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파트너' 남상웅, 송이나, 그들의 춤에서는 특별한 빛이 난다

'환상의파트너' 남상웅, 송이나, 그들의 춤에서는 특별한 빛이 난다 ⓒ 곽진성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댄스 스포츠 종목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커플의 환상적인 연기가 팬들을 감동시켰다. 스탠더드 부문에 출전한 남상웅(27), 송이나(24) 선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탱고와 폭스트롯 종목에서 값진 은메달 2개를 획득, 생소한 '댄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영국 블랙풀 댄스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칠 것을 꿈꾸며 전진하고 있다. 지난 8일, '환상의 댄스파트너'가 되어 챔피언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남상웅, 송이나를 만났다. 두 사람의 삶의 이력에선 유난히 빛이 났다.

'날라리' 남상웅의 운명, 댄스 스포츠

훤칠한 180cm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가 인상적인 남상웅, 그가 플로어에서 선보이는 매력적인 춤은 고혹적인 선율과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춤'의 의미는 남상웅 자신에게도 특별하다. 방황했던 유년 시절의 진동을 바로잡아준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방황했던 청년 남상웅에게 댄스 스포츠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줬다

방황했던 청년 남상웅에게 댄스 스포츠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줬다 ⓒ 곽진성

"중학교 때 말썽을 많이 부렸어요, 한마디로 날라리였습니다.(웃음). 그런데 하루는 어머니가 제 손을 끌고 어디에 같이 가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도착한 곳은 생각하지도 못한 댄스 스포츠 학원이었죠. (어머니는) 제가 댄스 스포츠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공부에 소질이 없고, 방황하던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고육지책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남상웅 역시 처음 접한 댄스스포츠가 싫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열정적인 댄스 스포츠가 자신의 활발한 성격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 운명적인 끌림 같은 것이 느껴졌다. 덕분에 방황하던 사춘기 소년 남상웅은 마음을 다잡고 '댄스 스포츠 챔피언'이라는 꿈을 향해 달렸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제비라고 놀리더라고요(웃음). 딴따라 취급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댄스 스포츠를 사랑하기에 그런 말들이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어요. 처음에 놀리던 친구들도 제가 대회 나가서 우승을 하니깐 인정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은 화려했다. 국내 대회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자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제안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 높은 기대 속에 '최고의 댄스 스포츠 선수'가 되겠다는 꿈은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찬란했던 시기, 그는 잠시 춤을 놓아야 했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남상웅은 군 복무라는 '의무'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며 매일 밤 그는 갈망했다. 다시 '춤'을 추고 싶다고 말이다. 2년여의 긴 시간동안 남상웅은 한시도 꿈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2006년 4월, 드디어 그의 꿈이 이뤄졌다. 군복무를 마치고  댄스 스포츠 무대로 복귀한 것이다.

무용 소녀 송이나의 꿈, 댄스 스포츠

172cm 큰 키의 송이나는 대한민국 댄스 스포츠가 주목하는 신성이다. 플로어 위에서 그녀의 춤은 아름답고 우아하게 빛이 난다. 송이나의 춤 속에는 유년시절 접한 발레, 한국 무용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릴 적, 그녀의 꿈은 무용가였다. 그런 송이나가 발레나 한국 무용이 아닌 댄스 스포츠로 명성을 알리게 된 데에는 재밌는 사연이 있다. 중학교 CA(클럽활동) 시간의 황당한 오해(?)때문이었다. 그 오해에서 빚어진 실수가 그녀를 새로운 춤의 세계로 인도했다.

 무용에 관심많던 소녀는, 우연한 계기로 댄스 스포츠의 신델레라가 됐다

무용에 관심많던 소녀는, 우연한 계기로 댄스 스포츠의 신델레라가 됐다 ⓒ 곽진성




"중학교 CA시간에 스포츠댄스를 신청했어요. 재즈 댄스를 배우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댄스 스포츠 차차차를 가르쳐 주더라고요. (웃음) 처음엔 재미없고 지루한 마음에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들고 말았어요. 댄스 스포츠가 점점 좋아져 고등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됐어요."


 송이나 선수

송이나 선수 ⓒ 곽진성

고등학교 1학년 때, 남들보다 늦게 댄스 스포츠선수가 된 송이나. 하지만 댄스 스포츠를 사랑했던 자신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잘할 수 있다'는 용기로 앞을 향해 달렸다.

그 용기 덕분일까. 그녀의 실력은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굵직한 대회에서 여럿 우승을 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녀의 미래는 탄탄대로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하지만 그런 상승세에 들뜰 무렵 갑작스런 난관이 닥쳤다. 대회에 함께 나서던 남자 파트너가 군 입대를 한 것이다. 파트너의 군 입대로 송이나는 졸지에 혼자가 됐다.

오랫동안 손, 발을 맞추던 파트너가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송이나는 자신에게 찾아온 난관에 좌절하지 않았다. 처음 댄스 스포츠에 도전할 때의 그 용기를 다시금 마음에 각인했다. 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그녀는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강박증, 우울증, 편견이 빚어낸 불협화음

파트너 문제로 고민하던 남상웅과 송이나는 2006년 4월, 운명처럼 만났다. 고등학교(둔춘고)와 대학(한양대) 선, 후배 사이였던 이들이 서로의 연기에 호감을 갖고 있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남상웅 선수의 군 입대 전, 춤을 본 적이 있어요. 잘하고 멋있어 보여서 같이 작품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송이나)

"송이나 선수는 춤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성격도 호감형이라서 대인관계도 원만하고요. 같이 파트너를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남상웅)

