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MBC <우리들의 일밤>이 <신입사원> 후속 프로그램으로 <집드림>을 새롭게 방송하면서, 그동안 시청률을 견인해 왔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2부에 전격 편성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그동안 일요 예능의 강자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KBS <해피 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과 <나가수>는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실 이 대결은 지난 4일부터 예고되었던 것이었다. 4일 <나가수> 녹화 현장 공개 후 신정수 PD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박 2일>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편도 잘 만들었더라"면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라는 말을 남긴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고, 그 재미 또한 만만치 않기에 당장 10일 저녁부터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봐야할 지 결정이 어려울 것이다. '용호상박', '난형난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두 프로그램의 첫 맞대결 하루 전, 각 프로그램 수장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나가수> 김유곤 PD, "밥상에 좋은 반찬 많으면 골라 먹기 좋지 않나"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지난 3일 방송에서 BMK가 탈락한 후 김조한이 새롭게 투입되면서 <나가수>는 김범수·김조한·박정현·옥주현·YB·장혜진·조관우(가나다순)의 7인 체제를 새롭게 갖추게 됐다. 사진 제공은 MBC.

<나가수>의 김유곤 PD는 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편성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데 대한 관심이 크다"면서도 <1박 2일>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이미나

본 방송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나가수>의 김유곤 PD와 <1박 2일>의 나영석 PD 모두 후반 편집 작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각자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나가수>의 김유곤 PD는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편성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데 대한 관심이 크다"면서도 <1박 2일>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 PD는 "<1박 2일>과 <나가수>는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이라면서 "<1박 2일>이 시골의 정이나 친구들과의 우정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라면 <나가수>는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김 PD는 "밥상에 좋은 반찬들이 많이 있으면 골라 먹기 좋지 않겠나"라는 말로 시청자들의 '골라 보는 재미'를 강조했다. 이는 앞선 4일 신정수 PD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선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으로 김유곤 PD는 "<나가수>가 그동안 맞지 않는 시간에 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몰입을 요구하는 음악프로그램은 늦은 시간에 방송될수록 유리하다, 잘 만들겠다"며 앞으로의 선전을 예고했다.

 

<1박 2일> 나영석 PD, "<1박 2일>이 타격 덜 받았으면"

 

 프로그램의 위기 속에서 나영석 PD는 적극적으로 카메라 안으로 뛰어들어 6번째 멤버의 역할을 대신했다.

나영석 PD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나가수>와의 대결에 앞서 "시청자들에게 선택을 준다는 점에서 상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연기자나 스태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1박 2일>이) 타격을 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 KBS 화면캡쳐

"앞에 있으면 좋을 텐데, 왜 뒤로 올까요?"

 

<1박 2일> 나영석 PD가 마지막으로 꺼낸 말이다.

 

지난 5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가수>에 대해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진 않지만, 바짝 긴장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던 나영석 PD는 이제는 같은 시간대에서 경쟁을 펼치게 됐다는 생각 때문인지 김유곤 PD보다는 조금 더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영석 PD는 "(<나가수>가)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시청률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오랜 시간 일요 예능의 왕좌를 굳건히 지켜오면서도 '여배우 특집', '명품 조연 특집' 등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려 노력하는 나영석 PD이지만, 숱한 화제를 뿌리며 약진하는 <나가수>의 전면 도전에는 그가 언급한 대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 PD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을 준다는 점에서 상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연기자나 스태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1박 2일>이) 타격을 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또 시청자들에게 "평소 <1박 2일>을 좋아하는 분들은 계속 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하며 일요 예능 1등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영원히 일요 예능의 독주 체제를 지킬 것만 같았던 <1박 2일>이 <나가수>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맞았다. <1박 2일>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나가수>가 새롭게 중원을 평정할 것인가.

 

결과는 내일(10일) 저녁 시청자들이 손에 쥔 리모컨에 달려 있다.

2011.07.09 19:19 ⓒ 2011 OhmyNews
1박 2일 나는 가수다 김유곤 나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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