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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빈 전이 열리는 학고재 본관 전시장 내부 '목욕탕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영빈 전이 열리는 학고재 본관 전시장 내부 '목욕탕 시리즈'를 선보인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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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유망주 한국화가 '이영빈(1981~)전'이 오는 6월 26일까지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회화 10점과 사소한 일상을 독백하듯 자유롭게 그린 드로잉 158점을 선보인다. 서른 살에 여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그림은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그림에 고스란히 옮긴다. 서용선 작가가 최근에 지하철을 그림의 무대로 삼고 있는데 이 작가는 특이하게도 목욕탕을 무대로 삼는다. 위 사진에서 보듯 위와 아래를 동시에 조망시점으로 삼는 특이한 작품이다.

작가의 무의식이 더 많이 작용하는 그림

이영빈 I '방(Room)'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23×154cm 2011. 이 작가는 면보다 선을 더 중시한다.
 이영빈 I '방(Room)'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23×154cm 2011. 이 작가는 면보다 선을 더 중시한다.
ⓒ 이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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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마디는 작업을 할 때 보이지 않는 무의식이 작용한단다. 사회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적 감정에 충실하려고 한다. 결국 그림이란 작가자신을 순화하고 치유하고 발견해가는 것인지 모른다. 그의 작품이 관객과 소통하게 되는 건 그 다음일로 보는 것 같다.

'방'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화면의 구도로 때로 일상에서 맛보는 하락(下落)이나 좌절이나 패배를 용납하는 뜻도 담겨있다. 삶에서도 부정적인 요소까지 긍정하고 오히려 그런 것을 포용하고 안으로 받아들여 축복으로 생각하려는 태도를 작품 전반에서 보인다.

목욕탕, 작가의 내면을 응시하는 공간
 
이영빈 I '탕(Bath)'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20×160cm 2009. 이 작가의 드로잉방식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이영빈 I '탕(Bath)'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20×160cm 2009. 이 작가의 드로잉방식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 이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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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은 '목욕탕 시리즈'가 주류다. 왜 그걸 그렸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간단하다. 어려서 목욕탕에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목욕하고 나면 몸이 개운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말 속에는 목욕탕이 작가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며 일상에서 묻은 때와 상처를 씻어내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긴 예술이 다 씻김굿 아닌가.

이 작가와 일문일답을 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정리된 내용을 여기에 옮겨본다.

"잘하는 것 말고 못하는 그런 게 더 마음에 끌린다. 과일 살 때도 예쁘고 똑같은 것보다 약간 못생긴 걸 고른다. 대량생산품보다는 소량수제품이 더 좋다. 그림구성에서 종횡으로 복잡하게 엮인 것은 사람 간의 관계성을 표현한 것이다. 목욕탕 같은 폐쇄적 공간은 나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제한되고 나쁜 상황이 내게 와도 좋은 상황 이상 아름답다"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는 좀 독특하다

이영빈 I '하늘(Sky)'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54×154cm 2011
 이영빈 I '하늘(Sky)'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54×154cm 2011
ⓒ 이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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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잘남도 인정하지만 못남도 긍정한다. '양'(陽) 못지않게 '음'(陰)도 좋아한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마주하기 싫어하는 것도 기꺼이 수용한다, 하여튼 이런 특이함이 작품에서도 풍겨 나온다. 우리의 '목욕탕 문화'도 그렇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이런 그림구성이 영국, 프랑스 등 외국수집가로부터는 주목을 받는다.

위 작품은 작가가 어릴 적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 올라가던 중 떨어진 아찔한 경험을 작품화한 것인데 그런 것도 소중하게 보고 가치 있는 체험으로 기억한다. 제목도 '하늘'이다.

하긴 우리가 열등감을 건강하게 치료하기 위해서 남의 장점을 인정하고 나의 단점을 받아들어야 하듯이 이 작가는 동서의 미(美)에 대한 가치에서도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기만의 독창적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싶다.

'음'(陰)의 아름다움 다시 보기

이영빈 작가는 성신여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만의 특이한 화풍으로 국내외수집가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이영빈 작가는 성신여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만의 특이한 화풍으로 국내외수집가로부터 주목을 받는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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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시인 보들레르는 윤리적 미보다는 예술적 미 즉 '악의 미'를 발굴하여 서구의 근현대미학을 열었듯 이영빈 작가도 '양'의 미학보다는 '음'의 아름다움을 통해 새로운 예술에 낳고 싶은 것인가. 화장기 없고 수수한 옷차림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여간 사진을 찍을 때도 서서 찍는 것과 누워 찍는 것이 다르고 역사를 볼 때도 위에서 보는 것하고 아래서 보는 것이 다르듯 위아래로 동시에 보는 관점은 분명 다를 것이다. '양'보다 '음'으로 보는 것이 더 창의적일 수 있다. 또한 그런 관점은 역시 여성작가이기에 중심보다는 주변을 보는 시선에서 왔는지 모른다.

'정음정양'으로 가는 한 과정인가

이영빈 I '탕(Bath)'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27×159cm 2011
 이영빈 I '탕(Bath)' 종이에 먹 담채(Korean ink Watercolor on paper) 127×159cm 2011
ⓒ 이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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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긍정 '음'은 부정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런데 이건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 걸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과도한 '부정주의'가 있었고, 군부독재시절 에 "하면 된다"는 통치자의 지배이념을 합리화하는 왜곡된 '긍정주의'도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과장된 '양'의 가치나 위축된 '음'의 가치를 넘어 그 균형점을 찾고 있다. 바로 '정음정양' 혹은 '음양조화'라는 동양의 이상세계로 돌아가려는 시도 같다.

소모되거나 교환되지 않는 나만의 충만한 창조

이영빈 I '탕(Bath)' 종이에 연필 담채(Pencil Watercolor on paper) 120×160cm 2008. 작가는 여기 사람의 크기가 작지 않고 이 공간에 알맞다고 생각한다
 이영빈 I '탕(Bath)' 종이에 연필 담채(Pencil Watercolor on paper) 120×160cm 2008. 작가는 여기 사람의 크기가 작지 않고 이 공간에 알맞다고 생각한다
ⓒ 이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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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의 그림에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 수수께끼가 많다. 다만 이 작가의 작업노트를 읽어봄으로써 이 작가의 작업하는 동기와 작가의 의중을 짚어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영빈 작가는 소모되거나 교환되지 않는 자기만의 충만한 창작정신을 언급한다.

"나에게 의미인 의미, 내가 발견하는 가치들, 내가 느끼는 충만함, 교환할 수 없는 물질 그 이상의 것, 개인의 역사 속에 형성된 것들, 그 순간 내가 믿고 있는 것과 나에게 인정되는 것 […] 소모되지 않았고 소모된 일도 없는 것들, 이미 만들어질 수도 없고 만들어 놓아야 남에게 줄 수도 없는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들 […]"

덧붙이는 글 | '이영빈(LEE Yongbin) 개인전' 2011.05.20-06.26(38일간) 입장무료
학고재갤러리 www.hakgojae.com info@hakgojae.com 02)720-1524-6



태그:#이영빈, #학고재갤러리, #목욕탕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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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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