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지젤> 연기 후, 아티스트 'KiRen'씨가 완성된 김연아의 <지젤>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지젤> 연기 후, 아티스트 'KiRen'씨가 완성된 김연아의 <지젤> ⓒ KiRen

'피겨퀸'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2011 ISU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21)는 '청초한 지젤'이 되어, 세계 피겨팬들에게 뜨거운 감흥을 선사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1년여의 국제대회 공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쇼트프로그램 맨 마지막 순서인 30번째로 연기를 펼친 피겨여왕 김연아, 13개월 만에 국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많은 팬들의 기대 속에 은반 위에 섰다. 그녀는 아돌프 아담(Adolphe Adam)이 빚은 '지젤' 선율에 맞춰, 감동적인 연기를 펼치며 65.91점(기술점수 : 32.97점, 구성점수 : 32.94)을 기록. 2위 일본의 안도 미키(65.58점)를 0.33점 차이로 제치고 쇼트프로그램 1위에 등극했다.

 

첫 점프의 위기, 김연아 침착하게 넘겼다

 

김연아는 1년여의 오랜 공백의 영향 때문인지, 첫 번째 점프 과제인 3+3 콤비네이션(트리플러츠 + 트리플토루프) 점프에서 아찔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 트리플 러츠 점프 착지 동작에서 불안정해, 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10.1점이 배점된 첫 번째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단 4.5점 획득에 그치고 말았다. (트리플러츠 6점 + 가산점 -1.5점) 연습에서 완벽했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의 실수였기에 분명 심리적으로 흔들릴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냉정함을 유지한 '대인배' 김연아는 다음 점프에서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했다.

 

단독 점프예정이던 트리플 플립 점프를, 3+2 콤비네이션 점프(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루프)로 바꿔 시도한 것이다. 트리플 플립에 더블 토루프를 연결시킨 김연아의 점프는 깔끔하게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5.3점이 배점된 트리플 플립 점프는 6.7점의 고득점 콤비네이션 점프로 탈바꿈될 수 있었고, 여기에 0.9점의 가산점(GOE)까지 얻어냈다.

 

좀 더 높은 가산점이 붙지 않은 것은 아쉬었지만, 첫 번째 점프 실수를 확실히 만회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틀림 없었다. 이후, 김연아는 깔끔한 더블악셀(3.3점)과 1.0점의 가산점까지 추가하며 쇼트프로그램에서 주어진 3가지 점프 과제를 끝마쳤다. 첫 점프 실수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머지 점프를 훌륭히 마친 김연아의 집중력이 놀라웠다.

 

레벨4(3.9점)로 예상된 스텝시퀀스가 레벨3(3,3점)에 그친 점은 아쉬웠다. 점프의 가산점과 스텝시퀀스 레벨 등, 기술점수(TES)면에서 평가가 다소 박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구성점수(PCS)에서 김연아는,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5개 평가항목 모두 8점대(10점 만점 기준)를 넘기며 피겨여왕의 예술적인 진가를 드러냈다.

 

"2분 50초의 짧은 시간에 지젤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

 

 <2011 ISU 세계 피겨 여자선수권> 29일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순위,

<2011 ISU 세계 피겨 여자선수권> 29일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순위, ⓒ ISU 홈페이지

김연아는 구성점수에서 32.94점을 기록했고, 항목별로 8점 이상을 받아냈다(SS : 8.29, TR : 8.00, PE : 8.21, CH : 8.25, IN : 8.43). 특히 지난 올림픽에서 7점대에 그쳤던 트렌지션(점프 전후의 연결동작)도 8.00점을 받아낸 것은 인상 깊었다.

 
개개인 심판별로 구성점수 퍼포먼스 최고점이 9.25점, 스케이팅기술과 안무, 곡해석력에서 최고점은 9.00점이었을 만큼, 그녀의 프로그램 구성은 가히 압권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프로그램 내내 예술성을 극대화시킨 지젤 연기를 펼치며 팬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프로그램 전반을 아우르는 스텝과 턴은 프로그램의 강렬한 음악과 하나 되어, 은반 위에서 고혹적인 지젤을 잘 표현해 냈다.

 

국립발레단 <지젤>의 주연 발레리나 이은원(20)씨는 김연아의 예술적인 지젤에 대해  "김연아 선수의 지젤을 보면서 '아!' 라는 감탄사가 들었다. 발레로만 알고 있던 지젤을 이렇게 피겨스케이팅으로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색다르고 신기했다. 2분 50초 짧은 시간에 지젤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 고 극찬했다. 이은원씨는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김연아 선수가 쓴 음악은 발레로 보면 지젤 서곡 부분과 사랑하는 남자 알브레히트로부터 배신당해 충격에 휩싸여 지젤이 미쳐 죽는 부분인데, 여기서 김연아는 은반 위의 지젤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 같다. 사랑하는 남자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과 앞부분의 지젤 서곡, 음악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스텝들은 지젤에 나온 윌리들의 무덤을 연상케 했다."

 

은반 위에서 환상적인 지젤을 선보인 김연아 선수에게, 출전 선수 중 제일 높은 구성점수가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연아의 2분 50초의 예술, 은반 위의 지젤은 1위라는 행복한 결말을 맺으면 끝을 맺고 있었다.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 긍정적 효과 발휘할 것"

 

 30일 열리는 <2011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순서.

30일 열리는 <2011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순서. ⓒ ISU 홈페이지

이제 김연아 선수는 30일 프리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를 통해, 피겨팬들에게 또 한번 뜨거운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은, 피겨여왕 김연아이기에 도전할 수 있는 '피겨퀸의 클래스'다.

 

ISU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변성진(대한빙상경기연맹 기술위원)씨는 2010 밴쿠버올림픽 이후 선보이는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말한다.

 

"국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시합 때나, 그 이전 국제대회에서 오마주투코리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면, 심판들에게 '국가 홍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세계선수권 우승 등) 다 이뤘기에 상황이 다르다. 그녀의 프리스케이팅에선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오마주투코리아는 오늘(30일) 밤 펼쳐진다. '대한민국에 대한 존경'을 담은 그녀의 프로그램이 어떤 뜨거운 감동을 전해줄지, 피겨팬들은 지금 설레는 마음으로 그 황홀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2011.04.30 11:59 ⓒ 2011 OhmyNews
김연아 쇼트 프로그램 세계 피겨 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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