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라크침공 4주 후 이라크 디와니야, "모두 잘 들어라! 목표는 군수용 창고지 디와니야다. 제보에 따르면, 신경가스, 질식가스, 병원균, 화학무기 탑재미사일이 있지만 지상군이 투입돼 있어 안전하다. 다들 정신차리고 들어가자."

미군 대량살상무기팀(MET팀) 로이 밀러 준위(맷 데이먼 분)는 소대원들을 이끌고 제보가 가리키는 좌표지점에 도착한다.

 로이 밀러의 수색팀은 작전이 거듭될수록 제보를 의심하게 된다.

로이 밀러의 수색팀은 작전이 거듭될수록 제보를 의심하게 된다. ⓒ 파라마운트픽처스


"변기부품뿐인데요." 그 옆엔 비둘기똥으로 뒤덮인 철구조물이 보인다. "십년은 더 돼 보이는군." "대량살상무기는 없습니다." 밖으로 나와 좌표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벌써 세 번째군. 가자, 그만 철수한다."

"정보들은 철저히 조사한 거라 확실한거네. 자넨 그걸 이행할 뿐 분석할게 아니야, 알아듣겠나?" 제보에 문제가 있다는 로이 밀러의 제기에 또다른 대량살상무기 수색작전에 대한 보고를 받던 장성의 반응은 단호하다.

역시 제보에 뭔가가 있다는 냄새를 맡은 CIA 이라크 지부장 마틴 브라운(브렌단 글리슨 분)은 국방부팀의 전횡에 속이 편치 않던 차에 국방부 소속의 밀러 준위에게 자기 밑으로 들어와 일하자고 제안한다. 브라운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탐사를 계속하는 밀러는 전쟁의 발발이 거대한 음모에서 시작됐음을 알게 된다.

<본>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그린존>(2010)에서, 사담의 대통령궁이 있던 바그다드의 심장부에 자리잡은 점령미군의 본거지 '그린존'을 중심으로, 미국의 이라크전 수행주체들의 면면을 그들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유착의 현장을 통해 자신의 장기인 생생하고 속도감있는 화면에 담아낸다. <그린존>은 이라크의 전장에서 그들이 어떻게 공생하고 기생하며 또는 어떻게 반목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주요인물의 분석과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라크전 미국진영의 분위기를 그럴싸하게 체험하게 된다.

"여긴 화약고, 그들 스스로 융화하게 해야"... 마틴 브라운 CIA지부장

브라운과 밀러 준위의 첫 만남이다. 역시 제보를 받고 알만수르로 떠나는 밀러에게 CIA의 브라운 부장이 말한다.

"알만수르로 간다고? 시간낭비일세. UN에서 두 달전에 갔는데 아무것도 없었네."
"미치겠군."
"자네말이 맞아.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쓴 적이 없어. 거리낄게 없으니 맘대로 뒤지게 두는 거네. 뭔가 이상하니 그걸 밝혀야겠네. 뭐라도 찾으면 연락주게."

물론 브라운도 대량살상무기의 진상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진상도 밝히고 유혈극 없이 이 나라를 재건할 기회"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의도이다. 국방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의 사무실 금고에는 달러뭉치들이 그득하다. 유혈극 보다는 매수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사실 명분 만들기에 몸부림치던 부시정권을 위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핵무기 개발" 등의 정보를 만들어낸 CIA는 개전의 일등공신이나 다름없다. 영화에서처럼 조직의 의도와 달리 진상을 추적하려는 브라운 지부장의 설정은 다소 모호하며, 전쟁발발의 책임을 당시 정권 내부의 일부인 국방부로 몰아주기 위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브라운의 대립은 국방부팀과의 알력다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권 휘두르는 클락 파운드스톤 국방부 특수정보팀 부장

바그다드에 있는 사담 후세인의 공화궁에 자리를 잡은 '임시당국연합본부', 워싱턴의 부시행정부내 고위관리, 이라크주재 국방부팀과 CIA팀이 참석하는 상황회의 장면. 워싱턴은 화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각 주체들은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데 파운드스톤과 브라운이 서로 으르렁거린다. 미국의 침략 후 판짜기 방식의 한 예를 보여준다.

