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산 영화제가 이번 주 목요일에 개막을 합니다. 그간 준비한 과정이 어떻게 빛을 발할지
기대도 되는군요. 게다가 부산영화제에 가는 거라면 먹거리 관광 역시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저기 맛있는 부산 음식을 파는 곳이 많지만 그중 남포동 깡통시장은 꼭 들러볼 만하죠.

깡통시장.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의 현대사를 엿보게 하는 곳으로서, 미제 통조림을 많이 파는 곳이라 해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행정명칭은 부평시장이지만 깡통시장이란 이름을 더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산 깡통시장의 특징은 그득히 쌓여있는 수입 과자들입니다. 주로 일본에서 들어온 밀크 캐러멜, 설탕가루를 잔뜩 입힌 쿠키, 최근 신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마시멜로 같은 달콤한 먹거리가 가득한 곳입니다. 게다가 인테리어 용품을 파는 가게들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보던 빈티지한 일본식 소품이 즐비합니다.

이렇게 이국적인 깡통시장에서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유부보따리'입니다. 유부 초밥 만들 때 쓰는 유부에다 고기와 채소, 당면을 채워서 보따리처럼 통통하게 만들어 육수에 끓인 음식이죠. 60여 년 전 부산오뎅이 탄생한 깡통시장. 이제는 유부보따리가 그 주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수 이승기가 출연하는 오락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음식, 유부보따리! 이제 깡통시장에서는 부산오뎅 이상의 명물 음식이 됐습니다.

.
▲ 유부보따리 .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유부보따리를 사먹으려면 한그릇에 4천 원 정도를 주어야 합니다. 처음엔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 생각했는데 만들어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채소와 멸치, 다시마 같은 걸로 육수내고, 고기와 채소 다지고 양념해 볶고, 당면은 삶아서 양념하고, 유부는 데쳐서 물기 걷어낸 다음 안에다 소를 밀어 넣고... 어휴 진땀나네요.

게다가 얇은 유부가 터질까 싶어 살그머니 소를 넣어야 하니 이래 저래 힘든 게 아닙니다. 그러니 깡통시장 할머니들의 노고에 비하면 음식값은 오히려 적다고 봐야 할듯도 하네요.

소고기와 당근, 양파, 깻잎등 색색가지 채소를 다진다.
▲ 유부 보따리 만드는 법1 소고기와 당근, 양파, 깻잎등 색색가지 채소를 다진다.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1) 소고기와 채소를 소금, 후추로 간하며 볶는다.
2) 당면은 물에 20분 정도 불렸다가 삶는다
3) 삶은 당면을 잘게 다지고, 볶아놓은 고기와 채소를 한데 섞어 간장, 소금,통깨를 넣어 함께 버무린다. 
4) 유부는 끓는 물에 살짝 익혀서 기름기를 빼놓는다.
5) 준비된 소를 유부에 넣고 보따리처럼 통통하게 만든다.
6) 데친 미나리로 보따리 입구를 묶는다.
▲ 유부 보따리 만드는 법 2 1) 소고기와 채소를 소금, 후추로 간하며 볶는다. 2) 당면은 물에 20분 정도 불렸다가 삶는다 3) 삶은 당면을 잘게 다지고, 볶아놓은 고기와 채소를 한데 섞어 간장, 소금,통깨를 넣어 함께 버무린다. 4) 유부는 끓는 물에 살짝 익혀서 기름기를 빼놓는다. 5) 준비된 소를 유부에 넣고 보따리처럼 통통하게 만든다. 6) 데친 미나리로 보따리 입구를 묶는다.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
▲ 유부 보따리 .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
▲ 유부 보따리 .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게다가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갔으니 맛은 너무 훌륭할 수밖에요. 유부보따리 한입을 베어물면 앞니 끝과 입천장에 닿는 부들한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윽고 유부 보따리가 입안에서 툭 터지면서 당면과 각종 채소가 살그머니 혓바닥 위로 쏟아지고, 고기의 부드러움과 구수함, 다진 당근의 아삭함, 당면의 꼬들함이 어우러져 매우 풍부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음식이란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그 느낌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죠. 보따리가 통통할수록 식감이 더욱 풍부해짐은 물론이고요.

중간 중간 국물을 훌훌 마셔가며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속이 푸근해집니다. 좀더 감칠맛나게 즐기려면 대파와 고추를 숭숭 썰어넣은 간장에다 찍어드시면 됩니다. 간이 잘 밴 대파도 건져 먹어가면서요. 으아~유부보따리 네 개에 뜨끈한 국물 한 사발 들이키니 속이 든든하네요. 부산의 음식, 유부보따리! 소박하게 즐기는 서민 음식이어서 참 좋네요. 

.
▲ 유부 보따리 .
ⓒ 조을영

관련사진보기



태그:#유부보따리, #부산깡통시장, #부산영화제, #남포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