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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울산은 볼거리가 다양해 매력 있는 여행지다. 8월 중순 대학동기 부부들이 울산의 자수정동굴나라, 간절곶, 장생포, 방어진항, 슬도, 일산해수욕장, 대왕암공원을 구경하고 왔다. 1박 2일 일정이라 반구대암각화는 돌아볼 엄두도 못 내고 태화강은 여행지를 오가며 눈요기만 했다.

 

 

첫 번째 들른 곳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가까운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의 자수정동굴나라다. 더운 날씨인데 넓은 주차장이 부족할 만큼 차량들로 넘쳐난다. 자수정동굴나라가 위치한 울주군과 언양읍 일대는 100여 개의 광산이 있던 세계적인 자수정 산지다. 1층과 2층으로 연결된 동굴 길이 2.5km의 폐광을 한국자수정산업관광주식회사에서 관광지로 개발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 온도 10∼14℃의 동굴에서 호수, 폭포, 분수대를 만난다. 독도를 형상화한 독도관, 인류변천사관, 이집트관, 원주민생활관, 자수정 기체험실, 10톤의 자수정을 채취한 자수정정동, 자수정전시관, 옛 사람들이 채광하는 모습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매일 5회 공연하는 묘기를 관람하고 동굴의 물길을 따라 보트도 탈 수 있다. 외부에 자수정판매점과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있다.

 

 

차를 달려 울주군 서생면의 해돋이 명소 간절곶으로 갔다. 부산의 기장에서 가까운 이곳의 지형이 뾰족하고 긴 간짓대(대나무 장대)처럼 동해로 돌출되어 영일만의 호미곶보다 1분, 강릉의 정동진보다 5분 해돋이가 빠르다. 동해안에서 제일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추억 쌓기를 하고 싶은 곳이다.

 

하얀 포말이 물결치는 바닷가에 새천년 기념비와 소망우체통이 서있는 조각 공원이 있다. 간절히 기원하면 다 이루어질 듯 소망우체통에는 정성들여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앞 언덕 위에 높이 17m의 등대가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예전에 사용하던 등탑, 등대와 관련한 자료와 울산항을 소개하는 밀레니엄 전시실이 있다. 녹색 잔디밭이 있어 등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남기기에 좋다. 꼬불꼬불 솔숲으로 연결되는 주변의 풍경도 정겹다.

 

 

동해안 여행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달려야 차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간절곶에서 장생포방향 가까운 곳에 진하해수욕장과 서생포왜성이 있다. 오른편의 진하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은 백사장이 넓고 썰물 때 바로 앞 명선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 왼편의 산꼭대기로 보이는 서생포왜성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은 왜성으로 일본 성곽을 연구하는 중요 자료다.

 

지금은 법으로 금하고 있는 포경(捕鯨)으로 유명했던 곳이 울산시 남구의 장생포구다.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던 이곳에 국내 유일의 장생포고래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귀신고래의 실물모형이 천정에 걸려 있고, 고래잡이하는 과정, 여러 종류의 고래와 고래 해체작업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고래는 고기와 기름, 생활용품, 장식품 등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장생포항에서 고래박물관까지의 장생포고래로에 고래 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여러 곳 있다. 동기 부부들에게 고래 고기를 맛보여주기 위해 몇 번 들렀던 고래고기원조할매집으로 갔다. 모둠을 시키면 갈비살, 수육, 육회, 우네, 오베기 등이 소스와 함께 나오고 종업원이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최고급 요리라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싫어한다.

 

ⓒ 변종만

 

바닷가를 여행 중이고, 모처럼만에 만났으니 횟집을 지나칠 수 없다. 명촌대교로 태화강을 건너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현대중공업 해양산업본부를 지나 방어진항 회센터로 갔다. 이곳에서 적은 경비로 이것저것 자연산 회를 실컷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 회센터 앞으로 슬도의 멋진 야경이 펼쳐진다. 노래방에서는 노래 못 부른다고 탓하는 사람 없다. 흥에 겨워 노래도 몇 곡 불렀다.

