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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심했어!"라는 단호한 외침과 함께 두 가지 버전으로 인생이 나뉘던 오락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선택은 늘 갈등되고, 인생은 '짬짜면'이 될 수 없다. 여기, 인생극장이 아닌 실제 삶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배우가 있다. 배우 백민현이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갈림길은 현 최고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였다.

SBS 일일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의 채우진을 떠올리는 이는 그를 신인으로 알 테지만, 아이돌을 전문적으로 탐닉해 본 이라면 그의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백민현은 잡지 모델을 하던 고교시절 SM엔터테인먼트에 캐스팅 돼 3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 다른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소녀 팬들을 설레게 하는 슈퍼주니어의 '민현'이 돼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연기를 하기 위해 누구나 탐낼 법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2006년 MBC 주말드라마 <누나>에서 송윤아의 철없는 남동생 윤혁주로 비교적 쉽게 캐스팅될 때까지만 해도 연기자의 길이 수월해보였다. 한창 월드컵 때라 베컴의 인기를 빌어 백현이라는 예명도 지었다. 이대로 열심히만 하면 승승장구할 것 같았다. 연습생 때 이미 수천 명의 팬을 거느릴 만큼 잘 생긴 얼굴, 그라고 해서 조인성이 못될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감인 줄 알았던 자만심을 똑바로 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누나>를 끝내고 3~4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을 하지 못했다. 연기자로 방향을 틀면서 나온 전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어머니는 모르겠지만, 그는 어머니가 소속사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어머니는 나의 힘, 인생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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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엄마요? 지금은 되게 냉정한 모니터 요원이에요. 제 연기의 입술 움직임 하나까지 체크하세요. 엄마가 저의 내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나를 위해 많은 걸 희생하셨지만, 솔직히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대단해요."

백민현은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학교 기록부에서 어색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부모' 란에 '부'는 없고 '모'만 있었다. 어이없게도 그는 이 종잇장을 통해 부모님이 이혼한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일에도 내색을 잘 하지 않게 된 것이 이때부터다. 이후 음주가무에 가출까지 안 해본 것 없이 다양하게 놀다가, 문득 자신을 찾아 혼내지 않는 어머니가 야속해 외려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내 걱정도 안 돼?'라고 물었더니 '엄마는 널 믿으니까'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활고를 겪고 있는 가정의 가장이나 다를 바 없는 장남. 학생의 신분으로 가장 빨리 돈을 벌고 유명해질 수도 있는 길은 연예계였고, 그는 길에서 매일 "연예인하라"고 찔러 넣어준 수많은 명함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절실하지만, 조급하지 않은 배우 되고 싶어"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연기를 겸하거나 배우로 전향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백민현은 한 길만 선택했다. 그의 말대로 "약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연기만 하겠다는 고집도 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3~4년의 공백기는 혹독했다. 어머니는 잘 나가는 아이돌이 화면에 비치면 TV를 껐다.

"나 혼자만 잘 하면 어디서든 불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공백기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책 한 권을 읽어도 공감되는 정도가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캐스팅 된 <당신이 잠든 사이> 채우진 역은 공개 오디션을 거쳐서 당당하게 따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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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소속사 식구들과 다함께 부산국제영화제 나들이를 다녀왔다. 레드카펫 위를 걷는 수많은 스타들처럼 유명해지고 싶다는 조바심이 강하게 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백민현은 의외로 "여유"를 이야기했다. 연기에 대한 절실함은 있지만 스타가 되기 위해 조급하지 않은, 여유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

"조인성 선배가 출연한 <별을 쏘다>를 보고 연기자를 꿈꾸게 됐지만, 조인성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를 닮기보다 나만의 특징을 차근차근 만들어가야죠. 어떤 역할이든요. 누군가 제게 '기꺼이 조연이 될 수 없다면 탁월한 주연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이라는 빠른 성공이 보장된 길에서 돌아 나와 개척한 외로운 길. 13명이 만드는 화려한 군무와 소녀 팬들의 함성은 없다. 그가 믿는 것은 단 한 명, 연기에 대한 진실성을 가진 배우 백민현 자신이다.

[오마이프렌드] 이영만 헬스 트레이너
"운동 뿐 아니라 인생의 코치"

백민현은 그의 '오마이프렌드'로 헬스 트레이너 이영만을 꼽았다. 그는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의 복근을 만들어 준 사람으로, 백민현 역시 연습생 당시부터 그와 연을 맺었다. 힘들 때마다 조언을 해주는 이영만 트레이너는 그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는 사람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살 때부터 알았어요. 제가 아빠가 없다 보니 남자한테 조언을 얻어야 할 때 항상 도움이 되어 주셨죠. 운동과 일은 물론이고, 하다 못해 지난 사랑까지 제 모든 걸 알고 계시는 분이예요.(웃음) 슈퍼주니어 친구들도 이 분께 운동을 배웠어요. 지금도 여전히 저에게는 트레이너 이상의 존재입니다."


백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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