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스틸컷

▲ 혜화,동 스틸컷 ⓒ 비밀의 화원

<혜화,동>은 민용근 감독의 첫 장편데뷔작이다. 그는 이미 <원 나잇 스탠드>란 옴니버스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확실히 뽐내었다. 한 여자를 스토킹 하는 소년과 그 소년을 바라보는 또 다른 여인의 시선을 통해, 뛰어난 감독의 상상력과 함께 관음증에 대한 미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스크린 속 공간감을 잘 표현하였다. 세 편의 옴니버스 중 작품성이 제일 뛰어나단 평가를 받았다. 이런 그의 첫 장편데뷔작이기에 남다른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혜화,동>은 민용근 감독의 장기가 잘 살아 있다. 이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상과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상, 코닥상, 독립영화스타상 등을 수상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란 것이다. 한국독립영화 극영화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렇게 뛰어난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민용근 감독의 개인적인 재능이 한 몫 했다. 연출뿐만 아니라 시나리오까지 자신이 직접 작성하여 영화 전체적인 감정 선을 잘 유지했다.

 

영화의 주인공 혜화(유다인)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남자 한수(유연석)의 아이를 가지고 자퇴까지 한다. 한수가 졸업하면 결혼해서 함께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이다. 하지만 한수는 유약하고 심리적으로 여린 인물이다. 아기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수의 엄마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고 한수가 외국으로 유학 갔단 뻔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혜화는 출산 도중 자신의 아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이제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혜화가 일하는 곳은 동물병원. 그녀는 동물병원에서 일하면서 한편으로 유기견을 보살피는 일을 한다. 이렇게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한수가 나타난다. 한수는 혜화와 자신의 아이가 살아서 다른 집에 입양됐다고 믿고 있다. 그 이유는 한수의 엄마와 혜화의 엄마가 동의한 입양동의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

 

그가 혜화에게 속죄할 수 있는 길은 입양된 아이와 혜화가 함께 하는 것이라 믿고 찾기 시작한다. 과연 혜화와 한수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들은 잃어버린 아이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지난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민용근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 유다인의 연기가 보태졌다

 

혜화,동 스틸컷

▲ 혜화,동 스틸컷 ⓒ 비밀의 화원

<혜화,동>은 독립영화가 아니라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초반부 단편적인 혜화의 이야기만 나오기 때문에 쉽게 그녀의 속사정을 알 수 없는 구조다. 완벽하게 그녀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면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가능하다. 그녀가 왜 그렇게 유기견에 집착하는지, 어떤 마음의 상처가 그녀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지 초반에 알 수 없다. 관객들이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혜화란 여자가 주인공이란 것 뿐이다.


지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확실한 구분점을 가지지 않고 영화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조금씩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만약 상업영화라면 이렇게 첫 시작을 관조적인 자세로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유는 초반 관객들의 시선이 지루하단 감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극 초반은 분명 지루함이 있다. 이유는 혜화에 대해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나열되기 때문에 그녀의 지난 과거를 모르면서 발생한 문제다. 하지만 초반부 이런 지루함은 후반부 30분을 통해 모두 보상받을 수 있다. 관객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반전과 함께 혜화가 가진 모든 아픔이 붓물처럼 터져 나오는 구조라서 가능했다. 민용근 감독은 초반부 착실하게 다져 놓은 혜화의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점점 고조시키면서 후반부 모두 폭발시키고 있다.

 

이렇게 감독이 원하는 대로 후반부에 모든 이야기가 폭발되도록 하기 위해서 이 영화에 중요한 포인트가 생긴다. 바로 영화의 80%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혜화 역의 유다인이 충분히 자신의 연기로 캐릭터를 구축해야만 하는 것이다. 만약 그녀의 연기가 어설프거나 혜화란 캐릭터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다면 영화는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을 수 있었다. 유다인은 이 영화에서 그녀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을 보고나면 2011년 기대되는 배우 목록에 그녀의 이름을 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혜화,동>은 수준 높은 한국독립영화다. 민용근 감독이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제작비 2억 원으로 10억 원이 넘어가는 상업영화 부럽지 않은 이미지와 연출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후반부 30여분은 최고의 장면이다. 앞으로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으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1년 2월 17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2.21 13:5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1년 2월 17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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