 진지하게 연습에 임하는 두 선수

진지하게 연습에 임하는 두 선수 ⓒ 곽진성


군대에서 갓 제대한 남상웅과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했던 송이나, 둘은 그렇게 처음 만났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 연습부터 서로의 단점에 대한 지적이 맞물려 충돌했다. 남상웅은 송이나에 대해 '전봇대 같이 커서 자신과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송이나는 남상웅에 대해 '너무 말라서 불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춤 스타일이 다르기에 서로 쉽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악재가 터졌다. 2007년 초, 남상웅에게 신경증의 일종인 강박증이 생긴 것이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남상웅은 강박증으로 인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 이해하지 못했다. 충돌은 자주 발생했고, 고통스런 날들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자, 파트너간 조화가 필요한 춤의 균형에서도 삐꺽 거렸다. 그래서 '장신의 송이나에게 호리호리한 남상웅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세간의 평가에 흔들리기도 했다.

잦은 다툼과 주변 평가에 흔들리며 두 선수는 멀어져 갔다. 그렇게 엇갈린 남상웅, 송이나의 마음의 끈을 다시 이은 것은 스승 백문종(38), 정명숙(37)씨였다. 스승은 '파트너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두사람에게 전해줬다. 선수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승의 말은 남상웅, 송이나에게 큰 힘이 됐다.

상처 딛고 '환상의 파트너' 돼다

 환상 호흡으로 완성돼가는 남상웅, 송이나 선수의 멋진 연기

환상 호흡으로 완성돼가는 남상웅, 송이나 선수의 멋진 연기 ⓒ 곽진성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긴 두 사람은 놀랍게 변했다. 송이나는 이후, 따뜻한 태도로 파트너의 상처를 감쌌다. 강박증에 힘들어 하는 파트너를 위로했다. 남상웅도 강박증을 이겨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댄스 스포츠는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춤, 절대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다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어떤 한사람의 의견이 맞는 경우는 없고, 보완하다보면 답이 나왔습니다.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해야 좋은 답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마음가짐이 달라지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2009년 11월 열린 실내아시아경기대회 폭스트록 부문에서 대한민국 선수 사상 첫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2010년 5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영예를 안았다. 국가대표가 된 순간을 그들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어느 스포츠에서나 특별한 영광이잖아요. 그렇기에 선발전은 엄청난 긴장감이 감돌았어요. 당시,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외국심판을 불러 9심제로 했기에 더욱 그랬죠. 후회없이 경기를 마치고 기다리는 순간이 너무 떨렸어요. 저희 이름이 1등으로 호명되는 순간 파트너와 코치님을 포함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터뜨렸죠."

 음악과 하나되어 멋진 춤을 선보이는 두 사람.

음악과 하나되어 멋진 춤을 선보이는 두 사람. ⓒ 곽진성


2010년 5월, 대한민국 댄스 스포츠 국가대표가 된 남상웅과 송이나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두사람은 스탠더드 부문 탱고와 폭스트롯 종목에 나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중국과 일본 선수와 멋진 춤 경연을 펼쳤다.

긴장한 탓일까? 먼저 열린 탱고에서는 만족스런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런 탱고의 아쉬움에 주눅들지 않고 폭스트롯에서 환상적인 춤을 선보였다. 4분의 4박자에 맞춘, 남상웅, 송이나의 고혹적인 연기는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키며 박수 갈채를 이끌어 냈다.

"아시안게임 때 폭스트롯 연기를 펼치면서, 음악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금메달을 기대했는데, 마지막에 출전한 중국 선수에 근소한 점수 차이로 뒤져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은메달이라)다소 아쉽긴 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멋진 연기에 금메달까지 기대됐지만, 홈팀 중국을 넘지 못하고 탱고와 폭스트롯 모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폭스트롯의 아쉬움이 컸다. 막판까지 1위(39.36점)를 지키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출전한 중국 선수들의 점수(41.64점)가 남상웅과 송이나의 점수를 근소하게 앞선 것이다. 그렇기에 아깝게 놓친 금메달이 아쉬울 법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좌절 대신 더 큰 꿈을 꾸며 앞으로 전진중이다.

"저희는 아시안 게임에 나가기 전에 마인드 컨트롤 하는 연습을 했어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실망보다 더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맺자는 것이었죠. 그래서인지 담담했어요. 물론,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쉽긴 하지만 2개의 은메달도 큰 성과잖아요. 더 큰 꿈을 위해 나아가야죠."

'환상의 파트너' 2011년이 주목된다

 남상웅, 송이나 선수

남상웅, 송이나 선수 ⓒ 곽진성


남상웅, 송이나에게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교훈은 더 큰 성장의 발판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두 사람은 2011년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국내 챔피언 달성과 함께 댄스 스포츠 최고의 대회로 손꼽히는 영국 <블랙풀 댄스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올해, 국내 챔피언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 국제 대회에 출전해,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게 또다른 목표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댄스 역사가 깊지 않아서 다른 서양 선수들과 맞대결을 하기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그에 버금가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2011 <블랙풀 댄스 페스티벌>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2011의 화려한 시즌을 위해, 두 사람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을 소화하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남상웅이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열심히 노력해야죠.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저를 몰라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요." (남상웅)

남상웅의 말에 송이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곧이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목표가 같은 이유에 대해 묻자, 송이나가 잠시 생각한 후, 답변을 한다. 들려온 그녀의 대답이 필자의 가슴에 와닿았다.

 "같은 생각, 같은 목표를 같는 것이 당연하죠. 우린, 파트너니까요. 2011년 우리 두사람의 도전을 많이 기대해주세요."

남상웅 송이나 댄스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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