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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도문에서 열린 '2011 연변의 여름, 중국두만강문화관광축제'에 참가하고 왔습니다. 그 현장의 이야기를 몇 편으로 나누어 연변과 도문, 중국 쪽에서 본 백두산의 모습까지, 중국 속 한국에 관한 얘기가 이어질 것입니다. <기자 글>

국민대학교 학생들이 하는 공연에는 잠시 출연하는 어린아이 역할이 있습니다. 젊은 연극제 공연 때는 한 배우분의 친한 어린동생이 와서 출연해 주었는데 중국에 와서는 어린 남자아이를 섭외할 방법이 없어 성인의 다른 배우가 연기하여 첫 공연을 올렸습니다. 아이들 모습은 많이 보였지만 정작 섭외할 방법이 없었던 우리 팀은 남자 아이만 보면 몰래 데려가서 출연시키자고 농담식으로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첫 공연이 올라가고 관객들이 들어차는데 어느 꼬마 아이가 금발의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연출선생님과 그의 친구 옆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공연보다는 금발의 파란 눈 외국인과 그의 카메라에 더 관심이 많은 듯 보였습니다. 그는 공연시간 내내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의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일어났습니다.

그 다음날 공연에 그 아이는 다시 혼자 찾아와 공연을 관람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흥미로운 듯 카메라를 만지작거렸습니다. 근처에 살면서 매일 축제를 구경나온다는 그 아이를 우리는 배우로 쓰자! 라고 결심하고 물어보니 선뜻 하겠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장면을 잠시 연습하는데 그는 무대에 서는 게 어색해 보이는 듯 하면서도 공연을 두 번이나 봐선지 자연스레 자기가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 있었습니다. 커튼콜 인사도 멋지게 하고! 그 뒤 그 아이는 계속 우리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를 우리는 미키마우스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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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

미키마우스는 그 이후부터 우리와 항상 함께 했습니다. 공연시간 전 아침부터 건물 앞 축제가 벌어지는 광장에 나와 놀면서 극장을 두리번거리다 다시 광장에서 놀다가, 극장에 들렸다가, 다른 스텝들에게서 미키마우스가 아침부터 공연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공연 후에는 같이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자연스레 계속 함께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우리는 미키마우스가 형제나 친구도 없이 혼자 시간을 계속 보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그는 형제가 없었고 부모님은 항상 밤늦게까지 일하러 나가서 우리와 늦은 밤까지 함께 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움직이면 자연스레 함께 움직였고 과자나 음료수 등을 권하면 어린아이답지 않은 얼굴로 너 먹으라고 하며 손을 훠이 저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우리를 잘 따르는 미키마우스를 보며 혼자지내는 그가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여 우리는 이것저것 챙겨주며 데리고 다녔습니다.

미키마우스는 특히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연출가의 친구인 테드 곁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여기저기 찍고 그와 이야기 하며 곁에 있는 걸 너무 행복해해 보이는듯했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면 연출가인 쉬라는 저녁마다 미키마우스에게 선물로 줄 수 있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찾곤 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자 미키마우스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고 하여 우리는 마이크를 켜주고 조명을 켜주었습니다. 그는 한곡을 멋지게 뽑고서는 한곡 더! 외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멋지게 불러 주었습니다.

서서히 떠날 날이 다가올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름이나 성도 한문을 제대로 모르고 주소를 안다고 해도 편지 주고받는 게 원활하지 않을 것이고 메일이나 컴퓨터를 사용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고 그럴만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듯 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녁11시가 다되어 집에 바래다줘도 아직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들어가는 뒷모습에 마음이 안 좋다고 테드는 이야기했습니다. 

항상 우리가 외국에서 친구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다음에 다시보자고 이야기 하며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이 미키마우스에게는 다시 보자고 이야기 하면서 정말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하며 의문하게 되었다.

연출가 쉬라와 테드가 떠나는 아침에 미키마우스도 일찍 같이 쉬라와 테드를 만나러 나왔습니다. 쉬라는 미키마우스에서 줄 연필이나 티셔츠, 필통 등의 작은 선물들을 준비했고 그걸 받아든 미키마우스는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품에 꼭 껴안았습니다. 테드와 쉬라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택시가 올 때까지 미키마우스는 무심한 듯 카메라를 가지고 장난 치고 놀았습니다. 택시가 토착하고  인사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하고 쉬라와 테드가 택시에 타는데 그동안 입꼬리를 내리고 묵묵히 서있던 미키마우스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한학기동안 함께 지냈던 학생들보다도 더 서럽게 울면서 택시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선물을 꼭 껴안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미키마우스가 우는 모습에 우리도 덩달아 더 눈물을 흘려버렸습니다. 전날 저녁 테드가 집에 데려다 줄 때 테드에게 자기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던 미키마우스의 모습을 보자 안타까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는 고마운 존재였지만 그에게 우리가 옹달샘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들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어린 미키마우스가 그 짧은 시간에 우리에게 주었던 정은 생각보다도 더 깊고 맑았습니다.

그날 저녁 광장에서 미키마우스를 만났습니다. 쉬라가 선물로 준 사이즈가 큰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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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d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미키마우스, #중국두만강문화관광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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