 국방부팀 클락 파운드스톤 부장과 CIA팀 마틴 브라운 부장(오른쪽)의 대립은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

국방부팀 클락 파운드스톤 부장과 CIA팀 마틴 브라운 부장(오른쪽)의 대립은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 ⓒ 파라마운트픽처스


"내일 이라크자유총회를 개최할 곳은 이 그린존 안입니다. 3대 주요 민족집단의 대표들도 참석할 테니 쿠르드, 시아, 수니파가 세력다툼을 하겠죠. 모쪼록 아메드 주바이디가 지도자로 부상하길 바라야죠.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상황이죠?" 사실상 이라크 현황을 진두지휘하는 클락 파운드스톤 국방부 특수정보팀 부장(그렉 키니어 분)은 오래전 망명한 주바이디를 이라크에 귀국시켜 허수아비정권을 세워보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자신있게 꺼내놓는다. 화면에 얼굴을 드러낸 워싱턴의 고위관리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 "다 좋은데 약탈문제로 언론이 떠들게 좀 걸리는군."

이어 클락이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려 하자, 브라운이 치고 들어온다.

"주바이디는 30년간 여길 비웠었네."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선 최선책인..."
"이 나라 국민도 모르는 자일세."
"그간 도움도 꽤 받았어요. 그가 건네준 정보가 아주 요긴했으니까요."
"거짓정보 좀 팔아먹었지. 그자도, 그자의 정보도 믿을만하지 않아. 출처에 신빙성이 없어."
"자꾸 그러니 너도나도 CIA를 못 믿죠. 그렇게 정보마다 문제시해선 진척이 안됩니다."
"듣도 보도 못한 망명자한테 이 나라를 넘겨줄 수야 없네."
"그렇게 중동에 훤하시니 좋은 수가 있으면 들어보죠."

브라운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자, 클락도 받아친다.

"이라크군의 힘을 빌려보지. 여기는 민족분열의 화약고일세. 그들 스스로 융화를 꾀해야지."
"이라크군을 이긴 이상 그건 우리 몫입니다."
"그러니 이라크군이 발톱을 세우고 있잖나."
"세우라죠."
"다 친사담세력은 아닐세. 함께 일할만한 인재도 충분히 있어."
"이걸 아셔야죠. 미국인의 목숨과 돈을 그만큼 희생했는데도 이 한심한 꼴밖엔 안됐습니다."
"그린존 밖이 어떤지 아나? 아비규환일세. 경찰도 없이 복수극만 펼쳐지지. 다들 왜 못막느냐는 가운데 인명만 희생되고 있어."
"민주란게 그렇죠."
"이 나라를 와해시키고 군을 제거한다면 반년안에 내란이 터질 건 확실하네."
"이 문젠 넘어가죠."

기싸움에선 평행선을 달리지만, 파운드스톤의 술수에 밀려 브라운의 팀은 점점 구석에 몰리고 만다. 파운드스톤은 국방부의 입장과 전략을 이라크 현장에 관철하고 구현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황을 쥐락펴락 한다.

<그린존>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실제 부시의 승전선언 장면을 보여주는데, 영화속에서 이 장면은 부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 보다는 TV를 통해 부시의 발언을 지켜보며 흥분하는 그린존내의 전쟁수행 당사자들을 응시한다. 파운드스톤도 흡족한 표정으로 방송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개전 후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던 2003년 5월 1일, 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 위에서 실제 사실상의 승전선언을 했던 장면을 영화는 인용하고 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켈리제독, 카드함장,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관계자 여러분,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이라크 전투작전은 끝났습니다. 이라크전투에서 미국과 연합국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린존내 구내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군인들과 관계자들은 휘파람소리와 함께 박수를 치고 기립하며 환호했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제보로 개전한 전쟁에 이겼다며 들떠있는 대통령과 그에 환호하는 군중들을 보여주며 미국의 치부를 드러낸다. 부시정권의 개전과 전쟁수행방식에 많은 불만을 가진 이 영화가 이라크전 전반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방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국방부와 더러운 공생, 월스트리트저널 로리 데인 기자

부시정권이 쏟아놓은 개전 명분들을 목청높여 홍보한 나팔수들, 즉 전쟁의 공범들에 대해서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미국내 보수강경입장의 대표적 언론사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나오는 로리 데인(에이미 라이언 분)은 파운드스톤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공받은 '제보'를 별도의 확인절차도 없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젝트"라는 특집기사로 발표한다.