 

일산해수욕장 앞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일찍 부지런을 떨며 경매가 진행 중인 방어진항으로 갔다. 경매는 경매사의 느린 말투와 값을 알리는 손짓이 재미있다. 경매가 이뤄진 수산물 박스가 차에 실리기까지의 작업과정이 참 빠르게 진행된다.

 

 

방어진에 방어진항, 슬도, 일산해수욕장, 대왕암공원이 이웃처럼 가까이에 있다. 아침을 먹고 일산해수욕장으로 갔다. 백사장을 걸으며 해수욕객이 없어 쓸쓸한 아침 시간의 해수욕장 풍경을 둘러봤다. 일산해수욕장은 수심이 낮고 경사가 적어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고 대왕암공원의 송림에서 솔잎 향이 불어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해수욕장과 연결된 대왕암공원의 산책로에서 바라보면 반달형의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동해바다가 그림처럼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 변종만

 

일산해수욕장 앞으로 보이는 송림 주변이 울산 시민들이 즐겨 찾으며 최고의 명소로 꼽는 대왕암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수령 100년 이상의 송림이 만든 그늘이 발걸음을 편하게 하고 해송의 진한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입구에서 송림을 지나면 등대가 나타나고 그 앞바다에 이곳의 주인공인 대왕암이 있다. 주인공을 먼저 보면 다른 볼거리들이 시시해 보인다. 왼편의 산책로를 걸으면 일산해수욕장과 현대중공업의 크레인들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이곳의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며 용굴, 남근바위, 탕건바위, 거북바위, 자살바위 등 기암괴석이 이어진다. 낚시꾼이나 수평선을 바라보며 절벽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맛이 남다르다. 아무 곳이나 자리 잡고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휴식장소다.

 

그 끝에 불그스레한 바위덩어리들이 하늘로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이 연상되는 대왕암이 있다. 댕바위 또는 용추암으로 불리는 대왕암에 용이 승천하다 떨어졌다거나 신라 문무왕의 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이 바위에 잠겼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철교를 건너 대왕암에 오르면 연인들이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하며 걸어둔 자물쇠들이 많다.

 

대왕암 바로 앞 언덕에 오랫동안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울기등대가 있다. 이곳에 원형이 잘 보존되어 구한말의 건축 양식과 기법을 알게 해주는 등록문화재 제106호 울기등대 구 등탑이 있다. 의자에 앉아 구 등탑과 현재의 등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대왕암을 나와 방어가 많이 잡힌 게 지명이 된 방어진항으로 갔다. 이번 여행의 길잡이 역할을 하느라 아침에 왔던 곳을 다시 찾았다. 바닷가 중에서도 항구는 늘 땀 냄새 풀풀 나는 삶의 현장이다. 정을 듬뿍 담은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뱃전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갈매기만큼이나 어민들도 바쁘게 움직인다. 일찍부터 동아시아로 뻗어나가는 관문 역할을 하던 항구를 돌아보고 바로 앞 슬도로 갔다.

 

 

방어진항에서 바라만 보던 작은 무인도 슬도가 방파제를 다리로 연결한 해양공원으로 조성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슬도'라는 지명은 이곳이 섬 전체에 구멍이 뚫려있는 특이한 지형이고, 구멍 뚫린 돌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거문고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는 시루섬과 거북이 모양 같다는 구룡도라는 이름도 있다.

 

입구에서 MBC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지를 알리는 안내판과 슬도의 유래가 써있는 표석을 만난다. 방파제를 걸어 고래조형물과 슬도교를 지나면 무인등대인 슬도등대가 들어서 있다. 방어진항과 대왕암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국적인 풍광이 아름답고 바다낚시터로 유명해 방파제에 낚시꾼들이 늘어서있다. 등대 주변에 먼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을 누릴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슬도의 찬바람은 무더운 날 피서하기에 제격이다. 등대의 그늘에 앉아있던 여자들이 바닷바람이 차다며 땡볕의 벤치로 간다. 울산의 명물로 탄생한 슬도에서 울산의 명소를 골고루 돌아본 여름 여행을 마무리했다.


태그:#울산, #자수정동굴나라, #간절곶, #방어진항, #대왕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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