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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후애 사전'
▲ 책표지 '오십후애 사전'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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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고령화시대를 넘어 초고령화시대로 치닫고 있다. 급속히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빈곤과 자살률이 CECD 1위에 올라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노년의 삶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다. 해서 오늘날 노인이라고 하면 빈곤층, 무지, 무력감, 사회적 부담 등 부정적 이미지부터 연상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50대는 어떨까. 오십대는 조금씩 노인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는 나이다. 나이 먹은 사람 취급받는 것이 어색하고 누가 노인이라고 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나이. 노화나 노인은 곧 '비극'이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린 차츰 차츰 늙어간다.

'오십의 나이는 그런 시간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향년 98세로 삶을 마감한 지센린 선생의 말대로 '인생이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님을 깨닫고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가진다면 노화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경험'이다.

앞으로 남은 절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고민하는 50대를 위해 정신과전문의 이나미씨는 <오십후애 사전>(이나미/추수밭)란 책을 펴냈다. '인생후반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에세이'다. 오십이란 나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세상과 어떻게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 갈 것인지, 이제 젊지도 완전히 노년도 아닌 낀 세대로서 어떻게 좀 더 창조적으로 또는 나이에 걸맞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등등 깊은 통찰을 준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었다. 오십이란 나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세상과 어떻게 새롭게 관계를 정립해 갈 것인지에 대해, 이제 젊지도 완전히 노년도 아닌 낀 세대로서 몸도 내 맘대로 잘 안 듣는 이 시기에 어떻게 좀 더 창조적으로 또는 나이에 걸맞게 살아갈 것인지 등등 깊은 통찰을 준다.

여자가 서른 살만 되어도 주름 잡힌 할머니로 간주되던 시절도 있었다. 불과 오륙십 년 전의 사진만 보아도 아이에게 젖을 물린 아낙들의 얼굴이 지금의 육십 대보다 더 늙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20세기 초반에는 오십만 넘어도 노인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21세기에서는 그 누구도 오십대를 노년이라고 자타가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더 이상 젊지도 않다. 젊음도 노년도 아닌 낀 세대가 50대이다. 저자는 말한다.

"21세기 한국의 오십대는 개인적 과제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급속한 변화 자체 때문에도 힘들다. 사망률과 출생률이 함께 감소하면서 늙었지만 죽지는 않는 노인들과 젊지만 독립해서 어른 노릇 못하는 젊은이들을 모두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p18)

저자는 오십대는 사회인으로서 의무를 마무리할 준비를 하면서 안정된 노년을 위해 건강과 행복을 관리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이제까지의 쌓고 만들어오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기왕에 이루어 놓은 것을 하나씩 버리고 부수고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고 또 다른 성숙의 단계를 지향하는 파괴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나친 열의보다는 자연스럽게 즐기는 창조성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또한 일 년 중 단풍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가을이듯이 그 나름대로 아름답단다. 특히 중년에 자신의 능력이 멈추어 선 느낌에 빠진 이들에게 저자는 노자의 '도덕경' 63장의 구절을 들려준다.

"어려운 일은 쉬운 것에서 시작하고
큰일은 작은 일에서 말미암는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부터 시작하니
성인은 큰 것에만 집착하지 않지만 오히려 큰 것을 이룬다."

오십의 나이에 맞게 당당한 대인이 되어 호방하게 살 것인지 젊은이들을 흉내 내면서 화장만 잔뜩 하고 조롱거리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자기도 모르게 젊음에만 집착하려는 순간마다 '모든 것이 헛되고 또 헛되도다'라는 뜻의 라틴어 '바니타스'를 되뇌어보면 어떨까.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멋있게 죽을 기술을 배워야 역설적으로 살아있는 순간이 빛난다."(p89)고 말한다.

오마에 겐이치는<하프타임>에서 '50대 전후라는 시기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를 예측하여 다운을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연령'이라고 썼다. 뇌세포의 소멸은 자연이 죽음을 준비하라고 보내는 엄중한 메시지다. 죽음은 철학적인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이 삶의 과제이고 일상이다. 더 이상 젊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손 놓고 있을 노년도 아닌 오십대란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점이다.

한편, 존 이조는 <오늘은 이별하기 좋은 날>에서 아흔 세 살의 화가 존은 노인 역할에 안주하는 중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어른이 된 지는 고작 이십 년이나 이십 오년 밖에 안됐어. 인생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지. 내 나이쯤 돼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죽기 전에 또 다른 완전한 삶을 살 수도 있어. 그러니 자신을 포기하면 안 돼."

오십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나이에 이른 사람들,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하기 위해 고민하며 길을 모색하는데 좋은 친구의 따뜻한 조언으로 다가오는 책. 내 개인적으로도 50대를 코앞에 두고 있어 유익했다. 그대 지금 젊다면 언젠가 늙는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대 지금 오십대라면 또 다른 내가 태어나는 시기, 인생의 후반기를 시작한다 생각하길.

덧붙이는 글 | 책: <오십후애 사전>
펴낸 곳: 추수밭
저자: 이나미 정신과 전문의
출판: 2011. 7.25



오십후애사전

이나미 지음, 추수밭(청림출판)(2011)


태그:#오십대, #인생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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