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이 신공항 무산과 관련 '지역반발이 높다'는 방향을 정해놓고, 주변의 몇몇 현상을 억지로 꿰맞추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안을 확인하고, 다양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는 '독선'에 빠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매일신문> 전 독자위원인 김인현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독자위원 활동을 마치며 - 매일신문에 바란다>라는 칼럼을 통해 "주요사안에 대한 찬반입장을 충분히 소개하고, 직접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여 보도해야 한다"며 낙동강살리기와 신공항사업 보도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신공항 보도에 대한 김인현 변호사의 따끔한 충고, 즉 '찬반입장 충분히 소개', '정확하게 확인보도'는 아직까진 '충고'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1. 동남권 신공항 이후 밀양 민심 : <매일> vs <경남도민>
3월 30일 '신공항 무산' 이후 <매일신문>과 <경남도민일보>는 비슷한 시기에 밀양을 찾았지만 이들이 전하는 해당 지역 민심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매일신문>은 4월 12일 1면 <'허탈, 분노, 소외…' 다시 찾은 밀양 민심 : "두 지역 싸움만 붙이고">를 통해 "상당수 시민들이 신공항 백지화 이후 분함을 삭히지 못하고 있고, 침체된 밀양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를 전하고 있는데요.
반면 <경남도민일보>는 3월 31일 "1면 <물거품된 밀양의 꿈, 쓰나미로 밀려온다/ 부동산 투자자 '허탈, 충격'…시민단체 "홍보비 감사 청구"…찬반 간 법적 다툼도>를 통해 밀양 지역 분위기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신공항에 따른 금전적 이익을 노렸던 사람들(땅 소유주, 외지인, 보상을 노리고 시설을 노렸던 현지 주민들)의 허탈함, 시민단체에서는 밀양 신공항 유치전에 들어간 홍보비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묻는 활동, 찬반 시민들 간의 법적다툼'까지.
'민심'이라는 것이 한 방향으로 흐르기는 힘듭니다. 갈등이 첨예했던 것 만큼 지역사회 움직임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요. <매일신문>은 신공항 무산으로 인해 지역 반발이 높다는 자신들의 기사방향에 부합하는 내용만, 즉 '밀양 신공항 찬성론자들의 허탈한 심정'만 단편적으로 엮었다면, <경남도민일보>는 찬반론자들의 반응, 지방자치단체 예산 사용의 적절성을 따지겠다는 시민단체의 활동 등을 다양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2. 4·27 재보궐선거 : <매일> '신공항 무산' 표심은?
비슷한 현상은 4·27재보선을 다룬 <매일신문>의 보도 태도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번 재보선은 대구경북 4곳에서 진행된 초미니 선거이기에 투표율뿐만 아니라 관심도 꽤 낮을 수 밖에 없을텐데요.
물론 야권후보 단일화, 이들 간의 공동유세와 공동공약 등 지난해 지방선거와 유사한 형태의 '야권연대'의 흐름도 있었지만, 대구경북권 전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여론이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좋다, 나쁘다'는 가치를 개입하기 보다는 '쟁점 없는 선거', '기초선거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도'가 낮다는 재보궐선거 상황을 인정하면 될 텐데요.
이런 재보궐선거에 <매일신문>은 또 다시 '신공항 무산 민심' 여부를 개입시킵니다. 선거 하루 전날인 4월 26일 1면 <밀양신공항 무산 민심, 한나라당 '심판'할까>와 27일 3면 <'신공항 무산' 표심은? / 대구경북 기초의원 4곳 결과 관심>의 기사 제목 자체가 '재보선의 표심과 신공항 무산과의 관계' 여부를 묻고 있는데요.
선거 때만 되면 언론은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 '선거 공보물 열심히 읽고 후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라', '후보로서 결격사유가 없는지 살펴라' 등을 요구합니다. 즉 현안에 휩쓸리는 표심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따져보고 표심을 정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근데 '신공항 무산에 대한 지역반발이 높다'는 방향성을 미리 정해놓은 <매일신문>은 4·27재보선의 표심마저도 '신공항 무산에 대한 지역 민심'만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사내용에는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반발하는 민심'과 함께, '신공항 민심이 투표 결과까지 이어질지 전망이 엇갈린다', '정당보다는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에 우선을 두고 투표한다' 등의 또 다른 의견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매일신문> 편집자는 이들 모든 여론을 '신공항 무산 민심, 한나라당 심판(?)'으로 꿰맞추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3. 절조애지 vs 안티조선...서울지역신문 절독 vs 조중동 종편 반대
한편, 신공항 무산 이후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에서는 '절조애지(絶朝愛地 : 조선일보 절독 지역신문 애독)'운동을 진행하고, <매일신문>은 이를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절조애지'운동에 전혀 다른 맥락의 뉴스가 덧붙여지면서 묘한 뉴스(서로 다른 사안을 억지로 꿰맞춰 독자로 하여금 '갸우뚱'하게 하는 상황)를 만들게 됩니다.
<매일신문>에는 4월 19일 <'수도권 이익 대변' 서울신문 절독 캠페인>이라는 사진 기사가 실리는데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 이슈에서 국가 균형발전을 외면하고 수도권의 이익만을 대변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서울지역 신문에 대한 절독 캠페인이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주최로 대구 동성로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고요.
5월 2일 <미디어빅뱅시대, 그래도 신문이다(3, 끝) 절조애지(絶朝愛地)운동 "신공항 무용론, 서울지역 신문들 끊는다!" "지방이 살려면 지역신문 애독" 들불처럼 번져>에도 유사한 사진이 실립니다. 동성로에서 진행 중인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 캠페인 사진인데요.
<매일신문>은 "서울지역 신문들의 편파보도로 신공항 지정이 백지화된 가운데 지역에서도 절독운동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서울지역 신문 절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오랜시간 동안 '누리꾼'들이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안티조선 캠페인을 봐왔던 저로서는 꽤나 당황스러운 기사였습니다.
안티조선, 종편반대도 '신공항' 때문?
'백만송이국민의명령'이나,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진행하는 캠페인은 <매일신문>이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맥락이 다릅니다.
'신공항 무용론'과 이들의 활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구요, '반민족 신문, 재벌과 권력의 이해만 대변, 시류에 따라 말바꾸기, 자신들의 불탈법에는 눈감는 메이저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반발인 것입니다.
그리고 4월 19일 제시된 자료사진은 2년 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이후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이 허가되고, 정부에서는 이들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각종 특혜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즉, 정부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권언유착과 여론독과점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활동이 어떻게 <'수도권 이익 대변' 서울지역 신문 절독 캠페인>으로 편집될 수 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신문>이 신공항 무산 이후 민심 반발을 전하기 위해 몇몇 현안을 '억지로' 꿰맞추다보니 ▲ 밀양 민심을 전할 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 4·27재보선을 해석할 땐, '특정현안에 대한 민심몰이' ▲ 절조애지운동에는 사실 확인 없이 무리한 해석(갖다 붙이기)들의 병폐가 생기는 것입니다.
미리 기사의 방향성을 정해놓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지역신문의 '독선적' 보도태도는 <매일신문>이 비판하는 '서울지역 신문'의 형태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김인현 변호사가 이야기했던 "직접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여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과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매일신문>의 표현대로 '수도권 이익만 대변'하는 '서울지역 신문의 편파보도' 등으로 지역에서 반발이 있다는 점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저널리즘 정신을 모색하고, 기존의 나쁜 관행을 깨는 형태가 아니라, '서울신문이 행했던 나쁜 태도를 그대로 모방하는 형식'이면 곤란합니다.
<매일신문>을 통해 또 다른 <조선일보>가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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