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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마친 후 '우리 숲의 딱따구리'라는 책을 봤습니다. 사진속 모습과 비슷한 녀석이 두종류입니다. 쇠딱따구리거나 아물쇠딱따구리 같습니다.
▲ 딱따구리1 산행 마친 후 '우리 숲의 딱따구리'라는 책을 봤습니다. 사진속 모습과 비슷한 녀석이 두종류입니다. 쇠딱따구리거나 아물쇠딱따구리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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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에서 딱따구리를 만났습니다.

참 추운 겨울을 보냈습니다. 밖으로 나돌려는 두 사내아이를 겨우내 집에 가두려니 고역입니다. 아파트 생활의 단점 중 하나입니다. 며칠 전부터 기온이 올라가더니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뒷산에 아지랑이가 가득합니다.

아지랑이와 함께 두 사내아이들 성화가 대단합니다. 해양공원이나 진남체육관 공터로 자전거 타러 가자며 바짓가랑이를 잡아끕니다. 결국, 지난 토요일 두 녀석이 제시한 곳을 제치고 뒷산을 오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봄을 느끼기엔 산행이 제격인 듯합니다. 물론 아빠의 독단적 결정이었습니다.

구봉산 정상입니다. 388미터, 높지 않지만 이곳까지 왔다는 인증샷입니다.
▲ 구봉산 정상 구봉산 정상입니다. 388미터, 높지 않지만 이곳까지 왔다는 인증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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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을 듯해서 아이들에겐 두꺼운 조끼를 입혔습니다. 덥다고 아우성인데 아빠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집에 남겨둔다는 협박으로 입혔는데 산에 오르면서 후회했습니다. 조끼 두 개를 제 손으로 들고 오르려니 내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산행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등산로 초입에 펼쳐진 진흙길을 보고 자전거 타러 가고 싶어졌습니다.
▲ 등산로1 등산로 초입에 펼쳐진 진흙길을 보고 자전거 타러 가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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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뵈는 진흙길입니다.
▲ 등산로2 저 멀리 뵈는 진흙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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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다 녹은 땅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 등산로3 얼었다 녹은 땅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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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되면 땅이 변할텐데 침출수가 걱정됩니다

또 한 가지 산행을 힘들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구봉산 초입부터 봄기운에 녹은 등산로가 온통 진창길입니다. 날씨 풀리니 한겨울 얼었던 땅이 순식간에 녹았습니다. 어떤 곳은 땅이 부풀어 오르기까지 했더군요. 그곳을 지나는데 눈길이 계속 머물며 은근히 걱정됩니다. 기온이 오르면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가 문제라는데 이 정도로 땅이 변하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우일까요?

또다른 곳에 있던 딱따구리입니다. 한번 찾고나니 이곳저곳에서 눈에 띕니다. 청딱따구리(도감과 비슷해서 단정지었습니다.)도 쌍안경으로 봤는데 사진촬영은 못했습니다. 다음번엔 꼭 성공할 겁니다.
▲ 딱따구리2 또다른 곳에 있던 딱따구리입니다. 한번 찾고나니 이곳저곳에서 눈에 띕니다. 청딱따구리(도감과 비슷해서 단정지었습니다.)도 쌍안경으로 봤는데 사진촬영은 못했습니다. 다음번엔 꼭 성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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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멀어서 구분이 잘 안되는데 쌍안경으로 관찰한 결과 오색딱따구리거나 큰오색딱따구리 같습니다. 조류전문가가 아니니 타박마세요.
▲ 딱따구리 이 녀석은 멀어서 구분이 잘 안되는데 쌍안경으로 관찰한 결과 오색딱따구리거나 큰오색딱따구리 같습니다. 조류전문가가 아니니 타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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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르는 두 녀석도 힘들어 보입니다. 자꾸 아빠를 부르며 은근히 목말을 태워주길 바라는 낌샙니다. 산행 중에 가끔 목말을 태워준 게 화근입니다. 냉정히 무시하며 두 녀석을 채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따라라락'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립니다. 딱따구리가 구멍 파는 소리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곳저곳 마른가지 사이로 시선을 놓아보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나뭇가지에 매달려 열심히 구멍을 뚫고 있는 작은 새를 발견했습니다.

산에서 봄 소리 들으려면 발소리도 살금살금 조용히 다녀야 한다.

환호하는 아이들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하라며 타박을 놓았습니다. 자칫 애써 찾은 딱따구리가 '포로롱'하고 날아갈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가져간 쌍안경으로 자세히 관찰하고 있는데 멀리서 라디오 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쌍안경 속 작은 새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두리번거립니다.

등산객 가방 속에서 울리는 라디오 소리에 애써 찾은 딱따구리는 포로롱하고 멀리 달아납니다. 야속한 등산객은 세 사람의 싸늘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씩씩하게 제 갈길 갑니다. 그 등산객에게 들으라는 듯 아이들을 향해 큰 소리고 말했습니다. "산에서 봄 소리 들으려면 발소리도 살금살금 조용히 다녀야 한다."고 말입니다.

둥지안에 새끼들은 있을까요? 추운 겨울은 잘 보냈는지...
▲ 새둥지 둥지안에 새끼들은 있을까요? 추운 겨울은 잘 보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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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날아가는 딱따구리의 날갯짓소리가 봄 소리인 듯 활기찹니다. 뒤따르는 큰애가 한마디 합니다. "아빠, 딱따구리는 입으로 나무를 그렇게 때리면 머리가 안 아플까?" 난감한 질문에 현명하게 대답했습니다. "집에서 아빠하고 새도감 찾아서 궁금증을 풀어보자."

쌍안경 들러맨 모습이 제법 숲 탐험 나온 사람같습니다. 연 이틀 산행에도 끄떡없습니다.
▲ 꼬마등산객 쌍안경 들러맨 모습이 제법 숲 탐험 나온 사람같습니다. 연 이틀 산행에도 끄떡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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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는 라디오 소리 본인만 들으세요.

그렇게 구봉산에서 우리 가족은 봄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자주 이곳을 걷지만 정상만 바라보며 오르다보니 주변을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두 녀석과 쌍안경이 다양한 산새를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가까운 뒷산으로 숲 탐험을 떠나보세요. 조용히 걷다가 멈춰 서서 귀를 쫑긋 세우면 봄 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제발, 라디오 소리는 본인만 들을 수 있도록 볼륨을 낮춰주세요.

구봉산 내려오는 길에 만난 황소입니다.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 합니다. 저는 구제역 용케 피한 운좋은 짐승으로 보였습니다.
▲ 황소 구봉산 내려오는 길에 만난 황소입니다.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 합니다. 저는 구제역 용케 피한 운좋은 짐승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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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탐험에 요긴했던 쌍안경입니다. 두 아들녀석은 쌍안경 둘러맨 모습에 어깨가 으쓱합니다. 힘들것 같아 달라고 해도 산행 마칠때까지 목에 대롱대롱 매달고 다녔습니다.
▲ 쌍안경 숲 탐험에 요긴했던 쌍안경입니다. 두 아들녀석은 쌍안경 둘러맨 모습에 어깨가 으쓱합니다. 힘들것 같아 달라고 해도 산행 마칠때까지 목에 대롱대롱 매달고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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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복지방송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구봉산, #딱따구리, #숲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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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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