로리 데인은 암호명 '마젤란'으로부터 받았다는 '제보'를 출처인 파운드스톤의 존재는 밝히지 않은 채 계속 보도해오다 밀러 준위팀의 거듭되는 허탕소식을 듣고 자신의 특종기사가 오보일 수 있다는 초조함이 생긴다.

파운드스톤이 미국의 허수아비 주바이디를 바그다드로 불러들이는 그날, 사담 후세인 국제공항에서 로리 데인은 '마젤란'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파운드스톤에게 전한다.

 개전여론확산과 특종보도라는 서로의 요구가 낳은 더러운 유착관계를 상징하는 클락 파운드스톤 국방부 특수정보팀장과 로리 데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오른쪽)

개전여론확산과 특종보도라는 서로의 요구가 낳은 더러운 유착관계를 상징하는 클락 파운드스톤 국방부 특수정보팀장과 로리 데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오른쪽) ⓒ 파라마운트픽처스


"결국은 데려오시네요."
"이제야 일이 좀 진척되는 거 같소."
"대량살상무기는요?"
"그게 또 속을 썩여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꼭 찾아내겠죠."
"전세계가 그 위치를 궁금해해요."

수행원과 딴 얘기를 나누는 파운드스톤, 로리 데인은 급한 듯 단도직입한다.

"부장님, 제보자 '마젤란' 좀 공유하죠."
"기밀사항인거 몰라요? 단단히 숨겨놔서 나도 못 찾아요."
"담당책임자면서도 못 찾는다고요?"
"수시로 정보를 주면 받을 뿐이죠. 이제껏 다 알려줬구만 너무하는 거 아니요?"
"그 사람한테 직접 듣고 싶어요."
"방법을 찾아봅시다."

개전의 당위성을 확산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준 로리 데인이지만 이미 이라크 주요부를 장악한 파운드스톤 입장에선 이제 그녀는 그다지 공들일 필요없는, 오히려 귀찮은 존재인 셈이다.

"무기찾아 사람들 구해야죠"... 대량살상무기팀 로이 밀러 준위

제보에 대한 의혹을 추적하던 밀러는 제보확산의 공범이 로리 데인임을 알아내고 그녀를 찾아가 질문을 쏟아 붓는다.

"누구죠?"
"글쎄 제보자는 말 못해주죠."
"그자 본적 있어요? 누군지 압니까? 사실확인은 했어요?"
"못봤죠. 이라크주민인걸요."
"사실인지 어떻게 알죠?"
"연결책이 믿을만 하니까요."
"현장에 가본 적 있어요? 아무 것도 없어요. 마젤란 정보가 허위죠. 연결책이 누굽니까?"
"아뇨, 그건 말 못해요."
"그거 때문에 전쟁이 터졌다고요! 그럼 이유쯤은 알아야죠. 어떤 경위로 거짓기사를 쓴 거죠? 말해봐요, 뭘 압니까?"

 로이 밀러 준위가 작전지를 응시하고 있다.

로이 밀러 준위가 작전지를 응시하고 있다. ⓒ 파라마운트픽처스


밀러의 단호한 추궁에 로리 데인은 '마젤란'의 제보를 전해준 '연결책'에 대해 털어놓는다.

"실은 워싱턴의 정부 고위관리가 전화로 그러더군요. 기삿거리가 있다, 사담의 대량살상무기 프로젝트다. 그래서 만났더니 중요한 정보를 건네줬어요. 마젤란의 생생한 제보를요."
"사실확인은 언제했죠?"
"글세 고위관리였다니까요. 마젤란한테 보고도 받고요. 조건은 하나. 둘이 만난 장소는 공개 말랬어요. 제보자가 발각될까 봐서요."

영화의 마지막,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제보자 '마젤란'의 정체와 이를 둘러싼 음모의 전말을 파악한 로이 밀러는 "고의적 왜곡과 허위정보로 전쟁을 유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 "대량살상무기 허위제보 '마젤란'에 대한 진상"을 작성해 로리 데인 기자를 포함한 주요언론사 수십 곳에 동시 전송한 뒤 파운드스톤을 찾아간다.

"입수한 정보사본을 전해 드리려고요."
"그거라면 들었네. 표현이 참 거칠군. 이런다고 뭐가 될까? 누가 자네 말을 믿어줄까?"
"그런짓을 하시다뇨."
"뭐라고?"
"허구인물까지 만들고, 마젤란이란 이름으로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정부도 알고 동조했나요? 아니면 좋은게 좋은거다?"
"그 마음이야 알겠네만,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없든 뭐 중요한가?"

