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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이 넘도록 살아오는 과정에서 선물이나 상품을 받는 일도 이래저래 꽤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물이나 상품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합니다. 소소한 것은 소소한 대로 기분을 좋게 하고, 조금 거창한 것은 거창한 대로 기분을 좋게 합니다.

 

그동안에 받았던 선물이나 상품 중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잊어지는 게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고, 몇 번을 생각해도 떠올릴 때 마다 가슴이 뿌듯해지는 그런 것도 있습니다.

 

38년을 기분 좋게 한 '국어사전'

 

엄청 비싸거나 대단한 선물이 아님에도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것만을 떠올리면 가슴이 흐뭇해지는 상품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받은 상품이니  38년이라는 세월을 기분 좋게 해준 상품입니다.

 

요즘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70년대 졸업식 때는 성적순으로 시상을 하였는데 졸업식 날 교육장상을 받았습니다. 그때 부상으로 주어진 상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38년 동안 기분을 좋게 해주는 상품은 작은 국어사전이었습니다.

 

남색 비닐커버를 넘기면 한 눈에 띄는 자줏빛 스탬프자국, 커다란 월계수 무늬 가운데 또렷하게 찍혀 있는 '賞'이라는 글씨, 공부를 잘해 받은 상품이기에 좋았을 수도 있지만 그 상품이 사전이었기에 이토록 오랜 세월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전이었기에 책상머리에 놓여 뭔가가 궁금할 때마다 펼칠 수 있는 대상이 되었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건 사전이 갖고 있는 당연한 가치이며 역할일겁니다.

 

그때 부상으로 받은 상품이 사전이 아니고 다른 물건이었다면 '그 때 부상으로 받은 게 뭐였더라?' 하고 한참 기억을 더듬어야 떠올리거나 아예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38년 만에 다시 받은 또 한권의 사전, <불교사전>

 

생각하는 것만으로 38년 동안을 기분 좋게 하던 사전을 38년 만에 다시 받았습니다.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인 김숭동 교수가 편저하고, <민족사>에서 출간한 콘사이스판 <불교사전>이 38년 만에 받은 사전입니다. 

 

책, 글이라는 게 그냥 읽기만 한다고 해서 알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한글이 소리글자라고 하지만 단어나 용어마다 의미를 갖고 있으니 하나하나의 단어나 용어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읽는 글이라면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전은 단어나 용어에 담긴 의미나 뜻을 온전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안경이며 가늠자입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나 용어도 그 용도와 의미(뜻)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해야 하듯이 특정 분야의 책이나 글을 읽으려면 그 책이나 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나 용어 역시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글이나 책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고 새길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어나 용어에 담긴 의미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읽는 글이라면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함은 물론 자칫 오역을 할 수도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머리로는 엉뚱한 것을 새기는 슬픈 현실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껏 불교사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있긴 있었지만 항상 가까이 하기엔 너무 크거나 방대해 거리감이 있는 사전들은 있었습니다. 이번에 <민족사>에서 출간한 콘사이스판 <불교사전>은 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또는 불서들을 읽으며 접할 수 있는 4,950여 개 항목을 엄선해 휴대가 가능한 크기로 제작되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가까이하다보면 점점 정이 들듯이 <불교사전>은 항상 가까이 할 수 있는 사이즈이기에 언제든지 펼치기만 하면 됩니다. 어렴풋하던 불교용어라면 새 안경을 쓴 듯이 또렷하게 확인해 주고, 모르던 단어라면 가늠자를 대 놓고 입체적으로 설명해 주듯이 용도와 의미를 분명하게 알게 해주는 다양하고도 충실한 내용이며 편집입니다.

 

좋은 기분 오랫동안 배오나오게 해줄 선물로 제격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이빨이 시원치 않아 우물우물 씹어 삼키면 그 맛난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글을 읽는 다는 것도 찬가지입니다. 제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글을 이루고 있는 단어에 담긴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해 우물우물 읽어 넘긴다면 그 글에 담긴 깊고도 오묘한 맛을 음미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불자가 불교사전 한권을 준비한다는 건 흐릿한 눈을 밝혀주는 안경, 시원찮은 이빨을 대신해 줄 임플란트에 버금가는 불서의 안경, 불경을 음미하게 해 줄 임플란트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받은 한 권의 사전으로 38년 동안 기분이 좋았듯, 이렇게 받은 또 한 권의 <불교사전>으로 아주 오랫동안, 앞으로 38년 쯤은 좋은 기분을 맛볼듯합니다.

 

불자인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배어나오는 좋은 기분을 선물하고 싶다면 <민족사>에서 출간한 콘사이스판 <불교사전>이야 말로 좋은 기분을 오랫동안 배어나오게 하는데 제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불교사전 -콘사이스판- / 편저 김승동 / 출판사 민족사 / 2011. 5. 15 / 38,000원


콘사이스판 불교사전

김승동 엮음, 민족사(2011)


태그:#분교사전, #민족사, #김승동, #콘사이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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