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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이 최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석해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박대용 춘천 MBC기자에 대한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일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주변에서 열린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날라리 선배부대'의 일원으로 참석한 박 기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21조를 인용해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를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발언한 직후, 서울 MBC 한 관계자가 박 기자가 소속되어 있는 춘천 MBC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박 기자가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경위와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재형 춘천 MBC사장은 보도팀장에게 진상파악을 지시했고, 보도팀장은 박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참석여부 등 경위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취재 업무와 관계없이 개인자격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밝힌 것이 왜 회사의 진상파악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느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언론사가 그것도 공영방송사인 MBC가 기자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회사 차원의 진상 파악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 황당한 것은 해당 기자의 업무 수행과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속기관의 사장을 통해 진상파악을 지시함으로써 해당 기자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박 기자의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박한 겁박행위이자 위협행위다.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이러한 무언의 압력들은 결국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표현하는데 주저하고 위축되게 만든다. 나아가, 자기의 발언과 글에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참으로 비열한 표현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억압행위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보여준 MBC의 행보를 보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온데간데 없고 정권의 눈치만 보는 타락한 공영방송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MBC가 공영방송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아마 다음 정권에나 기대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 교수로 재직중이다.



태그:#최진봉, #MBC, #춘천MBC, #등록금 집회, #사상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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