로이 밀러, 파운드스톤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친다.

"중요하지, 그것 때문에 전쟁이 났는데, 중요하단 말론 부족하지! 무슨 짓 한 건지나 압니까? 또 무슨 짓으로 사람들을 속일 거죠?"

파운드스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런다고 물러서지 않아. 우린 이겼다고!"

"허위정보로 전쟁유발" 폭로하는 로이 밀러는 순수한가?

이라크전 발발과정에서의 용서받을 수 없는 미국의 치부를 드러낸 <그린존>은 분명 대중들로부터 칭찬받을만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폭로는 그 정체가 널리 알려지기 전에 던져져야 그 파장은 큰 울림을 갖는다.

2005년 3월, 이라크의 "이동식 생물무기 연구소" 등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를 운운하며 개전몰이에 나섰던 당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조차 전쟁발발 직전 자신의 유엔에서의 공식발언에 대해 "수천만 명이 텔레비전을 보는 가운데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 무기 보유설을 주장했고, 이는 평생 나를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이라크에 선거를 통한 민주정부를 세우는 일은 정당했다"며 전쟁자체에 대해서는 합리화했지만 개전명분이 된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일부 정보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는 화가 치밀고 가슴이 쓰라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기사,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한겨레 2005년 3월 31일자 참고)

부시정권하에서 영화를 제작해 개봉하기가 부담스러웠을 수는 있어도 어쨌든 <그린존>의 폭로는 로이 밀러의 높은 목청에 비해 뒷북스러운 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린존>의 한계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영화는 개전과정에서의 치부를 건드리는 것이지, 이라크전 자체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부시정권하 네오콘들의 개전방법에 비판의 초점이 몰려있는 것이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이라크전 자체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서있지 않고 있음은 그의 전작 <플라이트93>(2006, 원제 <United93>)이 대변해준다. <플라이트93>은 2001년 9.11사건 당시 워싱턴 국회의사당 건물을 향해 기수를 돌린 아랍계 테러범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승객들과의 격투 중 펜실베니아 생크빌에 추락해 전원사망했다는 여객기 '유나이티드 93'편에 대한 이야기다. 9.11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논란은 모조리 추락시킨 채, 자신의 장기인 실감넘치는 연출에 미국정부가 발표한 자료만을 탑재한 뒤, 미국정부의 공식입장 옹호를 향해 돌진했던 <플라이트93>. 폴 그린그래스는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의 개전명분에 대해 그 어떤 영화인보다 강위력한 지원사격을 감행한 셈이다.

국방부팀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협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허위제보를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고 폭로해낸 용기는 파운드스톤의 멱살까지 잡고 기세좋게 훈계하다 바닥을 드러냈는지, 로이 밀러 준위는 군복을 벗어던지지는 않는다. 호기를 한 판 부린 뒤 그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고작 다음 작전지로 향한다.

 영화의 마지막, 로이 밀러 준위팀이 탑승한 차량은 멀리 보이는 정유시설을 향한다.

영화의 마지막, 로이 밀러 준위팀이 탑승한 차량은 멀리 보이는 정유시설을 향한다. ⓒ 파라마운트픽처스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밀러 준위의 마지막 시선은 곧 도착하게 될 저멀리 이라크의 정유시설을 향하는데, 이라크전을 일으킨 미국의 의도를 빗댄 감독의 설정이다.

하지만 그 결연함은 잘못된 개전방법을 내가 바로 잡았으니 이제 나의 전쟁을 계속 치르겠다는 의지로 다가와 씁쓸하다. 설득력이 다소 부실한 인물이지만 영화 내내 목숨을 걸고 밀러를 돕는 이라크인 프레디의 대사 "우리 문제를 미국이 결정하려 들지 마세요"라는 말을 밀러는 귀담아 듣지 않은 듯 하다.

개전과정에서의 치부를 전세계에 드러내는 나름의 용기를 지닌 영화 <그린존>은 할리우드영화가 가지는 결정적 한계를 로이 밀러 준위의 마지막 행보를 통해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자주민보(www.jajuminbo.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린존 폴 그린그래스 로이 밀러 맷 데이먼 이라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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