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배우 유아인 ⓒ 오마이뉴스


하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힘으로 세상이 놀랄 만한 일대 변혁을 이루었다. 이제 사회에 무관심한다고 구박받는 88만원 세대가 아니라, 기득권층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당당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연예계에서 촉망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처럼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존엄을 가진 인간이란 이유로 발전 지향적 변화를 가지는 모든 공통분모 안에서 민주주의가 나왔다. 이기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굉장히 옳은 말을 펼칠 수 있는 의식 있는 젊은이들도 많아 졌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누가 되었으나 보다는 누가 참여해서 무엇을 증명했는지가 중요하고, 그래서 의미가 더욱 남다른 서울시장보궐선거이다.

하지만 20대가 세상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힘을 증명했다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유아인이 마지막에 자신의 트위터에서 힘주어 말했던 것처럼, 이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은 또 썩어가고 새로운 세대는 이상을 품고 잘 썩어 가야한다. 그래야 젊은 시절 꿈꾸었던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또 우리 후손들은 더 나은 이상을 품을 수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모처럼만에 자신들의 힘으로 정치권력 이동에 큰 위력을 발휘한 것, 그리고 인기에 몸 사리기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용기 있게 그가 속한 세대의 참정권과 사회에 대한 소신을 밝힐 수 있는 젊은 배우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부디 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 기특한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떤 좌절과 유혹 속에서도 끝까지 그 마음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무소불위 강한 권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끝내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하였던 1400년대 청년 이도의 이상은 2011년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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